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사이드] 광역노선 뚫리자 가게 최대 124% 증가... 서울행 이동도 늘었다

② 광역교통망과 지역소멸

2024-07-23     강찬구·강민구

 

개통 전후 사업체 수·이동량 분석

수도권 광역교통의 한 축인 전철망이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역 개통 전후 역세권 사업체 수 변화를 파악했다. 이어 통신사 이동 데이터를 활용해 경기도와 서울 사이 일상적 이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분석했다.

◇확연하지 않은 ‘빨대효과’ = 경기도내 시군의 사업체 전체와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사업체는 수도권전철이 닿고난 뒤 대체로 수가 증가했다. 확보한 시군내 전철역사 데이터 315건과 사업체 데이터 3천 854개를 교차했다. 이후 통계프로그래밍언어 R로 각 역사 개통년 직전과 직후 연도 데이터를 묶고 해당 역이 위치한 행정동과 시군 전체에서 총사업체·2개 업종 사업체 수를 구했다. 그 결과 수원·화성·파주·이천·용인·여주·안산·하남시와 양평군에서 유의미한 데이터가 추출됐다. 구체적으로 ▶수원·용인·안산에 2020년 개통한 수인분당선 ▶파주·양평에 2014·2017년 개통한 경의중앙선 ▶이천·여주에 2016년 개통 경강선 ▶용인에 2013년 개통한 에버라인·2016년 개통한 신분당선 ▶안산에 2018년 개통한 서해선 ▶하남에 2020년 개통한 5호선 역세권의 정보다.

역사 개통 직전직후 분석

총사업체 수는 대체로 증가

평균 증가율 하남 84% 최대

수원 46%·안산 36%등 순

수인분당선 서는 기흥 구갈

2020년 개통 이후 124%↑

용인 상갈역은 되래 48%↓

경의중앙선 서는 양평 옥천

도소매업 23%↑ 숙박업 2%↓

분석결과 각 지역 역세권에서는 전철역이 들어선 후 대체로 사업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평균적으로 하남에서는 사업체 수가 84% 증가, 이어 수원 46%, 안산 36%, 용인 28%, 파주 17%, 이천 15%, 여주 6%, 양평 5%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철 개통 이후 사업체가 가장 늘어난 곳은 수인분당선 기흥역이 열린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으로 2020년 역 개통 이후 사업체 수가 124% 증가했다. 반면 같은 노선인 상갈역이 위치한 기흥구 상갈동은 역 개통 이후 사업체가 -48% 줄어 사업체 감소가 파악된 4곳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상갈동의 감소율은 용인에서 계속되고 있는 구도심 쇠퇴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곳은 신갈오거리와 접해 있는데 광교신도시 개발 영향으로 2010년대부터 침체 목소리가 나온 지역이다.

업종별 변화도 눈에 띈다. 경의중앙선 아신역이 위치한 양평군 옥천면은 2014년 전철 개통 전후년도 간 사업체 증가율이 5%로 변화가 급격하지 않지만 도소매업은 23%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2% 감소했다. 이를 통해 전철 개통으로 지역 상권 구조가 변화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경기지역 전체 사업체 수와 매출액을 보면 데이터가 모두 있는 2016~2022년까지 사업체 수는 85만 6천 162개에서 151만 4천 951개로, 매출액은 1천138조 9천966억여 원에서 1천868조 4천607억여 원으로 늘었다.

