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전통시장, 여기요 여기] 아케이드·축제·온라인 뚝딱… 변화무쌍 '의왕도깨비시장' 변신 예고

2025-04-19     이성관
박용술 의왕도깨비시장 상인회장이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프로필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전통시장이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장년층으로 대표되던 고객층을 젊은 세대까지 확장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왕도깨비시장은 최근 몇 년 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각종 사업에 참여하며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었다. 지역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이름을 바꿨으며, 각종 축제를 개최해 시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높였다. 또한 자체적인 PB(Private-Brand products, 판매사에서 자체적으로 출시하는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호평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시장의 숙원과도 같았던 아케이드 설치를 눈앞에 두고 있어 손님들의 불편 해소는 물론 시장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중부일보는 빠르게 변화하는 의왕도깨비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와 시장의 역사, 향후 계획까지 들어봤다.

의왕도깨비시장의 대표 점포인 ‘진미찐빵손만두’. 이성관 기자

◇명품점포들과 함께하는 도깨비 핫플=의왕도깨비시장은 의왕 유일의 전통시장으로, 주택가 등 생활권이 가까이 있고, 의왕역을 비롯해 왕송호수, 철도박물관 등 관광지와도 인접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는 시장이다. 2022년 기준 하루 평균 방문객 수만 2천 명에 달했다.

그만큼 의왕도깨비시장에는 유명 맛집도 많다. 경기도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서 선정한 ‘명품점포’(시장 내에서 3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며, 차별성, 성장가능성 등을 심사해 우수성을 인정받은 점포)만 해도 3곳에 달한다.

먼저 ‘진미찐빵손만두’는 전국 단위로 배달을 진행하는 시장의 대표 점포다. 한때 명품점포로도 선정됐을 정도다. 이름처럼 찐빵이 대표 메뉴지만, 찐빵 외에도 술빵과 꽈배기 등 다양한 간식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 먹어보면 맛도 맛이지만 꽤 많은 양을 구매하고도 1만 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에 깜짝 놀라게 된다.

매일마다 직접 반죽해서 빵을 만들기 때문에 맛은 물론 정성이 가득 담겨 있으며, 그 맛을 잊지 못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로 나가는 이들도 이 곳에 들러 구매해간다고 한다.

또 다른 명품점포 ‘개성왕족발’은 직접 레시피를 개발한 ‘콩족’으로 유명하다. 콩족은 해물찜처럼 양념된 족발과 콩나물을 합친 메뉴로, 매콤한 양념과 부드러운 족발의 조합이 일품이다.

생족발만 따로 공급받고 양념을 비롯해 모든 것을 해당 가게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으며, 인기에 힘입어 지상파 방송에도 몇 차례 소개됐다.

마지막 명품점포는 ‘찾아가는 한우’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우 전문점이다. 돼지 고기 등은 일절 취급하지 않으며, 1+ 등급으로 선별한 고품질의 한우를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특히 36개월령 미만의 한우 암소를 취급하기 때문에 질기지 않고 고기 맛도 더욱 잘 느껴지는 것이 장점이다.

이 밖에도 저렴한 가격에 생과일 쥬스와 싱싱할 샐러드를 판매하는 ‘프레쉬카페’ 등도 의왕도깨비시장을 방문했다면 함께 둘러봐야할 맛집이다.

의왕도깨비시장의 명품점포 중 하나인 ‘개성왕족발’. 이성관 기자

◇지역주민과 함께한 80년 전통시장=의왕도깨비시장은 2014년 11월 전통시장 인정을 받았다. 이렇게만 보면 역사가 짧다고 느낄 수 있으나, 실제로는 광복 이후 조성된 꽤나 역사가 오래된 시장이다.

일제강점기 말까지만 해도 인적이 드문 촌락이었으나 1944년 의왕역(당시 부곡역)이 들어서며 교통의 요지로 발달했고, 광복 이후 철도 관사촌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의 농사꾼들이 물품을 팔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하며 시장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부터가 농사꾼들이 모여 장을 열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도깨비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의왕도깨비시장은 2023년 전까지만 해도 부곡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역을 지을 당시 시흥군 남면 부곡리(현 군포시 부곡동)에서 역명을 따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명 또한 부곡도깨비시장이 됐고, 시장이 위치한 동명 또한 월암동, 삼동, 이동 등 법정동과 관계없는 부곡동으로 불리게 됐다.

다만, 2004년 역이름이 부곡역에서 의왕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시장명 역시 바뀔 필요가 있었다.

박용술 상인회장은 "원래 이곳은 부곡에 해당하는 지역이 아니었다"며 "부곡도깨비시장이라고 하면 군포에 있는 시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2023년 시장명을 의왕도깨비시장으로 바꾸며 지역정체성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의왕도깨비시장에는 현재 120여 개 점포가 있으나 빈점포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운영이 잘된다.

역에 인접해 교통이 좋고, 가락시장이나 농산물시장이 가까운 만큼 매일 신선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다는 것이 박 상인회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차없는 거리로 시장이 운영되기 때문에 손님들이 안전하게 시장을 보행할 수 있는 것 역시 인기의 비결이다.

의왕도깨비시장은 지난 2023~2024년 소진공 문화관광형 육성사업에 참가한 뒤 올해 디지털전통시장(첫걸음) 사업에 연달아 참여하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3년에는  국화축제를 처음으로 개최하며 본격적인 시장 홍보에 나섰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국화축제는 매년 10월즈음 시장에 국화 포토존을 만들어 손님들이 사진도 찍고 플리마켓도 운영하는 행사로, 매년 많은 이들이 국화축제를 즐기기 위해 시장에 방문한다.

또한 상인회 차원에서 PB 상품인 ‘도깨비강된장’을 개발해 자생력을 확보했다. 처음에는 300g으로만 개발됐으나, 다양한 용량에 대한 요청이 들어오자 현재는 150g도 출시됐으며, 이와 함께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우렁농장’ 제품도 만들어졌다.

올해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온라인 진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판매제품을 발굴해 온라인 입점 점포를 늘릴 예정이다.

의왕도깨비시장의 명품점포 중 하나인 ‘찾아가는 한우’. 이성관 기자

◇도깨비처럼 변화무쌍한 시장 되고파=이처럼 승승장구해오던 의왕도깨비시장이지만 지난해 겨울에는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폭설로 인해 시장에 설치했던 천막그늘막이 무너진 것이다. 해당 그늘막은 손님들의 쾌적한 쇼핑을 위해 2019년 상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설치한 것이었다.

박 회장은 "그늘막이 무너졌을 때 우리 상인들의 꿈이 깨졌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눈이 내릴 때 저와 부회장님들이 해당 구역의 통행을 제한한 결과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덕분에 사흘만에 복구한 뒤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해당 사고 이후 의왕도깨비시장의 아케이드 설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현재 아케이드 설치를 계획 중에 있다.

의왕도깨비시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와 의왕시가 함께하는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6월 중 ‘의왕도깨비거리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플리마켓 형식으로 진행했던 행사를 올해 더욱 발전시켜 진행하는 것으로 이틀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박용술 의왕도깨비시장 상인회장이 중부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프로필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성관 기자

박 회장은 "도깨비는 굉장히 변화무쌍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장 역시 도깨비시장이라는 이름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며 손님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장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