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여행] 나눔과 참삶

2024-10-13     김명자

나는 27년 전 일을 회상해 본다. 작은 중소기업을 남편과 함께 둘이서 경영을 하였다.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 사업을 잘 마무리해야 할 단계가 되어서야 불현듯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신 분이 누구일까 생각하게 되었고, 결혼 전을 떠올려 본다. 친정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재혼 문제로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그때 아이가 있는 분과 재혼을 하시려고 해서 동생들과 그 아이와의 차별대우가 생길 것 같아 나로서는 완강하게 반대를 하였다. 이에 몹시 화가 나신 아버지께서 무섭게 나에게 매질을 하셨다. 그래도 몸이 아픈 것보다 동생들을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온몸으로 반대하였고, 그때 생긴 마음의 상처는 나를 오랫동안 힘들게 하였다. 어린 우리를 두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밤새도록 펑펑 많이도 울었던 생각이 난다.

그때 친구의 어머니가 나를 챙겨주시고 보듬어 주시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지금도 친구 어머니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아무리 부유한들 물질과 마음으로 베푸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 그렇게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셨다. 우리 남매는 외로움을 달래며 친구 어머니의 사랑에 기대어 덕분에 잘 자랐다. 그 후 친구네는 친구 오빠의 사업이 잘못되어 생활 형편까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집 가족도 대가족이라 더욱 어려운데 친구 오빠가 개척 교회를 세웠다니 신도들도 없고 생계마저 힘든 시기였다. 나는 천만 원을 들고 친구 어머니를 찾아뵈었다. ‘그때의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립니다’ 했더니, 목사님께서 감사의 축복 기도를 하시는데 사모님이 하염없이 눈물 흘리시는 것을 바라보며, 사모님 두 손을 잡아 드리니 그 날 식구들 먹을 양식이 없었다 하시며 오랫동안 우셨다.

이런 기회에 참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앞으로도 내 작은 손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들어가는 낙엽이 정겹고 아름다운 가을이 왔다. 내 인생도 가을처럼 익어 물들어가고 있다. 이제 서로 작은 나눔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면 더 밝고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가을이다.

김명자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