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전통시장, 여기요 여기] '탕탕탕' 3종세트로 소비자 입맛 저격한 수원 정자시장… 비결은 디지털 전환

2024-12-30     이성관
김갑수 정자시장 상인회장이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전통시장이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손님들은 직접 시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 주문을 통해 집에서도 편하게 시장 물품을 배달받을 수 있게 됐다.

일부 전통시장은 온라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PB(Private-Brand products, 판매사에서 자체적으로 출시하는 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정자시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앞서 ‘문화관광형 사업’(2022년)과 ‘배송센터 구축사업’(2023년) 등을 거치며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디지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거기에 더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탕탕탕’ 제품의 대성공을 기반으로 정자시장만의 경쟁력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중부일보는 디지털 전통시장을 선도하는 정자시장을 방문해 시장만의 맛집부터, 성공 전략, 향후 구상까지 들어봤다.

점심, 저녁시간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으로 유명한 대왕만두 정자시장 본점 전경. 이성관 기자

◇줄 서 먹는 ‘대왕만두’, 시켜먹는 ‘이유장어’=정자시장은 1991년 개설된 이후 2009년 재래시장으로 등록된, 비교적 역사가 짧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1만5천여 가구의 주택단지가 인접해 있기 때문에 많은 지역주민들이 정자시장을 방문한다.

그만큼 정자시장에는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맛집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대왕만두’와 ‘이유장어’ 등이 있다.

2006년 문을 연 대왕만두는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점심, 저녁시간마다 대기줄이 발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며 2대째 운영되고 있다.

하루에 1천개, 판으로는 300판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뒤에도 대왕만두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고 말할 정도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왕만두, 만둣국용 만두 등 다양한 종류의 만두를 직접 손으로 빚어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상 손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경우가 많지만 대왕만두는 피가 얇아 쫄깃함이 살아있다. 또한 당일 만들어 다음날 아침까지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갓 빚은 만두’가 먹고싶을 때 방문하기 좋다.

대왕만두가 줄 서 먹는 로컬맛집이라면, 이유장어는 온라인 배달을 위주로 한 맛집이다.

지난해 오픈한 만큼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기존에 청주에서 오랜 기간 장어집을 운영해온 부모님의 노하우를 이어받아 자매가 운영하는 만큼 맛에 있어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물장어 포장·택배를 전문으로 하는 이유장어 전경. 이성관 기자

이유장어는 밀키트 판매를 주력으로 한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포장판매를 통해 직접 방문해서 수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현장에서 식사는 불가능하다.

이유장어의 가장 큰 장점은 고품질의 자포니카 장어를 온라인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당일 손질하는 만큼 장어가 신선하고, 가게에서 초벌해서 나가기 때문에 집에서 연기 걱정 없이 장어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 외에도 정자시장에는 애견 동반 입장이 가능한 ‘인생국수’를 비롯해 ‘착한 탕국’, ‘자연을 담은 떡’ 등 맛집이 다수 위치해 있으니 시장에 방문해 한 차례 식도락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김갑수 정자시장 상인회장이 중부일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주택가 따라 일직선으로 쭈욱!…단골 넘치는 시장=정자시장은 410m가량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시장의 형태를 하고 있다. 시장 입구부터 끝까지 한 바퀴를 돌면 1㎞ 정도 돌아보는 셈이다. 보통 전통시장이 골목 골목 포진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특수한 형태다.

그렇다고 점포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150개 점포가 시장 내 위치해 있으며, 총 매장면적은 1만4천946㎡에 달한다. 또한 주택가에 위치한 만큼 정자시장을 다니는 유동인구도 많다.

정자시장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인근 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쇼핑카트 20개를 마련해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걱정없이 시장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3S(친절, 청결, 정직) 헌장을 만들어 각 점포에 비치했다.

올해는 주차장 확장사업도 실시해 2025년에는 11대의 추가 주차 공간이 제공될 예정이다.

추가적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지역 주민과의 유대감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행사도 개최했다. 매년 설·추석 명절마다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사생대회나 노래자랑 등도 열어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정자시장 상인회는 시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도에는 문광형 사업을 통해 시장 마스코트를 정비했으며,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를 실시하는 등 변화를 모색했다. 지난해에는 배송센터를 구축하고, 수익활동을 위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김갑수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일자형 형태로, 주변이 모두 주택가이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골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장"이라며 "계속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오프라인 행사 뿐만 아니라 상인들의 라이브커머스와 같은 온라인 행사도 개최하고 있으며, 경기도우수시장박람회 등을 통해 정자시장을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자시장의 PB상품인 ‘탕탕탕’ 3종세트. 이성관 기자

◇탕탕탕!…소비자들 마음에 히트(HIT)한 PB상품=정자시장은 소진공의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사업은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을 위해 운영 조직 구성 및 역량 강화, 상품 발굴, 입점 마케팅, 배송 인프라 구축 등 디지털 기반 구축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은 상인들이 배송센터에 물건을 갖다 놓으면 주문자에게 근거리 배송해주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행히 정자시장의 경우 2022년 문광형 사업과 2023년 배송센터 구축사업, 협동조합 설립 등을 통해 디지털 전통시장 전환을 위한 초석을 다진 바 있다.

그렇게 올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실시한 결과 12월까지 약 8천만 원 이상의 매출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김 상인회장은 빠르게 디지털 정착이 가능했던 이유로 젊은 상인 연령층을 꼽았다. 실제 정자시장 상인 연령 중 60% 이상이 온라인 시장에 익숙한 3040대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정자시장 디지털 육성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PB 상품 개발이었다. 정자시장은 올해 ‘한우고기곰탕’, ‘한우나주곰탕’, ‘한우꼬리곰탕’ 등으로 구성된 ‘탕탕탕 3종세트’를 개발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때부터 지상파 방송에 소개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제주도, 부산, 경남 등 전국으로 배송되며 약 3천만 원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김 상인회장은 "이러한 PB상품은 디지털 육성사업이 끝나고 상인들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또한 여기서 나온 수익금 일부를 지역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계층을 돕는 데 사용하며 지역 상생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자시장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디지털 전환 시장으로, 오프라인·온라인 관계없이 모든 연령대의 손님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편안하게 장보고 가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