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칼럼] 헌법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

2025-05-07     위철환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요즈음 시국과 관련하여 대통령 후보자가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에, 과연 당선된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정지되는가 아니면 계속되는가 하는 논쟁이 위 헌법 제84조 해석과 맞물려 뜨거워지고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함에 따라 누구든 범죄를 범한 사람은 범죄의 혐의가 드러나면 그 시점부터 즉시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재판을 거쳐 그 범죄사실이 인정되면 처벌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대통령의 경우에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그 재직 중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고 그 절차가 퇴임 후로 연기되는 특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른바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이다.

이와 같은 규정을 두게 된 취지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고 직무집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01월 20일에 94헌마246 결정에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신분에 따라 일반 국민과는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단지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위 헌법 제84조의 범위에 대하여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소추는 공소제기만을 의미하므로 수사와 공소 유지는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에 소추란 '소송추행'의 줄임말로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임기 중 대통령이 범한 범죄에 대한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가 불가함은 물론이고 임기개시 전에 수사가 진행된 사건의 임기 중 공소제기가 불가능하고 나아가 임기개시 전 공소제기가 된 사건의 임기 중 공소유지도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후자 견해의 논거는 수사기관이 유력한 대권후보에 대해 대선 전에 수사를 하거나 공소제기를 해 놓기만 하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언제든지 그 직무를 불능에 빠뜨릴 수 있어 최고 헌법기관인 대통령에 대한 면책특권 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어 이는 위 헌법규정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위 헌법 제84조를 형해화시키고 반대세력에 의하여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23일 선고 2022헌라4호 검수완박권한쟁의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4인은 소추는 기소 및 공소유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문제는 프랑스에서도 대통령 면책특권에 관한 헌법 논쟁이 일어났고, 그 결과 2007년 해당 규정의 헌법개정이 있었다. 그 내용에는 임기 내 형사상 불소추 특권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은 대통령에 대한 수사절차를 개시할 수 없고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재임 중에는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없으며, 대통령이 이미 기소된 상태였더라도 재임 중에는 재판절차가 중단된다는 것을 담고 있다. 즉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관하여 대통령의 임기 중에는 어떠한 형사절차도 진행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입법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살피건대, 우리도 향후 헌법개정 시에 헌법 제84조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법률로 그 의미를 구체화해야 학설상 논쟁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일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제306조 제6항을 신설하는 의안이 법사위원회에 회부되었는데, 그 내용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 부칙에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이 법 시행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향후 위 법안이 통과되어 시행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된다.

결국 위 헌법 제84조에 관한 효력문제는 국가의 안정과 국민의 복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의 여러 사정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대통령을 선출하되 일단 당선된 대통령에게는 안정된 힘을 실어 줌으로써 국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국익을 위한 과제이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