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맛시장] "어딜가나 다 맛집" 경기남부 최대 평택 통복시장서 맛 보세요

2024-05-29     류제현·임강유
우리동네 맛시장⑱-평택 통복시장

중부일보가 경기 인천지역의 전통시장을 돌며 각 시장마다 명물로 자리 잡은 음식들을 소개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연중기획으로 한 달에 한 번 소개되는 우리 동네 맛시장. 이번에는 70여 년이 넘는 세월을 평택시민들과 함께한 통복시장을 소개해본다. 

평택시 통복동 70-29번지에 소재한 통복시장은 우(牛)시장으로 시작해 6·25전쟁 직후인 1953년 현재의 자리에 새로이 장터가 형성된 이후 지금까지 70여 년이 넘는 세월을 평택시민들과 함께했다. 명실상부 평택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유다.

통복시장은 총면적 8만7천289.1㎡(2만6천404평)로 경기 남부 최대규모의 전통시장이다. 농·수·축산물, 한약재, 청과, 떡, 한복, 의류, 각종 먹거리 등 점포 570여 곳에서 1천600여 명의 종업원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

통복시장 내부 전경.

어느 지역을 가든, 그 지역을 대표하고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은 ‘전통시장’이라 말한다. 대개는 수십 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긴밀히 유대해 왔다. 통복시장 또한 긴 역사가 있는 만큼, 평택시민들이 추천하는 ‘맛집’이 많다. 중부일보는 70년의 역사와 365일 연중무휴 상설시장과 5일장(5일·10일)이 혼합으로 운영되는 통복시장을 방문해 숨은 맛집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이철수 통복시장 상인회장은 "통복시장 내 음식점들은 상인회에서 추천하지 않아도, 어딜 가든지 전부 다 맛집"이라고 자신했다.

◇평택닭강정=통복시장에 방문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 있다. 바로 ‘평택닭강정’이다.

평택닭강정은 권태주(77·남) 대표가 2015년 문을 열었다. 전통시장에 위치한 맛집치고는 그리 오래된 집은 아니지만, 이미 닭강정 하나로 ‘통복명인’으로 선정될 만큼 시민들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평택닭강정 권태주 대표가 닭강정을 휘젓고 있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순한맛·중간매콤맛·매콤맛으로 구분되는 3가지 맛의 닭강정이다. 평택시민들 사이에서는 ‘맥주를 부르는 맛’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태주 대표는 "다른 집과 차별화된 맛을 구사하기 위해 소스 배합에 상당 시간을 투자해 우리만의 맛을 창조한 것이 손님들에게 특별한 점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완제품으로 생산된 소스를 그대로 사용하는 여느 닭강정 집과의 차별화 전략을 둔 셈이다.

평택닭강정이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이유는 소스 외에도 더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질 좋은 닭을 공수해 직접 손질하고 소스를 만드는 권 대표의 ‘정성’이 그 이유다.

권태주 대표는 "앞으로도 손님 한 분 한 분이 해주시는 말씀을 새겨듣고 고칠 점은 고치고 바꿀 점은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다. 손님의 솔직한 피드백이 결국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자신의 운영 철학을 밝혔다.

불독스테이크 슈림프스테이크와 필라프.

◇불독스테이크=‘불독스테이크’는 통복시장 내 조성된 ‘청년숲’에 위치한 MZ세대에서 유명한 감성 맛집이다. 정식 오픈한 201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 온 이곳은 젊은 손님들 사이에서 맛과 가성비를 두루 잡은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는 등 청년숲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불독스테이크는 서양식 스테이크와 서아시아·중앙아시아·유럽 남동부 지역에서 유래한 필라프(외국식 볶음밥)가 주력 메뉴다. 대표메뉴는 흑마늘 스테이크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날 유석현(48·남) 불독스테이크 대표는 가게명을 딴 ‘불독스테이크’를 시그니처메뉴로 추천했다. 그리들(불판)에 고기와 버섯, 파인애플, 아스파라거스, 당근, 애호박 등을 함께 올리고 구워낸 후 고기에 소스를 부으면 완성이다. 잘 익힌 고기와 파인애플을 잘라 곁들인 맛이 일품이다.

