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경기] 취미부자 60대 열혈청년의 또 다른 이름은 '시아사'
60대 전영구씨의 자아실현 도전기
환갑을 갓 넘은 60대 전영구씨의 스토리다.
그는 장발이다. 신발까지 올 블랙을 고집하는 개성의 소유자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이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짧은 커트 머리로 변신을 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어머나 캠페인' 만난 장발 상남자
소아암환자 위해 20년간 6번 싹둑
지적장애인에 배드민턴 가르치고
문학상 휩쓸고 시집·수필집 출판
인물사진 찍고 은공예 작품 활동도
30대 후반부터 머리를 길러 묶고 다니다가 우연히 <어머나(어린 암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라는 캠페인을 접했다. 소아암 환우에게 인모 가발을 만들어 주는 단체였다. 모발을 기부하기 위해서는 25cm 이상의 길이에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은 건강한 모발이어야 했다. 꽁지머리의 시작은 개성의 표현이었으나, 뭔가 소중한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2~3년에 한 번 모발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0년간 6번을 기부했다.
그의 배드민턴 실력은 수준급이다.
취미생활로 유일하게 아내와 함께하는 운동이다. 배드민턴은 생각보다 격렬하고 승부욕이 강한 운동이다. 대회 외에는 연령과 무관하게 실력 레벨로 상대와 게임을 한다. 30대 친구들과의 게임에도 최선을 다한다. 운동 후 흘린 땀을 씻어내고 마시는 맥주는 꿀맛이라고 한다. 지적장애우를 위한 배드민턴 교실 책임자로 6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장애우 어머니회의 추천으로 수원시장 봉사상도 받았다. 배드민턴 동호인 클럽에서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수원시 배드민턴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문학인들 사이에선 꽁지머리 시인으로 일컫는다. 올블랙 패션을 선호하기에 뒷모습을 보고 동료들은 마치 가톨릭 사제 같다고 한단다. 현재 시집 7권, 수필집 2권을 출판하였고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도 문학단체 회장과 임원으로 알차게 활동 중이다.
그는 환갑이 넘어서도 시와 수필을 쓰는 등 은공예라는 새로운 취미에 입문했다.
은공예 작품을 만들며 베품을 실천한다. 각종 액세서리(목걸이, 팔찌, 루프타이 등)를 제작해서 작가, 배드민턴 동호회와 지인에게 선물도 하고, 원가에 판매도 한다.
그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열정은 아직도 서른 살, 호기심은 스무 살에서 멈춰 있는 듯하다. 닉네임으로 ‘시아사’를 사용하기에. 그 뜻을 물었다. 어느 원로 문인이 술자리에서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너는 시 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시아사’라는 줄임말로 불리고 있고 닉네임이 과분한 것 같아 부끄럽지만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문학생활을 하며 소아암 환우들에게 가발을 만들기 위한 모발을 기부하고, 지적장애우들에게 배드민턴을 가르치고, 인물 사진과 은공예 취미로 지인들께 선물도 하는 환갑을 갓 넘은 60세 청년을 인터뷰하면서 사람은 꾸준히 개발하고 수양하는 삶 속에 건강이 있고 행복이 있음을 덕분에 깨닫게 되었다.
임태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