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수칼럼] 카페와 라이브러리
카페 풍경이 흡사 도서관 같았다. 어수선한 곳에서 공부가 잘될까. 습관으로 고정된 의식이 앞섰다. 아재들의 대화는 그들의 집중을 방해했고, 번갈아 날아오는 시선은 우리를 서둘러 밖으로 밀어냈다. 카페에서 과도한 전자 장비 사용으로 인한 논란 기사가 종종 나온다. 이용자와 운영자의 공간 사용에 대한 이해는 사뭇 상충한다. 음료 주문과 체류시간의 불비례가 공간의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콘센트를 차단하거나 전기료를 받는 곳이 생겼고, 두 시간 넘어가면 추가 주문을 요구하기도 한다. 공부하는 행위가 찻값과 연동되다니.
"나는 MZ세대 취업 준비생입니다. 대학을 졸업했으나, 아직 사회 조직에 투입되지 못했습니다. 재학시절 누리던 교육 서비스도 더는 곁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취준생, 카공족이라고 부르는 호칭은 내 미래의 불가측 증거입니다. 매일 가는 카페의 익숙한 분위기에서 나는 적지 않은 위로를 받습니다. 헤드셋을 꽂고 책을 보면서 적당한 자유를 느끼곤 합니다. 알고 보면,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카페를 찾습니다. 재택근무자, 프리랜서, 자영업자도 자주 오는 이곳은 도서관과 카페의 기능이 적당히 섞여 있습니다.
카페에 머무는 동안 미안한 일이 여러 번 생깁니다. 빈자리가 없어 손님이 돌아나갈 때, 사장님의 마뜩잖은 표정을 볼 때, 전기를 오래 사용할 때, 추가 주문을 하지 못할 때, 나는 내 자신이 이방인처럼 보이고 약간의 모멸감을 느낍니다.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 싶지만, 타서 쓰는 용돈으로는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4천 원짜리 커피의 손익분기점이 1시간 42분이라는 연구 결과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이에게 손해를 끼치며 얻는 이익은 온전한 거래가 아님을 알기에, 추가 주문으로 내적 평온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습니다.
많은 청년들은 카페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느낍니다. 적당한 소음이 허락된 공간의 유연성은 오히려 활기를 줍니다. 카페는 변신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기원(棋院)을 대체한 카페가 생겼고, 몽골에는 K-콘텐츠 체험 카페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장충동에는 고택에 건축물의 정체성을 담은 카페가 있고, 마포에는 일반 손님과 카공 손님을 다른 공간에 받는 곳도 있습니다. 담배 연기 자욱한 다방에서 크림 푼 커피 한 잔 놓고, 디제이에게 신청곡을 접수하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카페 문화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카공족의 증가는 카페의 기능을 재정립하라는 요구를 촉진합니다.
강제된 고요함은 제 사고를 오그라들게 합니다. 적당한 백색소음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며, 내가 발생한 소음도 상쇄해 줍니다. 구속감이 없어야 머리를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경직된 곳에서는 아이디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내게 공공도서관은 잘 맞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야 한다는 것도 나라마다 그 문화가 다릅니다. 토론하느라 시끌벅적한 나라도 있습니다. 나는 공공도서관이 카페 기능을 수용하여 유연하게 변신하기를 제안합니다. 독서하고, 먹고 마시고, 토론하고, 그룹 스터디하고, 음악 감상하고, 문화 활동하고, 미디어를 활용하는 여러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의 기능과 형태는 시대를 따라 변화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점토판과 파피루스 문서 보관소로 시작된 도서관이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문헌을 보존하며 연구와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적막한 도서관 시대는 이미 저물었습니다. 20세기 말, 도서관은 디지털 혁명으로 정보 접근성의 중심지가 되었고, 최근에는 전자책, 디지털 자료 제공, 창의적 학습 공간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도서관이 경직된 자료 보관소를 넘어, 지식 공유와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한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공간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변화해야 합니다. 도서관은 창의적 사고를 퍼주는 샘터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디지털 접근성 강화, 융합형 학습 공간, 개인별 학습 지원, 지역사회와의 연계와 같은 기능을 담아, 살아있는 지역 커뮤니티센터로 더 과감하게 변신해야 합니다. 이용자가 즐겨 찾지 않는 도서관은 운영할 가치가 없습니다. 정체성의 혼조가 있던 기존 카페는 개성이 특화된 사교와 문화의 공간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분명한 것은, 제가 온전하게 정규 요원으로서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면, 카페에서 예전처럼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주용수 한경국립대학교 창의예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