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탁칼럼] 풍성한 소통을 위한 몇 가지 제안
어린 시절 제 가정은 한 달에 한 번 아버지의 주도 하에 가족회의를 하곤 했습니다. 그 자리를 통해 저희 자녀들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아버지께 건의도 드리고, 그 외 가족들 간 필요한 소통을 할 수 있었죠.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이후 교회를 다니고 있는 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린 자녀들과 가정예배를 자주 드리면서 가족들 간 풍성한 나눔을 했었는데, 이제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이런저런 사유로 자주 모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가족 공동체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풍성하게 소통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질문을 독자여러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자 합니다.
첫째, 솔직해야 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운 마음 때문에 솔직하게 나눔을 하기보다는 속마음을 숨기고 피상적인 나눔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솔직함 없이는 상대방과 실질적인 소통을 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 상대방에게 솔직한 조언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나의 허물을 솔직히 나누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나부터 먼저 내 부족한 점을 내놓을 때 상대방은 마음을 열게 되고, 그제서야 솔직한 나의 조언에도 제대로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실수조차 상대방에게 도움이 된다면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죠.
둘째, 점검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한 번 얘기하면 상대방이 모든 것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점검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제가 한 번 말했던 내용을 깜박했다고 하는 자녀들에게 화를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직장에서도 직원들에게 맡긴 엄무를 점검하지 않아 나중에 난처해진 경우가 있죠. 그러니 당장은 조금 귀찮더라도 더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정중히 다시 전달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말하는 입장이 아니라 듣는 입장에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다시 한번 상대방에게 내가 이해한 뜻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용기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서로 대화의 진의를 점검할 때 우리는 공동체에서 오해 없이 풍성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 말뿐만 아니라 글로도 소통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모여 앉아서 대화를 하는 것만을 소통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말이라는 것이 즉석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충분한 고민 없이 경솔하게 이야기할 위험이 있고, 또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말로 하는 소통의 아쉬움을 보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편지를 통한 소통입니다. 저도 몇 주 전 저의 생일 때 가족들로부터 편지를 받고 감동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요. 편지를 쓸 때도 가급적 타이핑보다는 손편지를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손편지는 수정하기가 쉽지 않으니 더 고민하고 쓰게 된다고, 그래서 상대의 정성이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느껴진다고, 늘 손편지를 고집하는 큰 딸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납니다.
무더운 여름, 열대야가 지속되는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은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오히려 가족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건네 보면 어떨까요?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허물을 용기 있게 드러내며 상대방에게 조언을 해보면 어떨까요? 상대방을 위해 좀 귀찮더라도 한번 더 얘기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용기 있게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풍성하고 행복한 소통을 위해 솔직함, 재점검, 손편지, 이 세 가지를 기억하셔서 무더운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독자여러분들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진영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