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왕 새농민] '채소와 함께 자란 청년 부부' 안세경·김소희 농가
포천에서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안세경(38) 씨는 군대 상무팀에서 럭비선수를 하다가 제대 후 연인이었던 김소희(37·여) 씨와 결혼, 곧바로 시설채소 농사를 시작하고자 포천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젊은 부부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둘은 서로간의 믿음과 사랑을 기반으로 기존에 포천에서 시설채소를 재배하던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약 12년 간 시설채소 재배에만 매진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안 씨 부부는 포천 지역에서 손꼽는 큰 규모로 얼갈이, 시금치, 실파 등 신선한 엽채류를 일년 내내 재배 중이다.
◇서로의 ‘청춘’을 걸고 시작한 농사
안세경 씨는 군인 시절 김소희 씨를 만나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몇 번의 연락 끝에 좋은 만남을 시작하게 된 둘은 3여 년의 연애 후 안 씨가 제대하자마자 곧바로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 전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던 김소희 씨는 안 씨의 듬직함과 성실함, 강한 추진력을 믿고 남양주로 내려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포천 시설채소연합회장이었던 안 씨 아버지의 도움으로 시설채소 농사를 위해 포천을 오가며 스물 중반부터 함께 농사를 지어왔고, 현재는 포천에 터를 잡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말수가 적다는 김 씨는 "남편이 하는 일마다 늘 잘됐으면 좋겠고, 항상 믿어주고 있다"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 씨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1년 내내 일하는 부지런한 농부가 되고 싶다"며 멋쩍게 웃었다.
채소가 자랄 때 부부도 함께 자랐고, 이제는 어느덧 2살 터울인 두 아들의 부모가 된 그들은 "쉬는 날 없이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365일 내내 농사 시스템 돌아가게 할 것"
안세경 씨는 비닐하우스 100동에서 채소를 재배 중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한 농가 당 50여 동을 하는 일반 시설채소 농가에 비해 굉장히 큰 규모다.
규모가 크다보니 신선한 채소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납품할 수 있어, 현재는 대구 등 먼 지역에서도 안 씨의 채소를 납품받기 위해 찾아온다.
엽채류 등 시설채소는 12월부터 6월까지 작황이 쉽다. ‘농사를 안 짓던 일반인이 씨만 뿌려도 잘 자라’는 시기로, 물량이 많아 가격이 낮아진다. 이에 12월~6월 사이의 수익은 인건비로 대부분 소진된다.
실질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간은 폭염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 7월~11월 사이로, 이때는 다른 농가의 시설채소도 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아 가격이 높아진다.
물량이 적은 대신 채소의 퀄리티 등과 지속적으로 재배 가능한 양 등을 따져서 값을 책정하게 되는데, 이때 안 씨의 채소는 물량이 많고 질이 좋아 여러 중도매업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안 씨는 "폭염이 시작돼 작황이 부진한 여름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포천이 국내에서 비교적 온도가 낮은 지역이라 대구 등 더운 지역에서는 여름에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을 곳을 찾기 때문이다. 대구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안 씨는 남들보다 큰 규모인 하우스 100동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채소 재배를 ‘시스템화’했다.
엽채류는 씨를 한 번 뿌리면 20~30일 정도 이후에 수확이 가능하다. 1번부터 100번 동까지 씨를 뿌리고, 다시 1번 동으로 돌아오면 수확을 할 수 있는 날이 된다. 반대로 1번 동부터 채소를 수확하고 다시 씨를 뿌리면, 100동에 도달했을 때 채소를 수확할 수 있다.
즉 채소 성장 시기만 잘 맞추면, 휴경기를 최소화해 100동 전체에서 지속가능한 채소 수확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안 씨는 "농사 규모가 커지면 사업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시설채소를 10동 재배했으면 직접 농사를 지었을 테지만, 100동 이상이 되니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열무, 얼갈이, 시금치 등 자라는 기간 별로 맞춰서 하우스가 돌아가게 하고 있다"며 "노동력도 많이 필요해서 사람(노동자)들을 많이 쓰는데, 다들 일감이 많아 돈을 많이 벌어가서 좋아한다"며 웃었다.
또한 "부족한 노동력은 농협에서 수수료 없이 진행하는 농천인력중개센터 사업으로 매칭해주니 농사가 3월부터 12월까지 하루도 안쉬고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아버지가 시설채소 농사를 하실 때는 60동 정도 였는데, 그때는 쉬는 날이 지금보다 많았다. 나는 좀 더 농사를 확장시키고 싶어 365일 중에 최소 180일은 농사일이 진행되도록 만들었다. 청년농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청년농 육성은 실습 위주로 진행해야"
안세경 씨는 포천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잡은 청년농이다. 안 씨가 농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포천 지역에는 20대에서 40대 농업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포천 내 청년농들은 50여 가구가 될 정도로 많아졌다. 이에 안 씨는 처음부터 청년농이라는 어려운 길을 홀로 개척해 이제는 다른 청년농들에게 농업 기술을 공유하거나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특히 안 씨의 형은 ‘포천딸기힐링팜’이라는 딸기체험농장을 운영하며 청년농들을 대상으로 농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농으로 12여 년 간 농사를 짓고 현재도 청년의 나이인 그는 형과 함께 최근 청년들의 귀농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청년이 농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1여 년이라도 ‘실습 위주’의 교육을 제도식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 씨는 "현재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대개 ‘일단 짓고보자’는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며 "그렇게 하다가 힘들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수가 청년농이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적은 수라도 정착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요즘 스마트팜이 뜨고 있는데, 스마트팜에서 심는 딸기나 토마토는 엽채류랑 달리 모종값만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이 든다. ‘일단 시작하자’는 마인드로 투자했다가 잘 안 되면 젊은 나이에 리스크가 크다"며 "좋아보인다고 성급하게 시작하면 안 되고 제대로 된 교육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