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 칼럼] 공장·사무실 함께 쓰는 건물은 상가인가?

2024-12-25     위철환

"임차건물에서 용접가공으로 만든 제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임대인은 계약갱신요구를 받고도 건물을 인도해 달라고 하니 너무 억울합니다."

민원인은 2019년 10월 18일 건물주와 공장건물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2천만 원, 월차임 200만 원, 임대차기간 2020년 1월 17일부터 2022년 1월 16일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민원인은 2020년 2월 3일경 위 건물을 사업장 소재지로 하여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그 건물에서 레이저 용접의 제조업을 해왔다.

위 건물의 부동산등기부등본에 표시된 용도와 일반건축물 대장에 표시된 주용도는 제조업소인데, 그 건물 중 일반철골구조에 의한 287.5㎡는 ‘제2종근린생활시설(제조업소)’이고, 경량철골구조에 의한 36.8㎡는 ‘제2종근린생활시설(제조업소 사무실)’이다. 위 건물의 실제구조 및 이용현황에 의하면, 위 287.5㎡는 용접작업장으로, 위 36.8㎡는 사무실로 각 구획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민원인은 위 건물 외에 별도의 영업용 사무실을 두고 있지는 않다.

민원인은 위 건물에서 고객들로부터 의뢰받은 특정물품에 관한 용접가공 및 제조를 하고 완성된 제품을 고객들에게 납품하여 왔으며, 그 건물의 사무실에서는 제품대금 수수를 위하여 세금계산서, 거래명세표 등을 발행 또는 교부하고 고객들로부터 신용카드·계좌이체 등의 방법으로 대금을 지급 받아왔다.

민원인은 2021년 11월경 임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그러나 임대인은 민원인의 요구를 거절하고 2022년 1월 16일 임대차계약 종료를 원인으로 건물을 인도하라는 소송을 냈다. 민원인은 계약갱신요구에 의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이 갱신되었으므로 건물인도 의무가 없다고 응소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임대차목적 건물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상가’인가 아니면 그 법의 적용범위 대상이라고 볼 수 없는 ‘제조공장’인가이다.

위 재판의 제1심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에서 제조·가공 외에 영리활동을 겸했다고 보아 그것이 ‘상가건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임차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제2심법원은 임대차건물의 주된 부분이 제조공장인 점, 임대차계약서의 표제가 부동산(공장)계약서인 점, 제품인도는 사실행위에 해당하므로 영업행위가 이뤄진다고 보기어려운 점, 대금결제가 주로 계좌이체로 이뤄져 건물에서 직접 대금을 받는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하여 계약은 제조업을 목적으로 한 공장임대차 계약일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영리활동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그 건물이 상가건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임대인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음으로 반전은 제3심 법원에서 다시 일어났다. 대법원은 지난 달 14일 선고한 건물인도 사건(2024다264865)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임차인 승소판결을 내렸는데, 그 요지는 같은 건물 안에 용접회사의 공장과 영업용 사무실이 함께 운영됐다면 해당건물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대상인 상가건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위 건물의 대부분은 용접가공 및 제조를 하는 작업장이고 일부분이 그 외의 업무를 하는 사무실로 구성되어 있지만, 임차인은 그 건물 외에 별도의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으며 그 건물에서 상품의 제조·가공과 함께 대금수수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제조업을 하는 상인인 임차인이 임차목적 건물에서 하는 작업은 모두 일련의 영업활동에 해당하며 그 건물 전체가 영업활동을 하는 하나의 사업장으로서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건물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임대차계약 당시 임차인은 임차목적 건물을 단순히 상품의 제조·가공 등 사실행위만을 위한 공장으로만 사용할 의사였다기보다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업용으로 사용할 의사였을 것으로 보이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임차인이 제조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그 건물을 공장으로 사용하는 이상 영업용으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살피건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목적과 같은 법 제2조 제1항 본문, 제3조 제1항에 비추어보면, 위 법이 적용되는 상가건물의 임대차는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에 대하여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임대차를 가리킨다. 그리고 그 건물이 상가건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부상의 표시가 아닌 건물의 현황·용도 등에 비추어 영업용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종래 판례의 입장이다. 임차인이 임대차건물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영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지명도를 형성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소유주가 2년 만에 건물을 인도요구하는 것은 임차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이다. 이에 위 법은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임차인에게 10년 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비추어볼 때 영업용 공장을 상가건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