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한 바퀴] 멋따라 맛따라 핫플·맛집·역사 속으로 98번 버스 타고 훌쩍

2025-05-22     이성관
화성행궁의 정문 신풍루. 이성관 기자

중부일보는 경기도 내에서 운행하는 다양한 시내버스를 타고 관광명소, 전통시장 등 가볼만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장소나 지역의 명소를 방문해 그 곳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조명 중이다. 연중기획으로 이어지는 ‘버스타고 한 바퀴’의 열네 번째 순서는 수원과 화성을 지나며 도심 속 핫플레이스와 맛집, 힐링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98번 버스다.

98번 버스는 수원 장안구 이목동(이목동차고지.이목동입구)에서 출발해 화성시 반송동(한화꿈에그린)까지 운행하는 노선이다.

도심을 위주로 달리는 만큼 배차시간이 평일 18~22분, 주말 23~30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아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기점 기준 첫차는 오전 4시50분, 막차는 오후 10시10분으로 이른 시간부터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운행하는 만큼 배차 걱정없이 몸을 실을 수 있다.

해당 노선의 가장 큰 장점은 ‘화성행궁’ 및 ‘행리단길’처럼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를 비롯해, 맛집이 가득한 ‘개나리공원’, 도심 속 문화유적지 ‘탄요유적공원’ 등 숨겨진 힐링 장소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오전 11시에 맞춰 무예24기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이성관 기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수원의 인기핫플=98번을 타고 장안문을 지나면 얼마 가지 않아 ‘화성행궁’ 정류장이 보인다.

화성행궁은 ‘행궁’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왕이 본궁에서 나와 행차했을 때 잠시 머무르던 임시 궁으로, 왕이 거주하던 궁궐과는 그 쓰임새 및 구조가 다르다. 경기지역에만 해도 광주행궁, 양주행궁, 안양행궁 등 다양한 행궁이 있었으나 화성행궁은 총 579칸이나 되는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 만큼 웅장함에 있어 궤를 달리한다.

조선의 22대왕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을 수원(현재 화성)으로 옮긴 이후 12년간 13차례 이 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 정도 화성행궁은 정조의 효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화성행궁은 입장료를 받는다. 다만, 성인 기준 2천 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으로 입장할 수 있어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많은 관광객이 화성행궁을 둘러보고 있었다.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를 비롯해 좌익문, 중양문을 지나면 정전(왕이 나와서 조회를 하던 궁전)인 봉수당이 나온다. 봉수당은 정조가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진찬례를 거행한 건물로, 지금도 해당 건물에서는 당시 진찬연을 재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화성행궁의 봉수당을 둘러보고 있다. 이성관 기자

이 외에도 화성행궁 내에는 유여택, 경룡관, 장락당, 복내당 등 다양한 건물이 많아 시간을 잡고 넉넉하게 둘러보는 것이 좋다.

만약 평일 오전 11시 무렵(주말에는 오후 2시도 포함)에 화성행궁에 도착했다면 바로 입장하지 않고 신풍루 앞에서 진행되는 무예24기 시범공연을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무예24기는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 무예로, 공연에서는 창, 언월도, 칼 등을 이용한 화려한 무예를 구경할 수 있다.

행리단길을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이성관 기자

이후 화성행궁에서 나와 5분여를 걸어가면 수원 구시가지의 모습을 간직한 행리단길이 나온다. 행리단길은 행궁동과 과거 서울의 핫플 거리였던 경리단길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화성행궁 인근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노후화된 주택과 한옥이 많은데, 행리단길은 이러한 노후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카페나 편집숍 등이 많아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행리단길의 경우 주말에는 방문객이 굉장히 많아 여유롭게 이 곳을 돌아보고 싶다면 평일 방문을 추천한다.
 

화성 반송동에 위치한 개나리공원 입구. 이성관 기자

◇분수대 구경하고, 맛집 탐방도 한 번에!=화성행궁에서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37개 정류장을 지나면 개나리공원 정류장에 도착한다. 개나리공원은 화성시 반송동에 위치한 근린공원으로, 일자형으로 길게 늘어진 것이 특징이다.

공원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아 10여 분이면 입구에서 끝까지 도착한다. 그럼에도 공원 중간중간에 스케이트보드 스팟이나 각종 운동기구, 지압로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활동을 하기 좋다.

무엇보다 공원 가운데 커다란 분수대가 위치해 있어 무더위에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기자가 방문한 오후 1시 무렵에도 많은 시민들이 개나리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개나리공원 한 가운데 위치한 분수대. 이성관 기자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개나리공원을 제대로 즐겼다고 보기 어렵다. 개나리공원의 진가는 바로 ‘맛집’에 있다. 인터넷에 개나리공원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맛집이라는 단어가 뜰 정도다.

실제 개나리공원 인근에는 각종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돈까스, 만두, 국밥을 비롯해 족발, 갈비 등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부터 감성 충만한 개인카페도 분포해 있어 취향에 따라 들어가면 된다.

식사를 하고 난 후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고싶다면 개나리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동탄 센트럴파크’를 돌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동탄센트럴파크는 체육공원, 썬큰공원, 반석산 생태학습장, 전통공원 등을 비롯해 인조잔디축구장, 풋살구장, 게이트볼장, 테니스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도입돼 있어 본격적으로 즐기기 좋다.

탄요유적공원 내 공개된 2호 탄요지. 이성관 기자

◇도심 속 역사가 숨쉬는 탄요유적공원=개나리공원에서 7개 정류장을 지나면 탄요유적공원에 갈 수 있다. 해당 공원은 화성시 기념물 제9호로 지정된 ‘반송 탄요유적공원 탄요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탄요는 삼국 시대에 숯을 구워 내던 가마 시설로, 제철 및 제련 등 고온이 필요한 생산 시설에서 쓰이는 ‘백탄(흰숯)’을 생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1신도시 택지개발사업 당시 이 곳에서는 총 3기의 탄요가 발견됐는데, 이중 1호 탄요와 3호 탄요는 매립 보존했으며, 2호 탄요만 현장 보전해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다.

개나리공원 인근 상가 거리. 이성관 기자

이를 통해 당시 탄요의 구조를 알 수 있는데, 불을 때는 ‘연소부’와 그 앞쪽의 작업공간인 ‘소성실’, 굴뚝으로 연기를 빼는 ‘연도부’와 불 조절 및 목탄을 꺼내는 ‘측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해당 탄요는 삼국시대 생산관계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고대 제철 유적인 ‘화성 기안리 유적’ 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탄요유적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주변에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 있어 앞선 장소들보다 훨씬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이다. 공원에서 탄요지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기분 좋은 산책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성관기자

98번 버스 노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