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한 바퀴] "400번 타고 박물관이든 바다든 당일치기 여행하세요"
⑦ 400번:수원시동부차고지~궁평항
중부일보는 올 한해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다양한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 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장소나 지역 명소를 방문하고 지역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그곳에 담겨 있는 스토리를 조명하고자 한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일곱 번째 순서는 수원시와 화성시를 지나며 도심에서 자연까지 다양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400번 노선이다.
400번 버스는 수원시 동부차고지에서 출발해 팔달문, 수원역, 오목천, 비봉, 남양, 마도, 서신을 지나 궁평항에 도착하는 왕복 운행거리 107.4㎞ 노선이다.
긴 운행 거리만큼 역사도 길다. 400번 버스는 1936년 서신터미널에서 출발해 당시 수원역 인근에 있던 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시외버스가 그 전신이다. 이후 수원여객이 해당 노선을 인수해 운영하다 남양여객으로 이관돼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현재 400번 버스는 기점인 수원시동부차고지에서 오전 4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평일 25~50분, 주말 25~6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기점에서 종점까지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경기 남부 교통 거점인 수원역 환승센터를 경유하기 때문에 이곳을 출발지 삼아 도시부터 자연까지 한번에 즐기는 당일치기 여행 교통수단으로도 추천한다.
◇수원광교박물관으로 ‘박캉스’ 가볼까?=기점인 수원시동부차고지에서 4개 정류장을 지나 ‘수원광교박물관·광교이마트’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인 수원 광교박물관에 도착한다.
수원광교박물관은 광교신도시 개발 당시 발굴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 시기의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광교와 인근 지역의 역사 및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광교호수공원으로 유명한 원천유원지는 물론 논과 밭으로 이뤄진 광교 일대의 옛날 풍경을 사진과 기록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원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덕분에 개발로 사라져가는 과거를 고이 간직한 채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원광교박물관은 상설 전시 공간인 광교 역사문화실, 고(古) 민관식 선생이 기증한 한국 체육사 전시품을 전시한 소강실, 수원 출신 역사학자이자 초대 독도박물관장이었던 고 이종학 선생이 모은 유물을 전시한 사운실로 구성돼 있다. 또, 발굴체험과 올림픽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어린이체험실도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나들이 하기에도 제격이다.
오는 10월 13일까지 국립지도박물관과 공동 기획으로 ‘고지도로 보는 수원의 과거 현재 미래’ 기획전을 사운실에서 진행하는 만큼 천하도, 팔도전도, 수원시도시계획도 등 수원 발전사에 의미 있는 70여 점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광교역사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광교역사공원은 경기도 기념물 제53호 심온 선생의 묘와 혜령군 이지의 묘가 함께 조성된 공원이다. 1㎞ 남짓의 산책로를 따라 고즈넉한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에서 바라보는 광교신도시의 고층아파트와 사뭇 대비되는 모습도 새롭다.
◇마도농산물직거래장터에서 지역 농산물 구매해 볼까?=수원광교박물관 구경을 마친 뒤 다시 400번 버스에 올라타 수원 도심을 지나다 보면 어느덧 창문 너머로 푸른 자연이 펼쳐진다. 그렇게 67개 정류장을 1시간 30분 정도 지나 ‘재래시장·마도삼거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마도농산물직거래장터 입구에 도착한다.
마도농산물직거래장터는 화성시가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로 확보를 위해 조성한 상설시장이다.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있는 입구를 통해 시장에 들어서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가운데 넓은 광장을 중심으로 양옆에 판매장이 늘어서 있다.
마도농산물직거래장터의 특징은 농민들이 직접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9일 시장에는 10여 명의 농민들이 직접 키운 복숭아, 오이, 가지, 고추 등을 판매했다.
실제로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듯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농산물을 구매했다. 자리를 잡은 농민들도 바로 옆 농민에게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을 3년째 방문하고 있다는 황모(52) 씨는 "다른 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마도농산물직거래장터만의 정겨운 매력이 있다"며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들러 과일이나 채소 한두 가지를 사는데,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 사는 얘기를 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주말에 더 많은 상인이 찾아와 물건을 판매한다고 하니 주말에 시간을 내 방문할 경우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하며 상인들과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색다른 경험도 해 볼 수 있다.
◇궁평항에서 즐기는 바다!=다시 버스에 올라 39개 정류장, 30분 정도 이동하면 400번 버스의 종점인 궁평항 정류장에 도착한다. 정류장에 내린다고 바로 바다가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 이정표를 따라 10분 정도 더 걸어야 비로소 궁평항 풍경이 나타난다.
궁평항은 2008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의 작은 항구다. 크게 남쪽 방파제와 북쪽 방파제로 구분되는데, 북쪽 방파제를 따라 걸으면 드넓은 바다 풍경을 포토존과 함께 담아낼 수 있다. 방파제 중간에는 정자(궁평루)도 있어 오랜 버스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쉬게 할 수도 있다.
남쪽 방파제의 묘미는 193m 길이의 바다 낚시터다. 이날 오후 1시께에도 10여 명의 낚시꾼들이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Y자로 뻗은 다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바다 쪽으로 성큼 걸어오게 된다. 바다 위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낚시터는 물론 관광객으로부터 바다 전망 명소로도 유명하다.
이날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바다낚시를 나온 민모(23) 씨는 "처음 낚시를 해봤는데 망둥어를 3마리나 잡았다"며 "방학을 맞이해 아버지와 바다 구경도 하면서 둘만의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 미소지었다.
궁평항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낙조다. 실제로 화성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궁평 낙조를 보러 일몰 시간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탁 트인 서해 풍경과 함께 바닷냄새를 맡으며 지친 몸이 절로 힐링이 된다.
궁평항 뒤쪽으로는 수산물직판장이 있어 싱싱한 해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원한다면 2층에 있는 식당에서 바로 먹을 수도 있다. 궁평항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2층 전망대 카페를 들러 커피 한 잔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해도 좋다. 공판장도 있어 아침 일찍 방문하면 수산물 경매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