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신원 확인 어려운 미성년자들… '지문 등록 의무' 솔솔
179명의 목숨을 앗은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미성년자의 지문 등록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유전자(DNA) 감식을 생략하고 신원 확인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함인데, 개인정보 감시에 대한 우려도 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30일 오전부터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유가족 대기장에는 ‘김OO, 이OO...’ 등의 추가 신원 확인자에 대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익숙한 가족 이름이 들릴 때면 2차 신원 확인을 위해 공항 격납고에 마련된 안치실로 이동하는 유족들이 있는가 하면, 이름을 듣지 못한 유족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특히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17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등록된 지문이 없어 신원 확인 절차가 지체됐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의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늦게까지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5명 중 2명이 미성년자에 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문 대조가 어려운 이들에 대해선 현장에서 유족들의 DNA를 채취해 여러 차례에 걸친 DNA 대조 방식을 통해서야 최종 신원 확인이 가능했다.
이에 무인공항 참사를 계기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지문 등록 의무제의 필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과거부터 지문 등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 등록을 꺼리는 부모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사전 등록 지문 악용 또는 남용 시에 강력한 책임을 물게 하는 방식으로 등록 의무제를 시행하는 것이 신원 확인 속도를 앞당기는 방법"이라고 했다.
경찰청이 실종 예방 차원에서 운영하는 ‘안전드림’을 통해 미성년자 사전 지문 등록이 가능하지만, 활용처가 ‘실종자 찾기’에 한정적이고 권고 사항에 그쳐 재난 상황 시 신원 확인 절차에 적용이 어려운 점도 지문 등록 의무제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지문 사전 등록을 완료한 미성년자는 도내 18세 미만 인구 201만7천708명 가운데 131만4천362명(65.1%)에 불과했다.
반면 등록된 지문에 대한 악용 범죄가 발생할 때 성인보다 청소년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인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중론도 제기된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는 "지문 감식 과정에서 오류도 간혹 생기는 데다 관리 당국의 감시 및 범죄로 악용될 우려도 적지 않다"며 "범죄 추적, 신원 확인에는 도움 되지만 거꾸로 말하면 개인 식별 정보가 만연히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