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경기] "맛 좋은 술 만드는 비법이요?... 기다림의 미학이죠"
화성시 향남읍 거주 '한용수' 씨 전주 한옥마을서 맛본 탁주에 홀릭 IT전문가 경험 토대로 전통주 분석 술 익어가는 과정 연구 실천에 매진
4년 전, 전주 한옥마을 소규모 양조장에서 맛본 탁주와 청주의 맛과 향기가 정보통신(IT) 30년 전문가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도 이처럼 맛있고 좋은 술을 만들어야겠다.’ 그 후 정식 교육을 받고 집에서 꾸준히 전통주를 담그며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주인공은 화성시 향남읍에 거주하는 한용수(58) 씨.
그는 2020년 1월 전주전통술박물관에서 단양주(單釀酒) 만들기 수업을 받았다. 상온에서 2주간 발효한 후 시음해 보았다. 알코올 도수는 높았으나 단맛과 향은 없었다. 이것이 술 담그기의 시작이었다. 주발효 후 후발효는 시원한 베란다에서 했다. 한 달 발효 후 마실 정도는 되었다. 이렇게 술빚기를 3년 동안 집에서 계속 하다가 작년 3월에 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반에 입소, 3개월 동안 술빚기 기초이론 교육을 받았다.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집에서 술을 담갔다. 그해 8월엔 연구반에 등록, 누룩 빚는 방법, 범벅/진고두밥/죽으로 빚는 술, 증류주 이론을 익히고 실습했다. 이때 석탄향, 백하주, 하향주, 홍주 빚는 방법을 익혔으며 실습도 했다.
좋은 술 빚는 비법은 무엇일까? 주발효가 완성되는 단계에서는 술독을 빨리 냉각시켜야 한다. 그 다음이 후발효 및 숙성 시 필요한 온도조절이다. 술의 재료인 누룩, 쌀, 물의 비율도 중요하다. 이러한 술빚기 조건에 충실하면 잘 발효되고, 맛있는 술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조건을 찾기 위해 4년 동안 단양주를 꾸준히 빚어 왔다. 술빚기를 터득하고 나서 최근에 빚은 이양주(二釀酒)는 19.7도의 알코올 도수가 나왔다고 한다.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의 목표는 양조창업이다. "경기도 수원, 화성에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전통주가 없다. 화성에 작은 양조장 하나 만들어 이웃과 함께 술맛을 공유하며 우리 전통술을 알리고 싶다. 일단, 맛있는 고급 전통술 한 가지와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전통술 한 가지를 만들고 싶다. 이 두 가지의 레시피는 양조 노트에 메모해 두었다. 천천히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그는 술빚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 술이 잘 익어가는 최적의 환경조성에 정성을 기울이고 술이 잘 익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안다. 동시에 시간을 두고 연구하는 자세도 갖고 있다. 술은 누룩의 곰팡이에 의해 생성된 효모와 효소가 술을 만드는 것이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겸손하다.
현재 IT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인 한용수 씨는 치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토대로 술이 익어가는 시간 내내 온도변화를 기록하고 분석하고 있다. 그는 좋은 술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술을 빚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술, 누군가 그 술맛에 만족해하며 마시고 나서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술빚기는 아직 초보이지만 좋은 술로서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