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년] 빙상 성지·소요산 부지·GTX까지… 동두천은 준비됐다
동두천시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도전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할 새 스케이트장 후보지를 두고 7개 지자체의 유치전이 치열하다. 경기도에서는 양주시·동두천시·김포시가 도전장 냈고, 인천 서구와 강원도 춘천시·원주시·철원군 등이 경합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9월 실사에 이어 11월 대체지 확정이란 타임테이블을 유치에 나선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2009년 조선 문정왕후의 묘 태릉(泰陵)과 명종·인순왕후의 묘 강릉(康陵)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새 부지 모색의 배경이다. 국가 예산으로 건립비용 2천억 원 전액이 지원되고, 유치에 성공한 도시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각 지자체가 도시의 명운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동두천시 예정 부지는 동두천동 산34-1번지 일원이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북캐슬 캠프의 반환부지다. 2022년 8월 오염 토양 정화와 그 검증이 완료된 바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스케이트장 부지가 지난해 11월 확정된 소요산 확대 개발사업 발전계획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각종 운동오락 시설, 휴양문화, 상가 등을 구성한 부지 전체 면적이 16만㎡를 상회한다. 스케이트장 면적도 공모 제시조건 5만㎡를 훌쩍 뛰어넘어 약 9만㎡에 육박한다.
일부 시유지가 아닌 곳도 있지만, 잔여 부지도 문화공원으로 지정돼 매입 관련 법적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 유치에 성공하면 부지 전체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도 이미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두천시는 유서 깊은 빙상 도시다. 1980년 초, 초등학교 빙상팀이 생긴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를 배출했고, 이들이 간직한 승리와 영광의 스토리는 동두천시 체육 역사에 고스란히 소장돼 있다. 그간 김동성·오세종·차민규 선수 등이 동계올림픽에 출전, 7개의 금메달과 1개의 은메달을 수확하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동두천시는 2001년 국내 최초로 빙상 실업팀을 창단했다. 동두천시 빙상팀은 현재 이인식 감독 지도하에 차민규, 안현중 등 국가대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김윤지·김영호 선수도 전국체전 각종 국내 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 유망주다. 동두천 초중고 빙상연합팀도 운영해 미래 한국 빙상계의 주역을 양성한다.
인터뷰에 응한 이인식 동두천시 빙상팀 감독, 고석봉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코치는 "동두천시는 수도권 어떤 지자체보다 빙상 역사가 풍부하고, 그간 배출한 선수들의 층이 두텁다"면서 "수많은 선수를 통해 이어진 동두천 빙상의 자산이 국제경기장 유치로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역사적 배경, 광활한 토지를 밑천으로 동두천시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타 지자체에서는 감히 제시할 수 없는 스케일이다.
동두천시는 향후 동계스포츠 복합 단지 건설을 위해 최대 30만㎡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대한체육회가 새 경기장을 ‘국제전용’ 스케이트장으로 건설한다 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규모다.
동두천시는 이미 확정된 쇼트트랙 실내경기장의 건설의 시너지 효과도 대한체육회에 제시한다는 복안이다. 쇼트트랙 경기장 건립은 빙상팀 창단이 예정된 관내 동양대학교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내년 3월 출범할 동양대 빙상팀은 스피드스케이트, 쇼트트랙, 피겨를 포함한 종합 빙상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관람객 1천 명 규모로 예정된 동양대 실내빙상장은 국제스케이트장 예정지와 0.5㎞ 떨어진 곳에 건립된다. 지난해 8월 타당성 조사 용역을 완료했고,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소요산 확대개발은 지난해부터 시작돼 2032년까지 총 3천800억 원을 투입해 완공하는 대역사다. 국제스케이트장을 포함한 스포츠레저 향유 공간, 수변공원과 캠핑장을 포함한 자연체류 공간, 그밖에 어드벤처와 역사문화공간 등을 조성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확보된 숙박시설도 동두천시의 강점이다. 동양대와 신한대 기숙사, 시 직영 휴양림 등 숙박시설, 소요산 권역에 들어설 리조트 등을 합치면 약 1천200실, 3천 명이 넘는 숙박객의 수용이 가능하다.
교통 입지도 강원도나 인천 지역에 비해 우월하다. 동두천까지 연장이 확정된 GTX-C노선이 완공되면 서울 강남 삼성역에서 동두천역까지의 소요 시간은 28분에 불과하다. 2025년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인천공항에서 40~50분 정도면 경기장 예정지에 도착한다.
동두천시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빠져나오면 동서남북 20분 이내로 모든 지역의 관통이 가능해 교통체증이 거의 없는 쾌적한 도로 환경이 보장된다.
경기장 예정지는 국도 3호선 소요산 IC에서 2㎞, 자동차로 4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구리~포천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면 자동차로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예정지는 소요산 인근지역으로 깨끗하고 빼어난 자연환경이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지장물이 전혀 없는 유휴지로 공사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민원 발생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박 시장의 설명이다. 그는 "확장성이 보장된 드넓은 대지를 이미 확보해 향후 대한민국 빙상의 메카가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