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석 칼럼] 그들도 우리처럼…

2024-08-01     김병순

대개의 이념은 변하기 어렵다. 어렵다기보다 변해서는 안 된다는 또 다른 이념 안에서다. 더구나 오래된 정통 야당에서 지켜 온 그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생각하기 따라 실용이라는 미명아래 고쳐서 다시 한번 추리는 경우 ‘수정주의’로 명명을 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의 민주당이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가구 실거주 1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투자세도 상당 기간 미루는 것을 포함해 면세점을 올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대로 했다. 모양새만 보면 국민의힘 뜻과 다를 게 하나 없다. 지난달이래야 얼마 되지도 않은 24일 KBS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 자리는 흥미를 떠나 뭔가 짚이는 것과 또 하나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두 개의 의구심을 충족시켰다. 이 대표는 "내가 집 한 채 가지고 평생 돈 벌어서 가족들 오손도손 실제 사는 집인데 그 집이 좀 비싸졌다는 이유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너무 심하니 1가구 실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국민의힘에서 웃고 있었다. 도대체 우리가 언제 한 말을 지금에 와서 하는 것인가… 그러자 얼굴마담으로 출마했다는 평을 듣고 실제로 이 대표의 찐세력으로부터 흠씬 얻어맞고 있는 김두관 후보가 반박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하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는 적절치 않은 주장 아닌가" 결코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김 후보의 이런 주장은 너무 현실을 모르는, 혹여 안다고 해도 약간의 억지에 불과한 반박 아닌 투정 정도로 남고 말았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정치인 아닌가 하는 수준이라면 그렇다. 좀 더 나아가면 이념에 휩싸여 정당의 목적을 그르치려는 구태의연한 꼰대 정치인… 이 대표는 본인이 말한 그 배경에 대해 소위 먹고사는 ‘먹사니즘’을 근사하게 장식해 나름의 합리성을 역설했다. 다시 김두관 후보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먹사니즘을 위해서 상당히 많은 예산과 재원이 소요될 텐데 부자 감세를 하며 먹사니즘을 어떻게 실현할지 궁금하다는 마치 국민의힘 의원 같은 타박 질문이었다.

나는 지금에 와서라도 이 대표가 조세는 국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지 개인에게 징벌을 가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말에 철저하게 동의를 하고 있다. 다만 지방 재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이기 때문에 대지, 임야, 건물 이런 데에 대한 세금은 좀 더 올려서 충분히 균형을 맞춰갈 수 있다는 생각에는 다소 회의적이다. 마치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정도라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이 대표의 금투세 유예론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의 불공정성, 소위 주가조작 문제 또는 한반도 위기나 외교 문제, 국가 미래 경제 정책 부재로 인한 손실을 투자자들이 다 안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상당 기간 미루는 것을 포함해서, 또 한 가지는 면세점을 올리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어디서 많이 듣던 내용이다. 국민의힘이나 정부에서 하는 내용들이다. 이미 정부는 27년 동안 유지해 온 낡은 상속세를 손질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상속세와 증여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춰 과도한 상속세를 견디지 못해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줄고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도 폐지 방침을 재확인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2년간 유예하기로 한 사실은 결코 뉴스 안에서의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 사실이다.

김두관 후보의 원칙론은 계속됐다. 그의 주장처럼 종부세는 공시지가 12억 이상 주택을 보유하는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아마도 전체 대한민국 2.7%에 불과하다. 더구나 지금의 정권 들어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종부세까지 대폭 감세해 줘 작년에 세수가 59조 원 펑크 나고 올해 한 90조 원 정도 펑크날 것으로 예상되는 판국에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두관 후보가 말한 이 후보가 보호하려는 사람은 용산이나 국민의힘에서 보호하고 있는데… 라는 부분에 이재명 대표가 과거에 했던 발언이나 이와 관련한 반대되는 내용에 오버랩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금투세 유예론도 마찬가지다. 금융투자로 연 5천만 원 이상 버는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실상 국민의힘과 정부에선 금투세 시행 유예를 주장할 수 있어도 명색이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민주당에서 그렇게 하는 점에 진정한 당원이라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단지 이 대표가 하는 일이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이런 이 후보와 김 후보 간의 얘기는 색다른 국면으로 가고 있다. 같은 색인 줄 알았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종합부동산세를 둘러싼 대립각이 커지면서다. 이 후보의 종부세 완화 시사에 조 대표는 종부세 완화가 결국 지역 소멸을 가속한다는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이런 종부세에 대한 이견이 양당의 정책적 연대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어쩌면 이 수군거림이 두 사람의 색깔을 다시 조율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들 수도 있다. 초록은 같은 색이라도 목표하는 바가 달라서다. 조 대표가 이 후보의 종부세 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부분이 지방 교부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표면적인 내용보다 그는 분명 대통령 후보군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와는 한 수 아래에 서 있다. 당장 국민의 민생을 운운하기보다 복수의 칼날만을 다듬고 있는 부분이 더 커 보여서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도 거의 얘기는 ‘그들도 우리처럼…’ 내용은 비슷해져 가고 있다. 정체성. 이념은 늘 이렇게 현실 앞에서 혹은 선거 앞에서 나약해지기 마련이다.

문기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