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웅칼럼] 나의 조국

2025-03-05     유화웅

보헤미아는 체코공화국을 구성하고 있는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체코의 서부와 중부 지역으로 보헤미아(Bohemia)는 라틴어 명칭입니다.

보헤미안은 국적에 관계없이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방랑자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보헤미안과 체코인들은 예로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민족입니다.

이 보헤미아에서 세계적인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와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 1824-1904)가 탄생했습니다.

보헤미안은 프랑스어로 보엠(Boheme)이고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 라보엠(La Boheme)도 보헤미안의 생활을 담고있습니다. 보헤미안은 프랑스에서는 집시(Gypsy)라고 불렀고 방랑자를 뜻하는 배가본드(Vagabond)라고도 했습니다.

국민 음악파의 대표적 작곡가인 스메타나는 보헤미아의 역사 위에 그의 음악을 건설한 애국적 작곡가입니다.

스메타나는 외동아들로 태어나 4살 때 바이올린, 6살 때 피아노를 연주한 신동이었습니다.

이때 F.리스트(Fraz Liszt 1811-1886)를 만났고 리스트의 도움으로 프라하에 음악 학교를 세워 후학을 양성했습니다.

스메타나는 1848년 6월 프라하에서 일어난 혁명운동에 참가하면서 국민의용군에 가담하였고 국민의용군 행진곡 등을 작곡하며 대중을 이끌었습니다. 혁명에 실패한 후 1856년 스웨덴으로 가서 지휘자로도 활동하다가 1860년 귀국하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체코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에 대항하면서 혁명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때 작곡한 것이 교향시 ‘나의 조국’ 입니다.

그는 가정적으로 어렵게 결혼하여 딸 넷을 낳았는데 셋이 사망하고 부인까지 하늘나라로 보내는 슬픔을 당했고 베토벤처럼 청각도 상실했습니다.

1873년부터 1880년까지 청각을 잃은 상태에서 교향시(표제음악의 한 가지로 시적, 회화적 내용을 가지는 자유로운 형식의 관현악곡) 최고의 걸작 ‘나의 조국’을 작곡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지배하에서 모국어와 자국의 문자를 잃고, 조국을 잃었던 민족을 하나로 묶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끼며 조국을 찾는 곡이 되었습니다.

스메타나는 교향시 나의 조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작은 두 샘에서 발원해 차가운 강과 따뜻한 강의 두 줄기가 하나로 모여 숲을 지나 농부의 결혼식, 달빛을 받으며 춤을 추는 인어들의 원무(圓舞), 바위 가운데 솟은 성과 궁전, 그리고 폐허를 지나가는 몰다우강의 흐름을 나타냈다. 몰다우는 프라하를 성 요한의 급류에서 소용돌이를 치다가 프라하를 향해 잔잔히 흘러가며 뷔세흐라트성을 지나 저 멀리 엘베강과 합류하여 장엄하게 사라진다."

‘나의 조국’은 430㎞의 몰다우 강을 배경으로 작곡된 6곡 중에 가장 주제의식이 강한 곡이 ‘제2곡 몰다우(Die Moldau)’인데, 여러 곳의 실개천들이 한 군데로 모여 힘찬 물줄기가 되고 다시 잔잔하게 흐르던 강줄기가 어느 순간 합쳐지며 온 대지를 감싸듯 장대하게 흐르는 상상을 하게 되는 감동을 줍니다. 이것은 흩어졌던 민족을 하나로 뭉치고 단합하는 웅장하고 막힘 없는 대서사라고 하겠습니다.

이 곡은 침묵하고 좌절하고 있는 체코 국민 마음에 불을 당겨 활화산과 같은 애국심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정치가들의 선동적 언변과 감언이설로 국민들을 유혹하여 권력을 잡기위해 포장된 애국심을 소유한 자들에게 던지는 경고이기도 합니다.

조국을 향해 흘린 눈물로 무덤의 왼쪽이 항상 젖어있다는 전설의 스메타나는 가장 체코다운 음악을 작곡해서 체코 국민들에게 ‘국민음악의 아버지’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스메타나는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이 아름답고 장엄한 곡을 완성시킨 후에 프라하시에 헌정했습니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은 체코를 넘어 민족간, 종교간, 영토와 이념분쟁과 전쟁으로 고통을 안고 통일과 화합을 염원하는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함께 공감하고 염원하는 인류 보편의 정서가 담겨있습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이 통합의 상징이 되어 연주되듯이 나의 조국도 지구촌 모든 이들이 함께 들으며 애국심을 가슴에 지니게하는 나의 조국, 우리의 조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