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삶] 한국의 취업 현황과 개선방안
우리나라의 취업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 OECD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25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하는 비율이 약 13%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8%로 OECD 38개국 1위다. 반면에 한국은 32위이다. 이처럼 양국 간 대기업 취업 비율의 큰 차이는 노동시장 구조, 산업 생태계, 교육 시스템, 노동유연성, 그리고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내는 차이 등 여러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산업 구조는 대기업 중심의 편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으나, 실제 고용 흡수력은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의 대기업은 전체 기업 수에서 차지하는 1% 내외로 비중은 작지만 매출과 자산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화, 아웃소싱, 효율성 중심의 경영 전략으로 인해 고용 창출보다는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대기업은 R&D 투자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용의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둘째, 노동시장 유연성의 차이도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은 노동시장 경직성은 세계 최고이며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가 심화되어 있어 대기업이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데에 부담을 느낀다. 해고가 어려운 구조 속에서 기업은 신규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청년층과 신규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은 비교적 유연한 고용환경을 통해 인력의 순환이 빠르며, 이는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인재들이 대기업에 진입하고 다시 중소기업 혹은 창업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셋째, 뿌리 깊은 한국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과 대기업 선호 현상도 원인이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복지, 사회적 인식 격차가 매우 크다. 이로 인해 구직자들이 대기업에 몰리고, 경쟁이 과열되며 전체적으로 낮은 취업률로 이어진다. 반면, 미국은 중소기업도 기술력, 혁신성, 기업문화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구직자들이 다양한 규모의 기업에 진입하는 데에 심리적, 경제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국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크지 않으나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40% 이상으로 최근 차이가 더 확대되고 있다. 넷째, 한국은 창업을 통한 대기업으로의 성장이 미국에 비하여 매우 떨어진다. 2024년에 유니콘 기업을 미국이 50개, 중국이 10개, 그리고 인도가 5개 만들 때 한국은 유니콘기업을 창출하지 못했다. 한국의 경우 20년 전의 대기업 10개와 오늘날의 대기업 10개를 비교해 보면 거의 변동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8개 정도가 바뀌어 있다. 2004년에는 IBM이 유일한 기술 기업으로 9위를 차지하였으나, 2024년에는 애플(3위), 아마존(2위), 알파벳(8위) 등 기술 기업들이 상위권에 진입하였다. 이는 디지털 혁신과 기술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즉 새로운 기업을 만들고 이를 대기업으로 창출하는 능력이 우리나라 보다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여전히 이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문적 성과 중심의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가정신 및 창업관련 교과목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 결과 우리나라 청년들의 위험회피성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대기업의 고용 창출 유도를 위한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 신규 채용 확대에 따른 세제 혜택, R&D 인력 채용 시 정부 보조금 확대 등 구체적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인원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에 필요한 핵심 인력을 유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둘째,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 해고 관련 규제의 합리적 조정, 전직 및 재교육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기업이 보다 유연하게 인력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실질적 처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수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대한 사회적 인증제 도입, 임금 보조 정책, 복지 수준 향상을 통한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 넷째, 전폭적인 창업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대학의 커리큘럼을 일정부분 창업할 수 있는 커리큘럼으로 개편하고, 청년들을 지원해야한다. 지금 청년들의 창업지원정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중심대학사업’정도 인데 경쟁률이 무려 20대1이 넘는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대기업 취업 비율이 낮은 원인은 한국의 구조적인 노동시장 문제, 교육 시스템의 비효율성, 산업 생태계의 경직성 등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교육, 산업 구조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창업정책의 대폭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