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석 칼럼] '하기 전에 겁먹기 없기…'
지난달 16일 전북 전주시 한 제지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하다 19세 청년 근로자가 사망했다.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진 청년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바로 숨졌다. 나이래야 기껏 고등학교 졸업 후 6개월 된 19세 청년이었다. 그가 생전에 미래를 위한 인생 계획을 기록한 수첩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메모장에는 올해 목표와 인생 계획 등에 대한 내용이 질서정연하게 남아있었다. 나이답게 살면서 하지 않아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나름 꼼꼼히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운동하기’ ‘구체적인 미래 목표 세우기’ 등과 너머에는 인생 계획에 관한 ‘다른 언어 공부하기’ ‘살 빼기’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등 구체적인 얘기들도 담겨 있었다.
나는 그 나머지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는데 그 것은 ‘하기 전에 겁먹지 말기’ 란 내용으로 사회에 막 진입한 청년의 세상에 대한 연민과 막연한 두려움이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겁먹지 않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본인에게 어떤 그림으로 다가올지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더 큰 두려움에서다. 다만 그 의지에 차이정도가 얼마큼인지에 대한 혹은 간이 배밖에 나와 있는 사람과 오그라들어 겁먹는 정도일 수 있다. 어쩌면 죽은 청년이 쌓아온 경험이 많았거나 더 많은 일들에 시달리거나 희망 섞인 삶들을 살아 왔다면 그의 인생은 어떻게 이어졌을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상대진영과 아군으로 분류되는 층에서 조차 쓴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중 어떤 대목은 모멸에 가까운 내용들로 들추기조차 민망스러움에 가깝다. 이를테면 검사출신이라 술이나 좋아하고 괜한 의리나 따지다 어쩌다 대통령이 된 사람이라든지 하는 정도다. 그 중윤 대통령은 그제 시청역 사고현장을 조용히 찾은 아내 김건희 여사로 인한 마음고생이 가장 커 보인다. 이제는 아내 문제가 국회로 까지 깊숙이 들어가 벼랑 끝에 몰리는 상황까지 차 있다. 생각건대 당시 김 여사의 생각 없을 처신과 주변의 면면이 만든 결과물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호소하기에는 안타깝게도 시대적 상황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
물론 이 대표도 여기서 멀지 않다. 그 조차 그만 해달라고 호소할 정도의 충성스런 댓글 일변도의 주변과 당장 그를 둘러싼 충성스러울 면면이 이 대표를 민주당의 아버지에서 불편한 아버지로 격하시키고 있다. 보기에 총선승리로 인해 여당의 기선을 제압해 그 잘난 보수의 앞잡이들을 줄줄이 소환하거나 상임위 앞에 무릎을 꿇려 검사출신들을 파멸의 늪으로 이끌면서 앞으로 비단길만 걸을 것 같은 이 대표가 그리 편안하지 않은 이유는 많다. 줄줄히 늘어선 그래서 불안할 수도 있는 재판들이 입을 벌리고 있다. 더구나 틈틈이 스캔들 같은 듣기에도 힘든 과거사가 심심치 않게 올려 지면서 윤 대통령만큼이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얘기다. 결국 이 대표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숨죽여 살 일은 아니지만 입술이 타들어 가는 시간 속에서 지내야 하는 수순의 운명에 서 있다.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국민 73%는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고 아마도 그 의미는 복합적으로 들리고 있다. 솔직히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피고인으로 형사 사건 재판을 계속 받으면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건건이 열리는 재판에 출석해 피고석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어려워서다.
얼마 전 어떤 책을 둘러싸고 모 의원이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라며 ‘제복군인의 명예를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은 군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쏘아붙이며 본인의 격노로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책을 정독하도록 추천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 대목에 이렇게 이런 식으로도 특정인을 몰아세울 수도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나는 윤 대통령이 책을 잘 읽는지 안 읽는지 들은 적도 기히 알 길도 없다. 더구나 책장을 들추기도 전의 커버나 제목을 봐도 윤 대통령이라 읽고 싶었겠는지도 그렇고 책이란 우선 재미나 그에 대한 호기심이란 주제를 생각하면 읽고 안 읽고에 대한 짐작은 이미 정해져 있던 탓이다.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뉴스나 그냥 바람처럼 흘려들은 풍월로 평가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다만 앞서가는 즐거움으로 이목을 집중시켜보겠다는 욕심이었다면 따라오는 댓가도 충분히 각오는 해야 한다.
분명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에 어떻게 하기 전에 겁을 먹고 있어 보이는 측면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이를 안고 가려다 거부권 하나에 정권을 의지한 상황이 돼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윤 대통령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 수 위로 보인다. 하기 전에 겁을 먹기보다 저지르고 안 되면 그냥 지나치려 하거나 아니라는 편이다. 물론 그에게는 국회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이 뒤에서 받치고 있다. 자신이 감옥에 가면 끝장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이 대표의 엄청난 멘털은 오래전부터 다져진 터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하기 전부터 겁을 먹기 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나을 것이란 생각이 나을 수 있다. 사면초가에 접한 윤 대통령이 사는 길에 여러 선수들의 조언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공통분모는 당장 아내의 길을 결심하고 주변정리를 해야 다음 정권에 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하기 전에 겁을 먹으면 이도 저도 어렵다. 악마는 맨 뒤에 쳐지는 사람부터 잡는다. 앞서가야 산다. 중요한 얘기다.
문기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