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왕 새농민] 양주농가 선도하는 서동혁 농부 “성실함이 농사 비법”
젊은 시절부터 40년 간 ‘농사 외길’을 걸어온 농부 서동혁 씨(62)는 양주에서 선도적으로 벼 농사와 콩 농사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남다른 경영 마인드로 농기계를 활용해 과학영농을 선도하고 규모화에 앞장서 지역 농가소득 향상에도 힘을 보태는 것은 물론, 은현 쌀 작목반 회장, 양주시콩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며 품종개량 노력에도 힘쓰고 있다.
◇기계화 선도로 농업소득 증대=서동혁 씨는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농작업 기계화로 농업 생산비 절감을 통해 지역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서 씨는 트랙터 2대, 6조식 콤바인, 이앙기 1대, 벼 건조기 2대, 콩 파종기 1대, 고압분무기 1개, 엔진분무기 1대, 경운기 1대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보유한 농기계를 은현 지역 농가에 임대해주며 보다 효율적으로 지역 농사를 선도하고 있다.
서 씨는 "농기계를 농사에 사용하는 것은 농업 발전에 획기적인 도움이 된다"며 "콩 농사는 원래 노동력이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기계로 현장 탈곡이 돼서 노동강도가 낮아졌다. 기계화로 인해 예전에 한 명이 2천 평(6천600㎡) 심을 수 있던 콩을 2만 평(6만6천㎡) 심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기계를 하나 사려면 1억 넘는데 농협에서도 농기계 은행을 통해 콩 콤파인을 빌려주기도 한다"며 "인당 약 33만 원 주면 3천 평(9천900㎡)을 수확할 수 있다. 인력 쓰는 것보다 훨씬 싸다"고 부연했다.
실제 농촌에서는 약 15년 전만 해도 사람이 직접 논에 들어가 방제를 했는데 이제는 드론이나 광역방제기 등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드론 방제는 100~140m 날아갈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방제가 가능하다.
10년 간 기계를 주로 활용해 농사를 지었던 서 씨는 특히 논에 6개 열로 가지런히 벼를 심을 수 있는 6조식 콤바인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6조식 콤바인을 쓰면 벼가 일정하게 심어지고 비료도 골고루 (논에) 돌아 병충해가 잘 생기지 않는다"며 "특히 콤바인으로 측조시비(이랑의 측면과 작물의 가지 사이에 하는시비)를 고르게 할 수 있어 한 번에 모내기를 하면 가을 추수 때까지 비료를 안 줘도 된다. 현재 양주 관내 80% 정도가 측조시비 농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농법은 살포기로 비료를 뿌렸는데 비료가 많이 떨어진 곳은 벼가 웃자라서 자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콤바인으로 한 측조시비는 골고루 비료가 들어가니까 거의 100% 일정하다"고 기계화의 장점을 강조했다.
◇돕고 사는 농촌사회=벼 농업인 치고는 젊은 편에 속하는 서동혁 씨는 고령화된 농촌에서 벼 농사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농업인(만65세 이상)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 고령농업인들이 한 해 키우는 벼 못자리는 5천800장이지만 공동으로 사용하는 은현농협에는 비닐하우스 3동에 불과해 총 4천장 밖에 키울 수 없다. 이에 서 씨는 자신의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남은 1천800장의 못자리를 대신 키워주고 있다.
은현농가 중 못자리를 잘 키우는 것으로 소문난 서 씨는 최근 매일같이 나가 은현농가 전체의 일 년 농사를 책임질 못자리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서 씨는 "못자리를 잘 키워야 논에 나가서 모낼 때도 부서지지 않고 잘 자란다"며 "병충해가 생기지 않게 환기를 잘 시키고 물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벼 재배면적 감축, 쉬운 일 아냐"=서동혁 씨는 쌀 과잉생산 우려로 인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고, 이에 대한 대체작물로 콩을 심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최근의 정부 정책에 대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쌀을 대체할 전략작물인 콩을 심기 위해서는 논을 밭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땅에 습기를 빼는 복토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수분이 많은 논에 습기를 빼야 해 쉽지 않고, 콩을 심더라도 콩 농사는 벼 농사보다 노동력이 더 들기 때문에 고령화로 인해 70세 이상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서 씨는 "콩 등 전략작물을 심는 게 어렵다. 논이 습기가 많은 땅이라 복토작업이 쉽지 않다"며 "벼는 제초제가 잘 나와서 잡초 제거에 있어 기계화가 잘 돼 있다. 근데 콩은 제초제를 뿌려도 또 잡초가 나온다. 특히 콩과 콩 사이 잡초는 약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람이 앉아서 호미로 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발사업으로 농지가 줄어는 것에 대해 그는 "경기 북부인 양주 지역의 경우는 운정신도시 등 개발 사업으로 농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 때문에 콩을 심을 수 있는 토질 조건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물도 잘 안 빠지는 곳에다 심으면 금방 망가진다. 농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70세가 넘어가는 분들은 콩 농사는 고령화로 인해 못한다고 봐야 한다"며 "돈이야 더 벌겠지만 1년 내내 몸을 구부려서 일해야 하는데 무릎도 허리도 아프니 기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 씨는 수익성 면에서는 "콩이 쌀보다 낫다"고 말했다.
작년에 논을 메꿔서 콩을 심었다는 서 씨는 "벼 대신 콩을 심어 전략작물 직불금도 받을 수 있었고 벼보다 수익이 좋았다"며 "60대 이하 젊은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실함이 농사 비법=서동혁 씨는 2000년부터 영농일지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작성해 사업방향과 영농일정 등을 준비히 계획 영농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농사철만 되면 영농일지가 새카매지도록 기록하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머리에 간이 랜턴을 차고 논에 약을 뿌리러 다닌다는 그는 종일 농사 생각만으로 하루를 열심히 산다고 했다.
서 씨는 "오전 8시가 넘으면 해가 뜨거워지니까 새벽부터 일어나 농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농사는 힘든 일이다. 내 아들이 농사를 짓는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멋적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농사는 직장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는 퇴직이 없다"며 "젊을 적에는 주변에서 번듯한 직장생활 하니까 농사짓는다고 말하면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근데 지금은 주변에서 날 더 부러워한다.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설명했다.
서 씨는 농사 비법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그는 "애 키우는 것처럼 밭을 한 번 더 들여다본 사람은 그 밭에 수확물이 더 잘 나는 거고, (작물을) 심고 나서 몇 번 안 가고 내버려 두면 결과가 좋지 않다"며 "남들보다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을 보니 농사는 못 움직여야지 손을 떼는 것 같다"며 "내 몸이 허락하는 한까지 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