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칼럼] 신탁부동산 임대차계약의 위험성
"신탁부동산 임대차계약으로 지급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였어요. 임대차계약을 잘못 중개한 공인중개사에게라도 손해를 배상받도록 해주세요."
민원인은 공인중개사의 중개로 건설회사와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건설회사는 신탁회사에 위 부동산을 신탁한 상태였다. 이에 공인중개사는 위 부동산이 신탁된 부동산임을 설명하였고, 특약사항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잔금 지급과 동시에 신탁 사항 및 소유권 이외의 권리 사항을 말소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러나 건설회사는 임차인으로부터 잔금을 수령하고서도 신탁등기 말소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자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으나 건설회사는 임대차보증금 일부만을 반환해 줄 뿐이었다. 그러자 민원인은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공인중개사법 등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최근 신탁부동산에 대한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의 피해사례가 급증하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바, 이러한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공인중개사의 법적 책임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관계와 유사하므로 중개의뢰를 받은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조사 확인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또한 공인중개사법 제25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공인중개사는 중개를 의뢰받은 경우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중개대상물의 상태, 입지 및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여 이를 해당 중개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게 성실 정확하게 설명하고,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공인중개사법 제29조 제1항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규정하면서, 제30조 제1항에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위 사안에 대한 항소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위반과 그로 인한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원인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즉, 공인중개사는 중개 당시 민원인에게 임대차 목적 부동산이 신탁회사에 신탁된 부동산임을 설명하면서 임대인인 건설회사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을 잔금 지급과 동시에 신탁등기를 말소하는 내용의 특약을 체결하도록 하였으므로 원고가 신탁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 그럼에도 의뢰인이 신탁등기를 말소하지 않은 채 건설회사에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먼저 지급하였고, 건설회사가 신탁등기 말소 약정을 불이행한 것뿐인 점, 설혹 중개인의 주의의무위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뢰인이 임대차계약으로 신탁회사에 대항할 수 있다고 오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서 중개인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거나 임차인이 건설회사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손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은 항소심이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공인중개사는 신탁관계에 관한 조사 확인을 거쳐 민원인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거나 임대차 건물의 소유자가 건설회사가 아닌 신탁회사로서 그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승인이 없다면 임차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설명 등을 함으로써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특히 임차인에게는 임대차 관계 종료 시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는 것이 매우 큰 관심사이자 그 반환을 받지 못할 위험 유무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중개인이 그 건물의 권리관계에 관하여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하였다면, 의뢰인이 건설회사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신탁등기를 말소 받기도 전에 미리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개인에게는 민법 위임에서의 선관주의의무나 공인중개사법이 정하는 공인중개사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로 인하여 중개인의 과실과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의뢰인의 손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살피건대, 신탁등기 된 부동산의 대외적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있으므로, 신탁부동산의 원소유자인 신탁자는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는 목적 부동산을 임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은 부동산신탁의 법률관계와 그 위험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신탁부동산의 임차인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탁부동산 전·월세계약 시 신탁회사의 동의를 의무화하고 임대인과 중개인으로 하여금 신탁원부에 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는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