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탁 칼럼] 폭설이 주는 교훈

2024-12-04     진영탁

지난주에 기록적인 폭설이 있었는데요.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로 인해 도심 상가와 농촌 농가에 피해가 막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갑자기 발생하는 폭설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번 폭설에 대한 다양한 뉴스와 제가 경험하며 느꼈던 것들을 중심으로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과감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폭설로 인해 안양 농수산물 도매시장 천장도 무너져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큰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안양농수산물 상인회장의 적극적인 대피 명령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상인회장은 전날부터 쇠파이프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등 이상징후를 발견하자 오전부터 과감하게 휴장을 명령했다고 합니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인들의 반대와 불만이 예상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 상인회장의 과감한 결정이 많은 상인들과 고객들의 목숨을 살리는 귀한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위기 상황에서, 특히 인명 피해가 걱정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둘째, 때론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저도 폭설이 내린 날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고 일찌감치 자가용 출근을 포기하고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이동 했습니다. 그런데 마을버스 두 대가 만차로 무정차 통과를 하게 되자 다급한 마음에 포털사이트에서 길찾기를 검색하며 급히 일반 버스가 있는 정류장으로 이동 했습니다. 빙판길이었기 때문에 사실 가까운 거리의 다른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3분 후에 도착예정이던 일반 버스도 차량 사고가 났는지 갑자기 37분으로 변경되는 등 돌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고, 이후 만차가 아닌 상태로 지나가는 종전에 타려고 했던 마을버스를 바라보면서 처음 정류장에서 기다릴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처음의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출근길은 훨씬 더 늦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때론 위기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셋째, 겸손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렇게 미처 예측하지 못한 위기 상황일수록 우리는 우선 ‘나의 판단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점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앞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위기 상황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겸손히 인정하고 그 상황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날 마을버스를 힘겹게 타고 가면서, 지하철역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빙판길을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깨끗한 보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하루 만에 제설이 잘 되어 교통이 원활한 것을 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K-제설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폭설이라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위기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어려운 상황 앞에서 낙담하지 말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며 때로 과감하게 결정하고 때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로운 독자 여러분들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진영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