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인사이드] 역사인물의 이름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된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중식 브랜드 홍콩반점0410 한 판매점에서 '안중근 의사가 드신 꿔바로우' 문구 사용 사망 50년 지난 역사 인물 광고 사용은 문제 될 것 없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광고하면 허위과장광고 판단 가능
10여년 간 요리·외식업 권위자로 명성을 쌓아온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근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각종 의혹에 고초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펨코리아 등에 한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은 더본코리아의 중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야외 음식판매장 모습이다. 간판에는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드신 것으로 알려진 꿔바로우"라는 홍보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을 올린 게시자들은 이 문구가 허위·과장광고거나 역사인물을 부당하게 사용한 광고라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는 자사의 과일맥주 함량과 프레스햄의 돼지고기 함량 등으로 이미 광고 방식에 관한 논란을 한 차례 강하게 겪은 상황, ‘안중근 의사 꿔바로우’는 또 다른 법적·윤리적 논란 소지가 될까? 안 의사를 포함해 역사 인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법적 문제가 없을까?
◇영리 목적으로도 사후 50년 지나면 사용 가능 = 역사적 인물을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법적 쟁점이 돼 왔다. 실존 인물의 초상이나 명의를 사용한 만큼 이는 ▶초상권/퍼블리시티권 침해 ▶명예훼손/모욕죄 여부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우선 안중근 의사를 광고에 사용한 일이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살펴보면, 안중근 의사는 1910년에 순국해 현재 이로부터 115년이 지났으므로 이에 관한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워 보인다.
판례(서울동부지법 2006가합6780)를 보면 우리 법원은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은 일신전속적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사자는 원칙적으로 그 권리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판례는 퍼블리시티권을 "재산권으로의 초상권"으로 규정하며 유족에게 상속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그러나 그 권리가 무한정 존속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저작권을 보호하는 규정에 비추어 존속 기간을 50년으로 판단했다.
형법상 사자의 명예훼손죄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성립한다(형법 제308조). 꿔바로우 광고의 표현이 안중근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역사적 위상을 희화화하는 맥락에서 사용되었는지 여부가 명예훼손 성립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측은 이에 관해서는 ‘흔히 발생하지만 넘어가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의 윤원태 사무총장은 "이 정도는 시민들에게 안 의사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효과를 줬을 뿐, 안 의사의 명예를 실추시킨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중근 의사, 꿔바로우 먹었는지는 불분명 = 광고에 역사 인물을 활용했다는 것 외, 이 광고에 사람들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꿔바로우를 먹었다’는 설명에 관한 것이다. 이 것의 사실 여부에 따라 허위나 과장 광고 여부가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실제로 꿔바로우를 먹었을까. 꿔바로우(鍋包肉, 궈바오러우)는 국내에서는 ‘찹쌀탕수육’으로 여겨지는 중국 음식이다. 유래와 역사에 대해 여러 설이 있지만 20세기 초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지역에서 발전한 향토요리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안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 처단일인 1909년 10월 26일로부터 4일 전인 22일 하얼빈역에 도착해 거사를 준비했다고 하니 머무르는 동안 꿔바로우를 맛봤을 수도 있는 환경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 다룬 기사들을 찾아봤다. 2015년 연합뉴스의 한 기사는 헤이룽장성이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안중근 식단’이라는 것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썼다. 이 식단에는 꿔바로우도 포함돼 있는데, 기사는 당국의 입장을 빌어 "거사 계획을 의논하며 이 식단의 음식을 맛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썼다.
2016년 KBS도 한 기사에서 이 식단을 다루며 헤이룽장성 당국이 앞서와 비슷한 설명을 했다고 썼다. 이후 2019년 한 민간 재단이 한국에서 연 임시정부 100년 특별 이벤트에서도 꿔바로우는 ‘안중근 선생의 하얼빈 식단’으로 소개됐지만 역시 역사적 근거가 있다는 설명은 없다. 의 윤원태 사무총장은 "정확하게 기록된 것은 없다"며 "꿔바로우가 하얼빈 지역 음식이니 그 곳에 가셔서 드셨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알 길이 없다"고 밝혔다.
◇법에 저촉? 경우에 따라 다르다 = 그렇다면 부정확한 사실을 들어 광고에 활용했으므로 더본코리아는 위법을 행한 것일까. 해당 광고는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에 저촉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이 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ㆍ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광고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광고에 사용한 것이므로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광고에는 ‘드신 것으로 알려진’이라는 유보적 표현이 있지만 표시광고법의 기준을 규정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사람이 받는 인상을 기준으로 오인성을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위법 소지는 충분해 보인다.
공정거리위원회 서비스업 감시과 관계자는 "역사 인물을 활용한 광고는 내용의 사실성과 오인성,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미친 영향을 놓고 표시광고법 저촉 여부를 판단한다"면서 "해당 광고는 정식으로 사건 접수가 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제재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원태 사무총장은 "기념사업회는 이 정도는 문제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종합해 보면, 사망한 지 50년이 지난 역사 인물을 광고에 활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 소지가 적다. 다만 광고가 역사 인물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식이거나 인물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적시할 경우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중부일보는 '역사인물의 이름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된다'라는 검증문은 '절반의 사실'로 판단한다.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의 윤원태 사무총장은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에 시민들이 이런 가십에 주목하기보다는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들의 뜻을 한번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찬구·최준희기자
중부일보 팩트인사이드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시민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bbodo@joongboo.com)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근거자료]
1.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인터뷰
2.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윤원태 사무총장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