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사이드] 일반의약품 판매 가격 비교는 불법이다

가격 정보 제공은 '합법' 특정 약국 유도는 '불법'

2025-03-13     강찬구·최준희

최근 생활용품 할인점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 판매가 논란이 되면서 일반의약품 가격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일반] 약국의 일반의약품 판매 가격 비교 서비스가 불법이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일반의약품의 판매 가격은 파는 약국 마음대로. 가격 비교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의약품 비교 사이트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사인사이드 게시글 사진=갈무리

일반의약품 가격이 약국마다 다르다는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에 꾸준히 불만 여론이 형성돼 왔다. 네티즌들은 특정 약품이 싼 약국 상호와 위치를 공유하는 등 약을 더 싸게 구하는 법을 나누기도 한다. 또 포털에서 ‘약값 비교’를 검색하면 관련한 웹사이트가 나오는 등 가격 비교 서비스의 존재도 확인된다. 그렇다면 일반의약품의 가격 비교가 불법이라는 글쓴이의 주장은 사실일까? 중부일보가 이에 대해 팩트체크 했다.

가격 비교가 생기는 이유는 자명하다. 사는 곳마다 가격이 다르고, 소비자는 물품을 싼 값에 구매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약값은 약국마다 다르다. 이는 우리나라가 약사법(제56조 제2항) 및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제3조), 그리고 이에 따른 ‘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근거해 ‘판매자 가격표시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떤 곳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실제 서울 종로나 수원 남문 등에 위치한 몇몇 약국은 약값이 싼 곳으로 소문이 나, 날을 잡아 약품을 한꺼번에 사러 가기도 한다.

이런 배경에서 의약품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는 일찍이 2000년대부터 등장했다. 약사들과 약사회는 이들 가격 비교 서비스를 줄곧 비판해 왔다. 관련 기사를 보면 의약계 일각은 가격 비교 서비스가 ▶가격경쟁으로 인한 시장 혼란 ▶약국 간 갈등 ▶특정 약국이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일반의약품의 판매 가격을 비교하는 서비스는 불법일까? 

최근 수원시 권선구 한 약국에서 약사가 의약품을 정리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앞서 설명했듯 현행 약사법에는 약국이 일반의약품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의약품의 온라인 판매는 명확히 금지되어 있으며, 전문의약품(처방약)의 광고 및 홍보 행위 역시 엄격히 금지된다. 약사법 제44조는 약국 개설자 이외의 의약품 판매를, 제47조는 소비자 유인행위를, 제68조는 전문의약품의 광고를 각각 금지하고 있다.

실제 최근 약사들이 위법 또는 불법 소지를 제기한 경우도 전문의약품 가격을 표시하거나 효능을 광고한 경우다. 의약전문지 ‘약사공론’의 ‘약국 가격비교 사이트 불법 만연…약사회, 강력 대응’(2024년 3월 22일) 기사는 가격 비교 서비스 ‘B사’가 전문의약품인 비만치료제와 탈모치료제의 가격과 효능을 광고했다며 이에 대해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한 약사회의 입장을 전했다.

이를 종합하면 의약품 비교 서비스가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는 서비스의 운영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여러 약국의 일반의약품 가격 정보를 단순히 중립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약국을 홍보하거나 소비자를 특정 약국으로 유도하는 경우 약사법 제47조(소비자 유인행위 금지)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문의약품을 포함해 가격이나 효능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약사법 제68조(전문의약품 광고 금지)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의약품 광고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약사 출신인 조미현 변호사는 "약품 가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약사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가격 비교 서비스가 특정 약국으로 소비자들을 유도하거나 몰아주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환자 유인행위’로 분류돼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약사 전체가 가입돼 있는 대한약사회 최헌수 대외협력실장 역시 "일반의약품 가격비교 서비스 자체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약사회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부일보는 ‘일반의약품 판매 가격 비교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검증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한다.

다만 가격비교 서비스가 소비자 권익과 일반의약품 시장을 위해 건전하게 역할하려면 불법·위법 소지가 있는 홍보행위를 근절하고 가격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미현 변호사는 "1999년에 정찰제를 버리고 판매자표시제를 도입한 것은 경제 원리에 따른 가격경쟁을 촉진해 합리적인 약값을 형성하기 위해서였다"며 "가격 비교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가격 선택권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헌수 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약사들과 약사회는 가격 비교 서비스의 공신력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가격 비교의 기준이 없어 약값이 크게 싼 특정 지역을 기준으로 잡으면 실제 평균과 다른 가격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조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어서 약품의 포장 단위등을 제대로 나누지 않고 가격을 파악하거나 하는 이유로 왜곡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조사가 필요한데, 의약품은 종류가 너무 다양하고 약국마다 취급 품목이 달라 제대로된 가격 비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약사회에서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다소비의약품 40여개의 가격 정보를 약국 POS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찬구·최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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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자료]

1. 약사법

2. 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3. 조미현 변호사 인터뷰

4.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 인터뷰

5. 김병희 서원대학교 교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