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사이드] 중국인 건보료 1조 원 부정수급 주장은 사실일까?
[검증대상] 중국인 건보료 1조 원 부정수급 주장은 사실일까?
다문화국가 진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산업현장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도 이주 외국인을 마주하는 게 일상이 됐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막는 대안으로도 떠오르면서 이들과의 공존은 필수가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국인들이 국민건강보험료를 1조 원 넘게 부정수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주장은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한 디시인사이드에서 제기됐으며, 일부 유튜브 채널 등에서 같은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정작 한국인은 병원비 부담이 커서 진료도 제대로 못 받는데, 외국인이 똑같은 혜택을 누리는 건 말이 안 된다", "중국인들이 이 나라에서 혜택을 받는 게 화가 난다"는 등의 댓글을 게재했다.
그렇다면 이는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중부일보가 중국인 건보료로 1조 원 부정수급 주장을 팩트체크 했다.
[관련링크]
1. 역할 갤러리(2025.01.27)
[검증방법]
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연간 재정 결산 자료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통계를 확인했다. 또한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기준과 실제 재정 수치 현황을 통해 중국인들이 실제로 얼마나 보험료를 납부하고, 급여 혜택을 받았는지 살펴봤다. 더불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부정수급 적발 비율을 분석했다.
[검증내용]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흑자… 중국인만 놓고 보면 적자=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건강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해 외국인 지역가입 조건을 최소 6개월 이상 체류로 변경했고, 직장가입자의 경우도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가입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공개된 2023년 기준 전체 외국인 납부 건강보험료는 약 2조 690억 원이며 직장 가입자가 1조 5천15억 원, 지역가입자가 5천675억 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보험급여는 이보다 적어 건보공단은 2023년 한 해에만 7천403억 원의 재정수지 흑자를 봤다. 다만 중국인의 경우 납부한 보험료보다 받은 급여 혜택이 많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중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2019년(987억 원), 2020년(239억 원), 2021년(109억 원), 2022년(229억 원), 2023년(640억 원)이다. 따라서 중국인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부정수급 적발 비율 0.1% 미만=그렇다면 온라인상에서 확산된 ‘중국인 건보료 1조 원 부정수급’ 주장은 사실일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건강보험을 이용해 진료를 받은 외국인은 총 418만 5천439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 환자는 255만 6천559명이며, 전체 외국인 진료자의 61.1%를 차지한다.
건강보험 지출 규모도 중국인의 비중이 컸다. 같은 해 외국인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은 1조 7천206억 원으로, 이 중 68.6%인 1조 1천809억 원이 중국인 환자 진료비로 사용됐다. 국내 거주 중국인 수가 100만여 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2.25회 병원을 방문한 셈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건보료 부정수급 비율은 극히 낮았다. 2024년 기준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중 부정수급 적발 비율은 0.1% 미만으로, 여기에는 중국인 부정수급 적발 비율도 포함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최근 도입한 AI 기반 감시 시스템을 통해 의심 사례를 정밀 분석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가입자에 대한 허위 정보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검증내용을 종합하면 외국인 전체에 대한 건강보험 재정은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중국인만 따로 놓고 보면 적자를 기록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인 건보료 1조 원 부정수급’ 주장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2023년 기준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중 부정수급 적발 비율은 0.1% 미만이다. 이는 중국인 부정수급 적발 비율도 포함한 수치다.
따라서 중부일보는 ‘중국인 건보료 1조 원 부정수급’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최준희기자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시민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bbodo@joongboo.com)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근거자료]
2. 국민건강보험 내외국인 건강보험료 부과 및 급여 현황
3. 국민건강보험공단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 상위 10위 현황
4. 국민건강보험공단 최근 5년간 부당수급 결정 현황
5. 19년~23년 외국인 연도별 국적별 진료과목별 현황
6.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추이
7. 국민건강보험단 관계자 인터뷰
8. 국회입법조사처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