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 앞서 조종사 좌표 확인 기회 3차례 놓쳐"
포천에서 발생한 전투기 오폭 사고를 일으킨 조종사가 최소 3차례 이상의 표적 확인 기회가 있었음에도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와 공군은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투기 오폭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는 지난 6월 오전 10시부터 포천 승진 사격장에서 진행된 화력훈련 중 발생했다. 공군 전투기 13대가 5개 편조를 구성해 참가했는데, 사고를 낸 전투기 2대는 이 중 세 번째로 사격을 실시했다.
오전 10시 4분께 사고 발생 이후 조종사들은 상호 확인 과정에서 좌표 오입력 상황을 인지, 중앙방공통제소에 통보한 뒤 오전 10시 43분께 군산기지에 착륙했다.
이에 이번 공군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편조 1번기 조종사가 전 임무 과정에 걸쳐 적어도 3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종사는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며 비행임무계획장비(JMPS) 컴퓨터에 좌표 등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입력한 뒤, 이를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에 담아 전투기 조종석 내 슬롯에 꽂으면 이 데이터들이 전투기의 임무컴퓨터에 입력돼 다기능 시현기, 전방 시현기 등에 시현된다.
그러나 사고 전날 해당 편조 조종사들이 이렇게 좌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했지만 재확인하지 않으면서 첫 번째 좌표 확인 기회를 놓쳤다.
이어 사고 당일 이륙 전 점검 과정에서 2번기가 장비 오류로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으면서 수동으로 정확한 표적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는 이때도 좌표 오입력을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두 번째 확인 기회도 놓쳤다.
마지막으로 사격 직전 1번기 조종사는 표적 진입 지점까지 정상적으로 진입한 뒤,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음에도 항공기에 시현된 비행 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해진 탄착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육안으로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표적 확인’을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하며 세 번째 확인 기회도 놓친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정확한 좌표를 입력했던 2번기 조종사는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 유지에 집중하느라 표적좌표를 벗어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1번기 지시에 따라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브리핑 이후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했으며, 재산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총장은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제게 있다"며 "주민 여러분들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실 수 있도록 모든 방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기준 포천 전투기 오폭 사고 피해 민가는 총 142가구로, 부상자는 중상 2명 등 총 19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