여기까지 볼 때는 광역교통이 생기면 서울로 빨대효과가 일어나 지역상권이 죽는다는 우려의 근거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 광역교통은 역외소비의 통로? = 그러나 소비측면에서 보면 ‘서울 집중’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2020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카드사용 분석을 보면 2019년 경기지역 사람들이 타지역에서 돈을 사용한 비율, 즉 역외소비율은 54.2%였다. 이 가운데 84.4%가 서울에서 사용됐다. 물론 이 수치는 온라인 구매가 포함된 것이다. 경기연구원이 2023년 11월 내놓은 자료에서는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량은 하루 200만 건이다. 이 가운데 약 45%가 철도·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고자 ‘경기데이터드림’에서 공개한 올해 1월 통신사 생활인구이동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올해 1월 도내 10개 시(수원·용인·화성·부천·광명·안산·안양·포천·하남·시흥)에서 경기도 내외로 나간 이동량을 성별·연령대·시간대별로 집계한 것이다. 또 지하철·차량 등 이동수단과 출근뿐만 아니라 귀가·쇼핑·통학·병원 등 다른 이동목적도 구분된다. 이 자료의 인구수는 표본화를 거친 것으로 실제 인구 수를 나타내지 않는다. 데이터를 생산한 KT측은 인구의 모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 높낮이를 통해 이동량의 순위와 비중을 알 수 있다.

서울집중은 엄연한 현실

경기지역 역외소비율 54.2%

이 중 84.4%가 서울서 사용

2023년 경기-서울 출퇴근량

하루 200만 건... 45% 대중교통

 

서울 집중보단 양방향적 증가

부동산 탓 역세권 중심 성장

서울 삼성역·서울역·시청역 등

고용중심지 위상은 더 커질 것

서울로 이동하는 경기도민의 이동수단 비중은 차량 62.4%, 노선버스·지하철·기차 등 광역교통이 38.8%로 나타난다. 이를 역외소비율과 함께 보면 경기에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오프라인 소비의 상당수가 광역교통을 통해서라고 가정할 수 있다. 같은 자료에서 서울행 이동 목적을 출근(24.4%)으로 한정하면 이동 수단은 차량 53%, 노선버스·지하철을 합쳐 45.9%로 나타났다. 쇼핑만을 목적으로 서울로 가는 인구는 전체 서울행 인구 중 0.37%에 그쳤다. 이 가운데 광역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시군구별로 보면 하남시, 광명시, 부천시 원미구, 안양시 동안구, 화성시 순으로 많았다.

서울행 출근 인구는 하남시, 용인시 수지구, 광명시, 안양시 동안구, 부천시 원미구 순으로 많았다. 전체 이동인구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대로 22%를 차지했으며, 출근 인구로는 30대가 29.4%로 가장 많았다. 쇼핑 목적으로도 30대가 36.6%로 1위였고 20대가 21.1%로 뒤를 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종합하면 서울로 가는 오프라인 역외소비의 38.8%가 광역교통을 이용했고, 주 소비층은 40대, 서울 인접도시나 신도시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광역교통망이 서울 집중만을 가속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체 이동에서 경기도내 이동과 서울행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이동량의 86.4%가 경기도내 이동으로 나타났다. 편도 이동을 보기 위해 목적이 귀가인 것은 제외했다. 서울로의 이동은 전체의 9.8%로 집계됐다. 서울로의 이동이 가장 많은 하남시에서도 광역교통 이동 비중은 경기도 57%, 서울 43%로 도내 이동이 더 많다.

이렇듯 양상이 일견 또렷하지 않은 가운데 ‘서울 집중화’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전문가는 도시의 질적인 변화와 경기도의 특징을 말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광역교통망이 생기면 당연히 서울로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적인 증가가 나타날 수 있고 부동산 가격 때문에 서울 밖으로 나오는 인구의 영향도 경기도 인구·사업체 증가의 배경이다"라며 "서울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교통망 주변으로 몰리면 당연히 역세권은 성장하고, 반대로 서울에서 경기 역세권으로 오는 사업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서울의 삼성역·서울역·시청역·여의도역 같은 고용의 중심지는 위상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광역교통이 확장된다고 해서 서울의 금융산업 같은 것들이 지역으로 나오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팩트인사이드팀(강찬구·강민구기자, 신지현·배상일 영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근거자료]
1. 서울교통공사 역 정보 정보공개청구
2.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지역통계
3. 경기데이터드림 KT 인구이동 데이터 ‘시군구간성별_연령별이동목적_수단OD데이터’
4. 경기연구원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통근행태 변화 분석’
5.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기지역 소비의 특징 및 시사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