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사이드] 수도권 한적하게 교통망 촘촘하게… 버스부터 철도까지 '독일패스' 하나로 원스톱
광역교통망과 지역소멸⑤ 대중교통 선진국 독일로
독일은 국토 균형발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다. 동시에 광역교통을 포함한 대중교통망, 특히 우수한 철도교통망으로도 유명하다.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이를 확인하고자 지난 6월 마지막 주 독일을 현지를 찾았다.
수도 베를린 광역교통의 중심지로 1급 역인 베를린중앙역(Berlin Hauptbahnhof)은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역사는 규모도 컸지만 구조적으로도 독특했다. 전체 5층 구조로 꼭대기에는 동-서방면, 지하 2층에는 남-북방면행 열차가 서는 입체교차식 플랫폼을 뒀다. 이 곳엔 독일 고속철과 지역철뿐만 아니라 외국 열차까지 더해져 다양한 생김새의 열차들이 끊임없이 오고갔다. 역 바깥으로 나가면 바로 베를린 시내 교통인 트램과, U반, 버스를 탈 수 있는 정거장으로 연결됐다. 시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곧바로 베를린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반대로 베를린에서는 국외로까지 나갈 수 있는 교통 허브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 한적한 수도권의 빽빽한 교통망 = 우리나라 지역소멸의 주 원인인 ‘서울·수도권 일극화’를 생각하면 독일에서도 ‘수도권’을 보게 된다. 하지만 수도 베를린과 이를 둘러싼 주인 브란덴부르크는 서울·경기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우선 ‘집중’이 없다. 베를린의 인구는 380만여 명이다. 인구밀도는 ㎢당 4천200여 명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부산 정도다. 경제적으로도 독일 상황은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이런 차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독일이 국가발전을 수도권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해오지 않았던 부분이 크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아헨 공대(RWTH Aachen)의 크리스타 라이허 교수는 "독일의 도시개발은 다핵 개념을 따른다"며 "도시를 더 조밀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도시간 균형을 살피고 여러 곳에 기능을 분담해 만드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베를린은 정치·행정적 수도지만 금융은 헤센주의 프랑크푸르트가 중심지이고, 독일 최대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의 본사는 니더작센주의 볼프스부르크에 있다.
도시 기능별 전국으로 분리하는
다핵 도시개발로 수도 집중 최소화
상부는 동서, 지하는 남북 노선열차
베를린중앙역서 국외도 출발 가능
수도 답게 교통망은 독일 내 최고 수준을 갖추고 있다. 각종 대중교통망이 도시 내를 격자형으로 잇고 순환선 S반이 도시를 두르며, 교외로도 뻗는 노선이 한국 수도권광역전철의 모습과 닮았다. 하지만 베를린 시내의 전철역은 U반 173곳 S반이교외 역을 다소 포함해 166곳, 총 339개 역으로 시내 289개역을 갖춘 서울보다 많다. 베를린 인구가 서울의 1/3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교통망의 밀도는 더 높게 체감된다. 수도권에서의 효과도 사뭇 다르다. 브란덴부르크주는 베를린의 ‘확장’이 아니다. 주도인 포츠담은 베를린 바로 옆에 붙어 있지만 인구밀도가 ㎢당 1천명이 넘지 않을만큼 여유롭다. 또한 브란덴부르크 지역에서 수도 베를린으로 광역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사람이 하루 27만 명 정도지만, 베를린에서 브란덴부르크로 출근하는 사람도 15만 명에 이른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교통연합(VBB)의 대변인 요하임 라뒨츠는 "2021년 그륀하이데에 들어선 테슬라 기가팩토리에는 베를린에서 통근하는 사람이 5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 ‘라인강의 기적’ 이끈 곳 유럽 최대 광역교통망으로 = 2020년 16개주 가운데 GRDP가 1위인 곳은 2020년 약 8천 390억 유로를 기록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다. 여기에 속한 루르지역(Ruhrgebeit)은 독일 산업의 핵심 지역이다. 이곳은 철강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철강·장비제조사인 티센크루프 본사가 있는 에센시가 속해 있다. 인구 50~60만의 대도시들이 다수 있어 독일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철도는 이 지역의 산업발전 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 탄광에서 석탄을 제철소로 나르는 등 지역 내 산업을 연결해 경제성장을 촉진했다. 광업 등 주력 산업이 쇠퇴한 이후에도, 지역 경제를 관광·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철도는 지역 광역교통망의 중추를 담당했다. 현재 이 지역 광역교통망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곳이다. 실제 중부일보가 이 지역을 찾았을 때에도 뒤셀도르프 역과 시티 트램의 풍경은 베를린보다도 붐비는 모습이었다. 라인-루르교통연합(VRR)의 교통계획 담당자인 로버트 니베르크는 "이 지역 교통망은 700만 명의 잠재 고객을 갖고 있다"며 "다중 중심 구조(큰 도시가 여럿 퍼져 있는 상태)에서 도시간 연결을 강하고 안정적이며, 또 빠르게 하는 것이 교통망의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라인강 기적 만든 광역교통망
유럽 최대 교통망으로 떠올라
지역·교통수단 묶은 '독일티켓'
월 7만원으로 모든 대중교통 사용
◇ 지역 묶어 더 원활하게 = 독일에는 교통연합(Verkehrsverbund)이라는 조직이 여럿 존재한다. 각 주정부와 다양한 교통회사 사이를 잇는 역할이다. 이들은 교통수단들의 배차와 시간표를 조정하고 운임을 통일하는 역할을 한다. VRR의 니베르크 교통계획 담당자는 "도시간 이동을 원활하게 해야 하고, 각 도시의 서비스를 조정해 지역에 상관없이 균일한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통연합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런 역할을 통해 가능한 체계가 교통수단별·이동 거리별이 아닌 범위별, 사용 시간별로 운임을 매기는 것이다. 예컨대 특정 구역권이나 시간권을 사면 그 구역·시간 내에는 장거리 고속철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횟수에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지난해부터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독일티켓(Deutschlandticket)’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티켓은 전국 모든 곳의 교통연합 정기권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49유로(한화 7만 원 내외)만 내면 한 달 동안 독일 전역의 근거리 대중교통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독일 도시·교통계획은 교통 수단의 결합을 중시한다. 대도시 바깥 지역은 주요 고려 대상이다. 라이허 아헨공대 교수는 "현재 독일은 5분, 15분, 30분 단위로 주거·일자리·문화시설 등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설계하고 있다"며 "연결방식은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우선이고 자동차와 자전거 등도 통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팩트인사이드팀(강찬구기자, 신지현·배상일 영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