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탄소 경제 시대를 대비해야
얼마 전 만난 한 농수산물 유통회사 대표는 농수산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려지는 식재료를 가축 사료로 만들어 축산농가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 톤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가축 사료로 전환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감축되는 온실가스에 대해서는 단순히 감축될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이 감축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고 검증하여 탄소크레딧으로 인정받았다면 선의의 행동이 일정 부분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탄소 감축 활동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탄소감축에 대한 규제와 압력이 강해지고 있어 각국 정부나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청정경쟁법(CCA) 등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비용 부담과 시장 진입장벽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와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소비’와 ‘의미소비’가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탄소감축은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주요한 변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이제 탄소라는 변수를 반드시 고려하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기존 사업 모델을 전환하거나 혁신해서 탄소크레딧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기업은 먼저 현재 운영 중인 사업에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 기후테크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여 탄소 감축을 추진하는 동시에 정확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탄소 추적 및 분석 플랫폼은 이러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이런 방식으로 기존 사업에 탄소 감축 모델을 통합함으로써, 탄소감축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효과적으로 탄소크레딧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조각탄소이니셔티브(MCI)는 소규모 탄소 감축 활동에 대한 평가, 검증, 인증을 통해 조각탄소크레딧을 부여하는 캠페인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러한 조각탄소를 통해 대규모 탄소감축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며, 동시에 탄소크레딧에 의한 부가 수익을 얻게 되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제품의 원료 조달, 생산,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추적하여 이를 최소화하거나, 서비스업에서는 업무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자체적으로 플랫폼 구축이 어렵다면, 탄소 측정 및 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전문 기업과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탄소 배출 감소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조각탄소는 기존 탄소중립 계획에서 소외된 소규모의 다양한 탄소 감축 활동을 포괄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이 확대되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소외된 탄소감축량을 확보하는 것이 해외 자발적 탄소크레딧을 확보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탄소 경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 현재의 사업 모델을 철저히 분석하고 탄소 감축 가능성을 파악하고 둘째, 이를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과 협력하며 셋째, 탄소 감축을 단순히 비용 절감의 차원에서 벗어나 경제적 가치 창출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탄소 경제의 리더가 되는 것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며,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다. 지금이야말로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경제의 중심에 설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