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경기] “언제까지 애를 키워야하나요?”
아침 일찍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아이. 아침밥도 먹여야하고 준비물도 챙겨줘야 하고 등교준비에 정신없는 아침. 반찬 투정, 옷 투정에 정신을 쏙 빼놓고 등교길을 나서는 아이에게 인사한 뒤에 또 다시 설거지, 집안청소 등 할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다.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이지만 이집의 아이 부모는 다른 지역에 살고, 손주는 할머니가 돌보고 있는 실질적 조손가족이다.
우리나라의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르면 조손가족은 부모의 사망 등의 이유로 부모로부터 사실상 부양을 받지 못하는 아동을 (외)조부 또는 (외)조모가 아동의 부모를 대신하여 양육하는 가족을 지칭한다. 공적 지원 대상은 (외)조부 또는 (외)조모와 만 18세 미만에 해당하는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로서 여성가족부장관이 고시하는 소득기준에 부합하는 때에는 한부모가족 지원대상자가 된다. 그러나 이처럼 부모가 타 지역에 취업을 하고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을 ‘실질적 조손가족’이라고 부른다.
최모씨(73, 여)는 "아이를 키우고 결혼을 시킨 뒤 다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가 박복한 것인가?"라며 한숨을 내쉬며 아이가 오후에 공부할 수원시 한 지역아동센터로 향한다.
학교가 끝나고 지역아동센터를 가는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그냥 누워있고 싶다는 최모 할머니는 "아이투정이 점점 늘어서 요즘 같으면 애들 부모한테 아이를 보내버리고 싶다."고 했다. 지역아동센터 원장님에게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는 할머니. 가끔씩 아이에게도 "너! 네 엄마, 아빠한테 좀 가라!"고 했지만, 말한 것을 후회하며 울기도 했다고 한다.
수원시내 지역아동센터장 한모씨(여)는 "실질적 조손가족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보니 어르신들이 힘들어하시는 경우도 많고 아동센터로 오셔서 하소연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라며 "실질적 조손가족 아이들은 다른 집에 비해 힘든 부분이 많지만 조부모들에게 법적으로 지원방법이 없다보니 저희가 아이들 없는 시간에 상담 정도 해드리는 게 다예요. 이런 분들에게도 정신 상담이나 다른 지원 방안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어르신들은 실질적 조손가족을 위한 지원방안이 있는지 지자체에 문의해도 다른 지원책이 없고 한부모가정일 때에 준하는 기준에 충족하여야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대답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생활비를 보내면서 죄송한 마음을 가지는 아이 부모,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손주를 키워야하는 조부모,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 고스란히 내몰려진 아이 중 가장 답답한 사람은 누구일까?
황일연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