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왕 새농민] 김현중 꿈꾸는농장 대표 "늦깎이 농부의 맛있는 꿈 알알이 여물어갑니다"
"우리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
오랜만에 연락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밥 한번 먹자는 안부를 건넨다.
인사 한마디에도 밥을 언급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서 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쌀이 밥상 위에 올라가기까지. 보다 맛 좋은 쌀밥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평택시에서 10년 넘게 쌀농사에 전념하고 있는 김현중(53) 꿈꾸는농장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중부일보는 농협중앙회 경기본부 ‘이달의 새농민’으로 선정된 김 대표를 만나 그의 쌀농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40대 늦깎이 농부, 쌀을 만나다=김 대표의 농업 인생은 남들보다 그리 길지 않다.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인 평택으로 돌아와 개인 공부를 이어가던 그는 만 41세가 되던 해인 2011년에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농업을 시작한 이유는 마음의 편안함 때문이었다. 그는 "오랜 기간 공부를 하면서 어떤 일을 해야 내가 오래 일하면서 삶을 편안하게 누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당시 정년퇴임한 아버지가 소일거리 삼아 시작하신 쌀농사를 도우며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김 대표에게 쌀농사는 천생연분이었다. 그는 "주변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사가 생각보다 잘 맞았다"고 미소 지었다. 농사를 시작한 해와 이듬해에는 두 아이가 태어났다.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완전한 농부의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한 명의 농부이자 가장으로서, 어느덧 13년째 농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 대표는 현재 약 13만㎡ 규모의 논을 가꾸고 있다. 6천㎡로 농사를 시작했던 때와 비교하면 약 20배 가량 확장한 셈이다.
◇지식이 곧 경쟁력, 끝없는 공부로 자신만의 농사 방법 터득해=모내기철이 되면 김 대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논으로 출근한다. 밤새 논에 물이 빠지지 않았는지, 심어 놓은 모가 꺾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뒤이어 농기계 점검을 하고, 방제나 제초 등을 하면서 벼를 가꾼다. 다시 밤이 되면 논에 물이 얼마나 차 있는지 확인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김 대표는 "제일 바쁠 때는 하루에 18시간씩 일하기도 한다"며 "쌀이 다른 작물에 비해 작업이 쉽다는 말이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특히 물관리만큼은 다른 작물보다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누구보다 능숙하게 논을 가꿔나가지만, 늦깎이 농부인 김 대표에게도 시련은 많았다. 약제를 얼마만큼 뿌려야 하는지, 어느 때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 농사를 망친 적도 있다.
그는 남들보다 부족한 경험을 공부로 보완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평택농협과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하는 농업인 교육을 듣고, 교육으로 배울 수 없는 현장 경험은 농업에 20년 이상 몸담은 주변 농업인에게 물어가며 쌓았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농사법을 만들어갔다. 김 대표는 "교육이나 주변 농업인들이 알려주는 방법이 나에게 100% 맞을 수는 없다"며 "배운 내용을 농사에 대입하되,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내 방법으로 다시 바꿔 접근해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영농 교육에서 배운 방제법을 바탕으로 자신의 논에 필요한 적절한 방제량을 계산해 방제 비용을 3분의 1 줄였다. 또 비가 오면 약제 살포 시기를 며칠 미루는 등 자신만의 농사법을 만들어갔다.
◇성실함이 수상 비결, 욕심 내지 않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이달의 새농민상을 받은 소감을 묻자 김 대표는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자신을 도와준 주변 농업인에게 수상 공로를 돌렸다.
그는 "주변 농업인과 왕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며 "자주 인사드리고 사소한 일이라도 안부를 물었던 일이 주변으로부터 ‘성실한 농부’로 소문난 이유인 듯한데, 이런 노력이 지금의 결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멋쩍어했다.
김 대표는 ‘주어진 상황에서 욕심내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쌀은 내가 열심히 하면 고스란히 결과로 돌아오는 작물"이라며 "서두를 필요 없이 꾸준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내면 질 좋은 쌀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자신만의 농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실제로 처음 농사지었을 때와 최근에 지은 쌀의 맛이 조금 다르다"며 "아무래도 기후에 따라 쌀의 생육조건이 바뀌었는데, 기존 방식을 이어가다 보니 나타난 변화"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질소비료량을 줄이고 비가 더 많이 오는 요즘 날씨를 고려해 약제 살포 시기를 장마철 이후로 미루는 등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내가 키운 벼에서 나온 쌀을 보면 전부 자식 같다"며 "수확 전까지 쓰러지지 않고 잘 여물어 질 좋은 쌀이 나오고, 그 쌀이 밥 한 그릇이 돼 주변에서 맛있게 먹어주는 일이 농부로서의 보람"이라고 미소 지었다.
조성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