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한 바퀴] 성남의 현재와 과거를 달린다… 220번 버스에서 만나는 도심 속 명소

2025-03-20     이성관
성남 중원구 상대원동과 분당구 운중동을 잇는 220번 버스. 이성관 기자

중부일보는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다양한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장소나 지역의 명소를 방문해 그 곳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조명 중이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열두 번째 순서는 성남의 과거와 오늘의 모습을 하나의 노선에서 볼 수 있는 220번 버스다.

220번 버스는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영원무역)에서 출발해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한국학중앙연구원)까지 운행하는 전체 52.5㎞ 노선이다. 성남일반산업단지를 비롯해 신분당선 정자역과 수인분당선 서현역 등을 경유하는 만큼 출·퇴근 시간대 성남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버스 노선으로 유명하다. 경기도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평일 하루 평균 1만6천193명(하차 인원 제외)이 해당 노선을 이용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220번 버스를 단순 출·퇴근용 버스로만 생각한다면 ‘성남아트센터’와 ‘분당중앙공원’, ‘운중동먹거리촌’과 같이 도심 속 숨겨진 관광지를 놓치기 십상이다.

다행히 220번의 경우 첫차는 오전 4시30분, 막차는 오후 10시20분으로 이른 시간부터 밤까지 운행하고, 배차간격도 평일 11~27분, 주말 17~27분으로 비교적 짧기 때문에 여유만 된다면 한 차례 버스에 몸을 싣고 성남 곳곳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광장 구조물 뒤로 보이는 성남아트센터. 이성관 기자

◇도심 속 힐링공간 재탄생…성남아트센터=220번 버스 노선 중 수인분당선 야탑역과 이매역 사이에는 ‘성남아트센터·태원고교’ 정류장이 있다. 2005년 10월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는 ‘지역밀착형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만큼 ▶성남 초연 ▶성남 단독 ▶자체 제작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4~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인 호페쉬 쉑터의 ‘꿈의 극장’ 또한 국내 초연으로 진행됐다.

성남아트센터는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 앙상블시어터, 큐브플라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콘서트홀은 음악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 어쿠스틱 홀로 1천102석 규모로 조성됐다. 대형 오페라와 발레, 뮤지컬, 콘서트까지 수용할 수 있는 오페라하우스는 1천808석, 소규모 다목적 홀인 앙상블시어터는 378석 규모다.

큐브플라자는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카페와 같은 편의시설을 포함해 소규모 야외 공연이 가능한 이벤트광장, 상설전시실, 반달갤러리 등이 위치해 있다. 이중 반달갤러리는 성남의 청년작가를 응원하는 비영리 생활문화 전시공간으로, 오는 4월 27일까지 이중민 작가와 전효성 작가의 ‘디: 바운더리’를 진행 중인 만큼 한 차례 방문해 성남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성남아트센터 전경. 사진=성남문화재단

성남아트센터는 지난해 주민들을 위한 힐링공간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주차장과 인도를 없애고 광장에 5천700㎡ 규모의 특화거리를 조성한 것이다.

2천299㎡ 규모로 잔디 광장을 조성했으며, 화강석 스탠스를 깔아 정원형 산책길을 냈다. 또한 원 모양의 안내판과 사각정원, 거울 조형물 등도 설치했으며, 특화거리 곳곳에 정자, 목재 앉음벽, 통석·평사 의자 등을 놓아 시민들에게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5~8m 높이의 소나무 23주를 잔디광장 양쪽으로 옮겨 심고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은 배롱나무, 나무수국 등 51종의 수목을 심어 산책 시 개방감도 키웠다.

그렇기에 전시나 공연 관람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도심 속에서 산책을 하고 싶다면 한 차례 성남아트센터를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분당중앙공원에 위치한 분당호 풍경. 이성관 기자

◇분당중앙공원에서 개발 전 풍경을 엿보다=성남아트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5개 정류장을 지나면 ‘중앙공원·양지마을청구아파트’에서 내릴 수 있다. 분당중앙공원은 한산 이씨 묘역을 기반으로 조성된 시민공원이다.

1989년 분당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묘역 전체가 수용 당하기 직전, 학계를 중심으로 건의가 제기돼 문화재 보존지구로 지정되는 동시에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조성됐다.

공원에는 배드민턴장·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과 맨발 황톳길, 반려견놀이터 등이 마련돼 있어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또한 공원 중앙에는 분당호를 중심으로 돌마각과 수내정 등이 있어 우수한 경관을 자랑한다.

분당중앙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분당 개발 이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분당호 옆에는 경기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는 수내동 가옥이 위치해 있다.

분당중앙공원에 위치한 수내동가옥. 이성관 기자

수내동가옥은 1980년대까지 인근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한산 이씨 살림집 가운데 하나로, 분당신도시 개발 당시 유일하게 철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가옥이다.

해당 가옥은 문간채, 안채, 헛간채 등 총 3채로 구성돼 있다. 하인들이 거주하는 문간채는 일자형 모양으로 바깥마당과 이어져 있고, 안쪽으로는 ㄱ자 모양의 안채가 배치돼 안마당을 이루고 있다.

안채 왼쪽으로는 화장실과 헛간으로 이루어진 헛간채가, 안방 뒷쪽으로는 뒷마당이 널찍하게 있으며 전체적으로 흙담이 가옥을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조선 후기 경기도 살림집의 특징적인 형태다. 가옥 옆에는 수령이 오래된 향나무와 느티나무, 정자터 등이 위치해 있어 개발 이전의 풍경도 담겨 있다.

잠시 도심에서 벗어나 산책을 즐기고, 과거 성남의 모습을 경험하고 싶다면 분당중앙공원에 들러보자.
 

운중동먹거리촌 입구. 이성관 기자

◇출출할 때 방문하기 좋은 곳, ‘운중동 먹거리촌’=다시 220번에 몸을 싣고 40여 분을 이동하다보면 어느새 아파트숲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구름이 머물러 있는 동네, 운중동에 도착한다.

그러나 막상 ‘운중동먹거리촌’에 도착한 이후부터는 주변 풍경보다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식당들에 더욱 시선이 쏠리게 된다.

먹거리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빔국수와 돈까스, 만두전골, 누룽지탕, 한우집 등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점심시간이 대부분 끝난 평일 오후 1시30분 무렵이었음에도, 많은 식당이 만석에 가까웠다. 일부 식당은 주차공간이 부족해 인근 도로에까지 정체현상이 발생할 정도였다.

성남 220번 버스 노선도.

취향에 따라 식당을 방문한 뒤 굶주린 배를 채우고 나면 그제서야 다시 운중동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느긋하게 거리를 걸으며 운중동의 풍경을 감상한 뒤 수많은 카페 중 하나에 들러 디저트까지 먹는다면 운중동먹거리촌을 제대로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먹거리촌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등산을 하고 난 뒤 백숙을 먹으러 왔다. 가볍게 몸을 움직인 뒤 이곳에 들러 밥을 먹고나면 소박하긴 해도 굉장히 행복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며 미소지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