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가득 강소기업] 한상건 이지텍 대표 "건전지만 있으면 어디서든 깨끗한 물 마실 수 있어요"

2024-10-28     이성관

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자원이다. ‘식량 없이 3주를 살아도 물 없이 3일은 못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눈을 돌려 보이는 편의점에만 가도 생수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체감은 어렵지만, 사실 별다른 정수 과정 없이 우리가 바로 섭취할 수 있는 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서울의 아리수처럼 마실 수 있는 수돗물조차도 수도 배관 상태에 따라서는 섭취에 제한이 있을 정도다.

때문에 정수기를 두고 있는 가정이 많다. 다만, 대부분의 가정용 정수기는 설치 및 관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간에 제약이 많고,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다는 불편함이 있어 환경이 열악한 가정은 정수기 설치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지텍’은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기 위해 ‘무설치 정수기’를 개발했다. 따로 수돗물과 연결하지 않고, 건전지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편하게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다. 그 혁신적인 기능에 힘입어 해외에서는 예약 고객들이 줄을 설 정도다.

중부일보는 한상건 이지텍 대표를 만나 앞으로 정수기 시장을 이끌 기술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상건 이지텍 대표가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시장을 앞장선 세계 최초의 무설치 정수기="아무런 설치 과정 없이 건전지랑 물만 있으면 간단하게 정수가 됩니다. 이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최초로 개발된 기술입니다."

한 대표는 이지텍에서 직접 개발한 ‘무설치 정수기(EGW-3V600)’를 설명하며 굉장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무설치 정수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배관 작업이 필요없다는 점이다. 배관 작업은 비전문가가 직접 하기 어려워 무조건 설치기사가 방문해야 하며, 설치 장소도 부엌 등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설치 정수기의 경우 수돗물을 넣고 다이얼만 돌리면 정수된 물이 출수되기 때문에 어디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간편하다고 해서 정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수기 제작 당시 한 대표가 가장 신경쓴 부분은 필터의 성능이었다. 실제 해당 정수기에는 중금속과 잔류염소, 세균, 박테리아까지 정수하는 4단계 정수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게다가 필터 교체도 원-터치 방식으로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어 편의성도 높였다.

그는 "해외에서 무설치 정수기를 원하는 곳이 많다"며 "일본이 대표적인데, 일본의 경우 지진 등의 위협으로 인해 배관 작업을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직도 생수통을 끼우는 방식의 옛날 정수기를 사용하는 곳이 많다보니 우리 정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지텍의 제품은 90% 이상이 해외 수출용으로 제작된다. 미국, 남미, 유럽, 동아시아 등 18개국에 수출이 진행될 정도로 국제적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지텍의 주력 상품 중에는 무설치 정수기 뿐만 아니라 ‘스마트 수소수기’도 있다. 수소수기는 정수된 물을 특수 설계된 전해조에 통과시키며 물 속의 용존수소량(물에 녹아있는 수소의 양)을 늘리고, 반대로 산소를 배출시키는 제품이다.

그는 "용존수소량이 높아진 수소수를 음용할 경우 물속 수소가 몸속의 활성산소와 결합해 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많이 찾는 기능수"라고 말했다.

이어 "이지텍의 스마트 수소수기는 비접촉식 수소 발생시스템으로 스케일에 의한 전극 손상이 없어 오랜 기간 고농도 수소수가 일정하게 공급된다는 특징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상건 이지텍 대표가 중부일보에 직접 개발한 무설치 정수기를 소개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20여 년의 가전제품 제조 경력…고객을 최우선하다=한 대표는 2010년 이지텍을 설립하기 전까지 20여 년간 정수기 및 가전제품 제조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 기간 제품 콘셉트부터 부품 설계, 공정 설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정수 시스템에 대한 경력을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는 기존의 정수기와 관련해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했다.

그는 "물을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운 배관 작업과 필터 교체 시 방문 관리의 발생으로 인해 고객의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발생될 수 밖에 없다"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자 했는데,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퇴사를 한 뒤 이지텍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지텍의 성장 과정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제조업체의 특성상 한 대표 혼자 현장의 모든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수행하고, 여기에 더해 신제품 개발까지 진행하다 보니 회사에서 숙식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현재 이지텍은 수많은 특허를 갖고, 해외에서 먼저 제품을 찾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그는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신념으로 그 때를 이겨낸 것 같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해준 구성원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창업 초기를 회상했다.

한상건 이지텍 대표가 자사의 중부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설치 정수기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임채운 기자

◇이로운 지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이지텍이라는 이름은 ‘이로운 지식으로 제품을 제조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한 대표의 기본 이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한 대표와 이지텍은 제품 개발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R&D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며, 신규 시장 개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는 "수소수기와 정수기 시장에서 ‘저비용 고효율’ 분야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약 18개국에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존 거래처와는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신규 시장은 개척해 3년 내 수출국을 약 30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나중에는 이지텍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가장 먼저 구상 중인 것은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기부 등이다.

그는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이지텍이 될 것"이라며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NO.1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는 엔지니어다. 마케팅 포인트가 있는 제품을 만들기 보다는 실제로 고객들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든다"며 "앞으로도 성능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