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 대통령 파면’에 희비 엇갈린 시민들… 경찰차 훼손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이뤄진 4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탄핵 선고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일대에서 탄핵 찬성 집회에 나선 이들은 ‘내란세력 완전청산’, ‘참을 만큼 참았다. 윤석열 당장 파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0만 명의 인원이 안국역 일대에 모여들 것으로 경찰에 사전 신고했으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시민단체들도 속속 자리를 채웠다.
경복궁과 안국역 사이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는 오전 8시부터 ‘우리는 죽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이들도 보였다.
탄핵 선고 시간인 오전 11시가 다가오자 헌재 일대 경비는 한층 삼엄해졌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0시부터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전국에 경찰력을 100% 동원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했다.
또한 헌재 주변 150m를 차벽으로 둘러싸 시위대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진공상태를 구축했다. 인근 지역은 경찰차와 구급차가 길게 세워져 있는가 하면 골목길마다 경찰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안국역 곳곳에는 통행 제한을 알리는 안내판이 곳곳에 부착됐다. 휴업 안내문을 내걸고 문을 닫은 일부 상점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헌재 반경 1㎞ 이내 재동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포함해 재동초, 운현초와 유치원, 교동초, 덕성여중·고, 중앙중·고, 경운학교, 대동세무고 등 11개 학교에 대해 휴교 조치를 내렸다. 덕성여자대학교 종로운현캠퍼스 앞은 외부인출입금지 안내가 부착된 한편 만일의 응급상황에 대비한 현장진료소가 마련되기도 했다.
탄핵 선고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숨죽이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는 순간, 탄핵 찬성을 외치던 시민들은 만세삼창을 불렀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것은 물론 미리 준비해 둔 ‘축하떡’을 나누는 시민들도 있었다.
같은 시각, 안국역 5번 출구 방향 앞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한데 모인 탄핵 반대 진영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 파면 결정에 격분한 한 남성은 오전 11시 28분께 4m 높이 폴리스라인 사이에 세워진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부수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나라가 망했다", "국민의 뜻과 전혀 다른 결과"라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고, 차벽으로 몰려들어 흔들기도 했다.
한복을 입고 안국역 인근 인사동을 지나던 외국인 여행객들은 양측 진영의 모습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분위기였다.
신연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