유 대표는 인기가 많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가게를 오픈하고 지금까지도 메뉴 레시피를 단 한 차례도 변경한 적이 없다. 고기의 양부터 장식까지 오픈할 때랑 똑같이 유지하고 있어, 언제 방문해도 맛이 변하지 않고 늘 똑같다는 점이 손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석현 불독스테이크 대표가 주문받은 스테이크를 굽고 있다.

◇평택떡집=평택떡집은 1983년 통복시장에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는 아버지 김정부 씨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김선영(54·여) 대표가 199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대표메뉴는 밤과 호박이 들어간 콩찰떡, 늙은 호박과 단호박을 섞어서 만든 호박 시루떡이다. 콩찰떡은 고물이 흩어지지 않아 깔끔하면서 쫀득한 식감과 콩·밤·감 등이 들어가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이다.

평택떡집 진열대에 수십가지의 떡들이 진열돼 있다.

 

김선영 대표는 "당일 판매되는 떡의 고물을 만들려면 전날부터 준비해야 한다. 고물을 미리 만들어 둬야 새벽 일찍 방아를 찧고 떡을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게 앞 진열대에는 당일 제작된 60여 가지가 넘는 떡이 항상 진열돼 있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대가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인터뷰가 수차례 중단됐을 정도로 많은 손님이 방문했다.

김 대표는 "우리 집의 떡은 나와 내 가족이 직접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성스럽게 만든다"며 "정직하게 국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믿고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떡을 드시는 손님들이 항상 즐겁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항상 손님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평택떡집 김선영 대표(왼쪽)와 어머니 박남례(오른쪽) 씨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호떡역=통복시장 공영주차장 앞에 위치한 ‘호떡역’은 호떡 맛집으로 유명하다. 호떡은 밀가루나 찹쌀로 반죽을 만들고 그 속에 설탕을 넣어 기름에 지져 먹는 대표 길거리 음식이다.

호떡역은 통복시장에서 14년째 호떡 맛집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골들 사이에서는 ‘맛있는 호떡을 먹으려면 평택역 다음 호떡역에 정차해야 한다’는 말이 유행한다. 메뉴는 씨앗 꿀 호떡과 꿀 호떡 2가지이지만, 대표메뉴는 씨앗 호떡이다.

간혹 땅콩·해바라기·참깨 등 씨앗 알레르기가 있어, 먹지 못하는 손님을 위해 씨앗을 뺀 꿀 호떡 메뉴를 추가했다고 한다.

김복녀(55·여) 대표는 "새벽 5시부터 당일 판매할 반죽을 만들고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손님이 많을 때는 오후 3시 정도면 반죽이 다 소진돼 조기에 영업이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호떡역은 다른 호떡집과 차별화된 레시피로 승부한다. 호떡역의 호떡은 반죽 자체만 맛봐도 담백한 맛이 나며, 속에는 꿀이 가득 차 있어 달콤한 단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김 대표는 "호떡을 만드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우리는 밀가루 잡내를 없애기 위해 야채를 갈아 야채즙을 만들고 반죽을 제작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더 달콤하고 차별화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호떡역 김복녀 사장이 호떡을 굽고 있다.

◇청년을 위한 새로운 공간, ‘통복시장 청년숲=과거 전통시장은 중·장년층이 주 소비층이었으나, 젊은층 사이에서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면서 소비자층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는 추세다. 통복시장 청년숲이 위치한 자리는 ‘주단골목’으로 불리며 시장 내에서도 가장 번창했던 구간이었지만, 20여 년 전부터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걷고 노숙자들의 잠자리로 변하는 등 우범지역으로 전락했다.

통복시장에 조성된 청년숲 입구.

이에 평택시는 지역 상인들과 뜻을 모아 예비 청년 창업인과 청년들을 위해 중소기업청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사업 공모’에 신청해 국비 7억5천만 원을 확보하고 시비 6억 원 추가 투입해 청년숲을 조성했다. 현재 청년숲에는 ▶불독스테이크 ▶오엠지팜마켓 ▶옹쓰온 ▶지인공간 ▶꽃이든잔 ▶통복예술상회 ▶청년롤까스 ▶스시필 ▶스위트1981 ▶막치삼 등 젊은 감성이 깃든 10곳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글·사진=류제현·임강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