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칼럼] 우리가 바꾼 AI, AI가 바꾼 우리

2024-09-03     김형태

인간은 AI(인공지능)를 개발하기 위해 컴퓨터 과학, 수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결합해 왔다. 1950년대 앨런 튜링이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AI 연구의 기초를 마련한 이후 연구자들은 인간의 사고 과정을 모방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인공신경망이 등장하여 AI의 가능성을 확대해 나갔다. 21세기에 들어와 빅데이터와 고성능 컴퓨팅의 발전으로 머신러닝, 딥러닝 같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이를 이용해 인간은 인공지능을 언어 처리, 이미지 인식,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켰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점차적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인간은 이제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협력 파트너로 끌어올려 다양한 산업과 일상생활에서 그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가 이미 AI가 활성화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정의 내린다면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몇 가지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는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의 동작시점을 파악하는 컴퓨터에서 연료 분사 장치의 한계를 조절하는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사실 AI시스템의 집합체다. 자율주행 차량도 마찬가지다. 주위 세상을 감지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고, 앞으로는 더 강력한 시스템이 탑재될 것이다. 비행기의 착륙 게이트를 정하는 것도 인간이 아니고 항공권 가격을 정하는 것도 이젠 인간이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도 사실상 AI공장이나 다름없다고 'AI, 나를 위해 일하게 하라'의 저자 세달 닐리는 단언한다. 우리는 스마트폰 지도 앱으로 경로를 탐색하면서 커스터마이징한 추천음악을 받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궁금한 것을 검색하면서 수십 가지 다른 일상 활동을 하며 손안의 AI를 이용한다.

이렇게 성큼 다가온 세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제 인간지능이 인공지능과 함께 세상을 고민해야 하는 디지털 마인드 셋을 장착할 때다. 디지털 마인드 셋을 개발한다는 것은 특정한 예측을 하고 구체적 작업을 수행하는 일에서는 기계가 여러모로 인간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하고 활용하겠다는 자세다. 일례로 의료 시스템에서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연산력이 발전하면서 임상 분야는 AI 애플리케이션의 덕을 가장 크게 보게 되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흉부 방사선 사진을 분석해 비정상적인 잠재적 암세포를 비롯한 비정상세포 성장을 탐지하는. DLAD(Deep Running based the Automatic Detection)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4년간의 연구 끝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이 개발한 이 알고리즘은 흉부 방사선 사진에서 폐암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를 극적으로 줄이면서도 여기에 비례해 진행되는 흉부 CT 검사 수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진단과 치료의 기대치를 극적으로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었다.

디지털 마인드 셋을 기르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의 기본원칙을 이해하는 게 핵심이다.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학습하는 기계에도 편향이 존재해 사실과 정확성 여부 측면에서 우리의 판단을 크게 왜곡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자체에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 데이터가 명확하게 의미를 갖추려면 발견한 데이터에 우리가 스토리를 입힐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이 얼마나 혁명적인 기술인지 누구나 인정하지만, 태동기 시절 인터넷은 온갖 악의적이고 회의적인 눈길이 쏟아졌음을 상기해 보자. 모든 네트워크가 다 그렇듯이 인터넷의 효용성도 사용자 범위에 크기와 직결되었다. 모든 네트워크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기능도 더 좋아진다. 사용자 기반이 서서히 증가한 탓에 인터넷에 엄청난 가치가 드러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인터넷 위에서 작동하는 모든 것들은 이제 그 속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AI는 다음 주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뛰어오고 있다. 부딪혀 크게 넘어질 것인지, 그 등에 올라탈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1천360만 경기도민의 인공지능 문턱을 낮추고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기획된 ‘경기도 AI 리터러시 교육(https://gapchallenge.ai)’ 현장의 열기는 오늘도 뜨겁다.

김형태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