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전통시장, 여기요 여기] "모란서 피어오른 고소함, 온라인에도 퍼트릴 겁니다"

2024-11-04     이성관

전통시장이 오프라인을 벗어나 온라인으로 나오고 있다. 경쟁 유통업계의 약진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줄어들자 새롭게 활로 모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구성해 온라인 플랫폼에 진출하며 시장을 알리는 데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입구부터 고소한 향이 가득한 모란전통기름시장, 성남시의 대표 시장인 이 곳에는 ‘모란전통기름 협동조합’이 있다. 해당 조합은 2019년 시장 내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 등 7개 업체가 모여 만들어졌다. 초창기만 해도 예산 문제부터 브랜드 제작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지만 2020년부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소상공인 협업 활성화 공동사업’을 통해 안착에 성공하며 이제는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중부일보는 온라인 시장을 선도하고, 모란전통기름시장의 대표 특산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광용 모란전통기름 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조광용 모란전통기름 협동조합 이사장이 중부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체 기름 브랜드 백년향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오프라인 대신 카카오·쿠팡에서 만나요=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모란전통기름시장은 현재 기름집 39개가 모여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름거리다. 거기다 대부분의 점포가 2~3대째 운영되는 만큼 세대 교체도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다만, 시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점차 손님이 줄어든다는 점은 큰 고민거리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며 오프라인 시장이 크게 위축된 만큼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다. 조 이사장을 중심으로 시장 내 백년가게·백년소공인으로 지정된 7개 업체가 협동조합을 설립한 배경이다.

조 이사장은 "온라인 시장의 필요성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지만 점포별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자니 한계가 명확했다"며 "이에 따라 협동조합을 설립하자는 논의가 진행됐고, 몇몇 업체들과 뜻을 같이하며 조합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기름집 39개 모여 있는 국내 최대 기름거리

손님 줄면서 위축… 온라인 확장 필요성 느껴

2019년 백년가게 등 7개 업체 협동조합 설립

현재 모란전통기름 협동조합에서는 모란향가(家)라는 이름의 기름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 중이다. 모란향가는 굳이 시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쿠팡을 비롯해 카카오메이커스, G마켓 등 대형 유통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만큼 접근성도 좋다.

그는 "이렇게까지 매출이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해주신다"며 "조합이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가 2년 째인데 벌써부터 한해 5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 설립 후 온라인 시장 확보 외에 모란전통기름시장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시장이 ‘대한민국 제1호 백년기름특화거리’가 되는 데 조합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조 이사장의 설명이다.

지난 2022년 성남시와 소진공이 백년기름특화거리를 지정할 때 ▶백년가게·백년소공인 밀집도 ▶전통성 ▶장인정신 ▶혁신 의지 ▶성장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는데, 협동조합 설립이 이러한 부분에 높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또한, 협동조합의 모란향가가 크게 흥행하자 시장 내 다른 점포에서도 모란향가의 디자인과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며 전체적으로 기름 포장의 퀄리티가 상승했다는 것도 조합의 긍정적인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조광용 모란전통기름 협동조합 이사장이 우리나라 제1호 백년기름특화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협업 활성화 공동사업 통해 어려운 일도 극복=지금은 매년 수억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지만 조합에게도 여전히 어려움이 남아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자금적인 요소였다. 현재 남아있는 39개 점포 중 조합에 가입돼 있는 이들은 10곳으로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7개 업체로 시작했던 초창기에 비해서는 늘었지만 여전히 출자할 수 있는 조합원은 5곳 밖에 되지 않다 보니 자금력에 대한 한계가 있다.

더욱이 조합과 별개로 각자 자신의 점포를 운영해야 하니 조합 운영에만 집중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소진공의 ‘소상공인 협업 활성화 공동사업’에 도움을 받으면서 비로소 사업에 물꼬를 트게 됐다.

'소상공인 협업 활성화 공동사업' 통해 안착

공동브랜드 '모란향가' 오픈마켓 판로 확보

쿠팡·카카오 등 판매… 매년 수억 수익 짭짤

해당 사업은 사업등록증을 갖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할 경우,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품목당 일정액수 이상의 장비를 지원하는 ‘공동장비’와 CI(Corporate Identity), BI(Brand Identity) 등 공동브랜드 개발 및 마케팅,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공동일반’으로 구분되며 이를 통해 조합의 자립을 촉진한다.

모란전통기름 협동조합의 경우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첫 해에는 공동브랜드로 모란향가를 개발했으며, 2021년도에는 공동사업장을 임차해 공동장비 구축을 완료했다.

3년차인 2022년에는 제품의 위생강화를 위해 공동사업장의 HACCP(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 인증을 받고 본격적으로 쇼핑몰과 오픈마켓 및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판로개척을 진행했으며 이 같은 성과를 지난해까지 이어왔다.

조 이사장은 "조합이 노력한 부분이 있지만 소진공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금을 지원받은 만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국민 식생활에 도움도 되고 부가가치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백년기름특화거리로 조성된 모란전통기름시장 전경. 이성관 기자

◇조합 공장 소유하고 성남의 대표 특산물로!=조 이사장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조합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공동사업장을 임차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에서 소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조합의 사무실과 공장 등을 임차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임대료와 같은 부분에 있어 조합의 발전이 더뎌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이사장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면 조합원 외에 직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기게 될 것"이라며 "결국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장을 직접 소유하기 위해서는 조합이 더욱 성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조합은 모란향가를 향후 성남시의 특산물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1호 백년기름특화거리 지정 중추적 역할

조광용 이사장 "성남시 특산품으로 만들 것"

그는 "모란시장이 수도권에서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시장임에도, 딱 떠오르는 특산품이 없다"며 "우리가 만든 브랜드를 통해 모란시장의 특산품, 성남시의 특산품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 모란향가는 올해 경기도와 성남시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답례품으로 구매할 정도로 지역에서도 관심을 갖는 제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앞으로도 모란향가를 더욱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모란전통시장에서 나오는 기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기름이다. 모란향가도 마찬가지"라며 "앞으로도 좋은 원물을 사용하며 항상 맛있는 기름을 생산해 성남시의 특산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