[전하진칼럼] 기후위기 대응 대중소 상생 방안

2024-04-30     전하진

4월 24일 리월드포럼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대중소 상생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갈수록 격해지는 국제적인 탄소중립 규제는 기업의 생존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도 침체 국면인데다가 중대재해특별법 등으로 힘들어하는 기업들에게 해외에서 밀어닥치는 이러한 각종 규제들은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우선 2026년 본격적인 시행을 앞 둔 유럽의 ‘Fit for 55’ 패캐지 중에 하나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이미 발등의 불이다. 유럽으로 수출을 하는 철강을 비롯한 대부분의 수출 기업들은 앞으로 온실 가스 발생량을 신고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탄소세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는 자신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모든 기업(Scope 3)의 탄소 배출량까지 모두 포함 시켜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참여하는 기업이 너무 많을 수 있고, 평가 자체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탄소 가격은 유럽의 탄소 가격에 비해 1/10 정도밖에 안되니 탄소로 인한 비용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탄소 가격의 증가 및 탄소감축 활동 및 평가를 위한 비용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 부담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중앙회가 2023년 9월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10개 중 8개는 CBAM이 뭔지 모른다고 답했다고 한다.

BCG 싱가폴 최정규 시니어파트너는 리월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대중소 상생에 관하여 9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제는 대중소기업이 하나의 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데 9가지 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이 적극 나서 제품의 스펙을 온실가스 배출이 최소화되도록 변경해야 한다. 둘째, 가능한 그린 구매를 추진한다. 셋째,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한다. 이는 국내 IT기업들에 의해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다. 유럽 표준 스펙으로 구축된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하면 일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공급망 기업에 대한 환경 교육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공동으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적용한다. 여섯 번째, 통합 구매를 통해 보다 싼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일곱 번째, 순환 경제를 구축하여 재활용 가능 구조를 만든다. 여덟 번째, 공급망 통합을 통한 온실 가스 감축을 추진한다. 아홉 번째, 상생 협업체제와 공동체 플랫폼을 구성한다. 기후 대응은 지구적 대응이 필요한 일이므로 가급적 대규모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면, 볼보는 친환경 배터리로 스펙을 변경하여 온실 가스 감축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녹색 강철을 구매하는 그린 구매를 실시하고 있다. 아우디나 BMW도 그린 구매로 알루미늄을 구매하고 있고, 벤츠나 포르쉐는 친환경 배터리를 구매하고 있다. 이 밖에도 Royal DSM은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섬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G-Star RAW가 구매하여 지속 가능한 의류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로써 폐기물 감소와 자원 재활용이라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중소 상생 방안을 촉진하기 위한 포지티브 전략의 일환으로 자발적탄소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티클 모아 태산을 만든다는 심정으로 작은 탄소감축 활동을 디지털 기반으로 측정하고 평가해서 만든 탄소크레딧을 유통한다면 중소기업들과 수요자가 직접 참여하여 탄소감축을 이루는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 개발과 함께 작은 탄소감축을 실현할 수 있는 기후 기술들이 많이 탄생하여 전 인류가 함께 참여하는 기후 캠페인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이 과정에서 탄소크레딧이 탄소화폐로 유통되어 새로운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면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큰 꿈을 꿀 수 있어야 하고 그 꿈을 향해 이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이 플랫폼 및 기후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세계적인 게임체인저로서 등극하기를 기대 해 본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