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이미선 수도권기상청장 "경험 못 한 이상기상 빈번… 정확한 정보 제공 역량 집중"
"시간당 100㎜ 이상의 극단적인 호우가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만 쏟아지거나 11월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는 등 현재의 기상 기술력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선 수도권기상청장은 2일 중부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수도권에서 발생했던 이상기상 사례를 언급하며,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청장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면서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기후 시스템을 빠르게 변화시켰고, 극한 현상의 강도와 빈도는 이미 증가했으며,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1월 수도권기상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내부 역량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기관 등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청장은 "수도권은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인구 밀집 지역이고, 거대 지하 인프라와 제조업, 첨단 산업 단지가 조성된 곳"이라며 "기상 예보와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가 수도권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속하는 기후변화.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수도권 기상, 안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 중인 수도권기상청의 주요 현안과 계획을 들어 본다.
-올여름 폭염·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2023년도 재해연보를 보면 전국에서 호우가 가장 많은 재산 피해를, 폭염은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그만큼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상현상이기에 신속한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대응 방안을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올여름도 폭염과 집중호우에 과할 정도로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기상청은 폭염과 관련해 ‘폭염 영향 예보 서비스’를 지속 추진하고, 이동노동자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캠페인과 교육·홍보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폭염 시간대 정보도 제공해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하겠다. 집중호우에 대해서는 예비특보,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체계를 선제적으로 운영하는 동시에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1초라도 신속히 발송해 방재기관와 국민의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호우 긴급재난문자(CBS) 직접 발송 서비스 정규 운영을 시작했다. 성과와 보완점은 무엇인가.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짧은 시간에 매우 강한 호우, 즉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쏟아지거나 3시간에 90㎜ 이상, 또는 시간당 72㎜가 됐을 때 읍·면·동 단위로 스마트폰으로 40데시벨의 소리와 함께 발송하는 방식이다. 수도권기상청은 2023년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지난해 정규 운영을 시작해 총 79건의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수도권 지역 ‘호우 긴급재난문자 모니터링 시민참여단’이 공유한 경험담 중에는 평택의 초등학교 교장이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등교 시간을 조정하고 누수된 교실에서 이동 조치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해당 서비스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단, ‘지금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나와 가족, 이웃, 사업장의 즉각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호우 긴급재난문자의 의미를 알리는 홍보는 더 필요하다. 또 대설과 같은 다른 위험기상에서의 서비스 확대 방안도 기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올여름 기온·강수량 예보와,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전망은.
"북인도양과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봄철 동안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형성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과 강수량 모두 대체로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2022년 국립기상과학원의 남한상세시나리오 분석을 보면, 21세기 후반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2.3~6.3도까지 상승하고, 강수량도 4~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대야와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 현상도 더욱 빈번해져서 21세기 후반 폭염일수는 현재 8.8일에서 15.4~70.7일로 최대 9배, 열대야 일수는 현재 3.2일에서 19.1~65.2일로 최대 21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 미래의 극한기후도 대비해야 한다."
-이상기상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 속 국민이 체감하는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기술적 측면과 전달·소통 측면에서 설명하겠다. 우선, 기술적 측면에서 기상 예보관들이 예보를 생산하는 데 기반이 되는 수치모델의 고도화가 있다. 기상청 수치모델링센터와 차세대 수치모델사업단을 중심으로 한국형 독자모델의 고해상도화를 이루고, 한반도 환경에 적합한 물리 과정을 개선하는 등 이상기상의 수치모델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수도권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국지적인 위험기상을 예측하기 위해 지역 특화 예보 가이던스(교육 과정)를 개발하고, 지역 예보관의 역량을 키우는 각종 훈련에도 힘쓰고 있다. 단, 정확한 예보만큼이나 국민이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소통형 예보가 중요하다. 국민이 실제로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전달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 사용자 중심의, 지역·상황·대상별 특화된 맞춤형 기상 정보와 다양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소통이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히, 알기 쉽게 전달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관련해서 운영 중인 정책은.
"경기도의 교통 전광판과 버스 정보 시스템 등을 통해 위험 기상 정보를 전달하고자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상 정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위험기상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위험기상의 원인과 특성, 행동 요령을 설명하는 쇼츠(짧은 영상)도 전파하고 있다. 기상청 차원의 정보 전달도 중요하지만, 기상 예보는 단정 예보가 아니다. 한번 생산된 예보는 관측 자료에 근거해 변화하는 기상 상황에 따라 수시로 갱신된다. 단기 예보는 3시간마다, 초단기 예보는 10분마다, 중기 예보는 12시간마다 갱신되니 특히 위험기상 시에는 예보를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기상청 날씨알리미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달라."
-관내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들과는 어떠한 협력체계가 구축돼 있나.
"연중 발생하는 위험기상에 사전 대응하고 기상·기후변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기상청은 경기도·서울시와 기상 관측부터 기상 방재 대응, 기후변화 대응까지 전방위에 걸친 협업 과제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도권 소재 광역시, 물 관리 기관, 도로 관리 기관, 교육청, 경찰청 등과 함께 방재기상 업무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해양 관련 기관이나 군 관련 기관으로도 협의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 수도권 내 66개 기초지자체에 대해서도 별도의 방재기상 업무 협의회를 구성해, 기상 예보 정책이나 주요 대책을 공유하는 소통 체계를 갖추고자 한다. 이밖에 기상 관측망을 공동 활용한다든지 부지 활용에 협조가 필요한 부분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도권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기상·기후 정보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행동의 기준이다. 특히 재난 기상 상황에서는 시민 여러분의 즉각적인 반응과 협조가 피해 최소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함께 준비하고 대응해 기후위기에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수도권기상청은 수도권 시민에 더욱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상·기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강현수기자·사진=김경민기자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상청 예보상황과장·총괄예보관·예보정책과장·국가기상위성센터장·관측기반국장·지진화산센터장·광주지방기상청장·기후과학국장 등 직책을 거쳤다. 2025년 1월 1일부터 수도권기상청장으로 재직 중이다. 1966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