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농업왕] "알록달록 쨍한 접목선인장, 애지중지 키워 세계 홀렸죠" 이재규 접목선인장 재배농가
이재규(52) 씨는 올해로 고양에서 12년 째 다육식물 및 선인장 재배에 힘써온 ‘선인장 전문가’다.
그는 12년 전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을 하다가 40살에 지인의 권유로 선인장 농사에 뛰어들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 접목선인장은 내수 시장은 미비했지만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 전세계 접목선인장 생산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고양은 전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국내 접목선인장 농가 중 45% 농가들이 모여있는 국내 최대 접목선인장 주산지로 전체 화훼수출의 37%를 차지한다.
그는 현재 3천306㎡ 규모로 접목선인장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의 접목선인장은 작년 기준 미국, 호주, 이스라엘 등 20여 개국으로 수출되는 등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고양에서 10년 이상 선인장 작물에 집중해 농사를 지어오니 지역에서도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 씨는 현재 고양수출선인장수출작목회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989년 결성돼 올해 기준 133여 명의 회원 수를 보유한 선인장연구회의 수출분과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인기만점 접목선인장=접목선인장은 서로 다른 선인장을 붙여서 만든 개발 식물로, 초록색 외에 빨강, 노랑 등 선명한 원색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 특징이다. 해외에서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많은 인기를 얻어 미국, 유럽 등지에 수요가 높다.
그는 "유럽이나 네덜란든 쪽은 집집마다 꽃을 두는 등 화훼가 생활속에 스며들어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국가색이 오렌지이다 보니 선명도가 높은 오렌지색 접목선인장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접목 선인장 육성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경기도 농업기술원 측은 매년 신품종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 씨는 국내 접목선인장에 대해 "색이 쨍하고 선명도가 높아 외국에서 인기가 많아 수출 수요가 꾸준하다. 중국에서도 생산되긴 하지만 품질 면에서 우리나라를 따라오지 못한다"며 "10년 전만 해도 주문량의 60%밖에 생산을 못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메리트 있는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힘이 많이 필요한 접목선인장=접목선인장은 식물 스스로 성장이 불가능하다. 많은 노동력을 쏟아야 재배가 가능하며, 농업기술센터에서 육종한 종자를 농가가 보급받아 다른 선인장과 접목을 시키는 방식으로 재배된다.
접목선인장을 키우는 방법은 우선 기둥 모양의 선인장인 ‘삼각주’와 덩어리 모양인 기생식물 ‘비모란’(Gymnocalycium mihanovichii)을 집게로 함께 집어 놓는다.
이후 두 개의 식물이 붙을 때까지 일정 기간 기다린 다음, 비모란이 삼각주 끝에 접목되면 삼각주의 또 다른 끝을 땅에 심는다.
그러면 삼각주는 땅에서 양분을 얻고 비모란은 삼각주가 흡수한 양분을 빨아들이며 삼각주에 ‘기생’하는 형태로 자라게 된다.
광합성 기능이 있으며 초록색을 띠는 ‘엽록소’가 없는 비모란은 빨간색과 노란색을 띈다. 따라 초록색 기둥 선인장인 삼각주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완성된 접목선인장은 삼각주라는 기둥과 비모란이라는 덩어리가 합쳐져 ‘꽃’의 형태를 띤다.
그는 "삼각주와 비모란을 붙여 4~5일 놔두면 접목이 되고 밭에 심으면 뿌리가 난다"며 "봄에는 6개월, 여름이나 가을에 심으면 8개월 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또한 "수출 규격은 9㎝와 14㎝에 맞춰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식물"이라며 "그렇지만 다 키워놓으면 아름다워서 인기만점"이라고 설명했다.
◇선인장 육성비결, 온도 조절=이재규 씨는 선인장 육성 비결을 ‘온도 조절’로 꼽았다.
선인장은 식물 특성상 높은 온도에서 자라기 때문에 사계절이 있는 한국에서 육성하기 위해서는 보온 시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씨는 "선인장은 시설 농사다보니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높다"며 "지금 시세로 따지면 3천306㎡ 가량 온실을 지어 접목선인장을 재배하려면 2~3억 원 정도 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난방, 등유보일러, 열풍기, 보온덮개 등 여러 장비로 어떤 상황에서도 24~35도 정도로 온실을 유지해야 한다"며 "선인장은 스스로 추위를 이겨내는 능력이 없는 식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키우는 선인장은 큰 노력 없이도 쉽게 기를 수 있다. 사람이 사는 온도가 그리 낮지 않아 1달에 물만 2~3번 주면 잘 자란다"며 "대규모 재배는 어렵지만 사회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이 키우기 좋은 식물"이라고 귀띔했다.
"줄어든 수출량, 국가적 지원 필요"=코로나 이후 국내 접목선인장의 해외 수출량은 현저히 줄었다.
이 씨의 농가에서도 코로나 이전에는 접목선인장이 최대 20~25만 개까지 나갔으나 요즘은 불경기로 수요가 낮아지고 검역이 강화돼 코로나 이전 시기 대비 수출량이 3분의 1로 감소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외국에서도 접목선인장이 생산되니 물류비용 쪽에서 국내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최근에는 우간다 쪽에서 유럽 쪽으로 접목선인장을 수출하고 있다"며 "국내 수출 시 배로 1~2달 걸려서 제품을 운반해야 한다면 우간다는 육상으로 옮길 수 있어 우리나라가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훼는 의식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보니 경기가 나빠져 화훼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것 같다"며 "경기가 활성화될 때까지 남은 농가들이 버텨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접목선인장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데 국가 차원에서 수출판로 확대 등 여러 지원을 통해 이 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 시기를 버텨서 나중에 접목선인장 시장이 활성화돼 현재보다 농가들도 늘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국내 접목선인장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급한다는 자부심으로 오늘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