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대통령이 된 소년공 "대한민국 위한 최고의 도구 되겠다"
위기의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흙수저’ 출신으로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처럼 인생 스토리도 드라마틱하다.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변호사와 성남시장, 경기지사에 오른 입지전적이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변방의 벼룩이 소를 잡겠다"며 특유의 ‘사이다’ 직설 화법과 승부사적 기질로 대권에 도전, 당내 경선에서 ‘의미있는 3등’으로 훗날을 기약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재선 국회의원과 두 번의 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주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 흙수저 소년공서 노동 인권변호사 선택=이 당선인은 경북 안동 화전민 가정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1977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성남시로 이주했다. 생활이 어려워 중학교 대신 수공업 목걸이를 만드는 영세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했다.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1978년 고입 검정고시와 1980년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82년 중앙대 법대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1986년 제28회 사법고시(연수원 18기)에 합격했다. 이 당선인은 사법연수원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의를 들은 것이 노동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주경야독 하던 소년 중앙대 법대 진학
사법연수원서 노무현 강의 들은 후
노동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로 성장
부인 김혜경 씨와는 1990년 연애를 시작해 1991년에 결혼했다.
‘성남시민모임’을 창립, 시민운동도 했다. 2000년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2002년 파크뷰 특혜분양사건 당시에는 당시 성남시장과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가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구속됐다.
2004년 성남에 있던 종합병원 두 곳이 폐업하자 성남시민들과 성남 시립병원 설립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이 장악한 시의회는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를 단 47초 만에 날치기로 부결했다. 이에 시민들과 함께 항의하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수배됐다. 이후 이 당선인은 사회운동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 세상 바꾸기 위한 정치 입문…무상교복 등 정책브랜드=성남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2005년 8월 열린우리당에 입당, 공천을 받아 2006년 첫 성남시장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08년 성남 분당갑에 전략공천됐지만 낙선했다.
하지만 2010년 제19대와 2014년 제 20대 성남시장 선거에 거푸 당선됐다.
이 당선인은 19대 성남시장 첫 임기 시작 11일 만에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재정난으로 LH·국토부 등에 내야 할 판교신도시 조성사업비 5천200억 원을 단기간에 갚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는 국토부와의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등 파격적인 시정 운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시장실에 "돈 봉투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로 CCTV를 설치했다. 성남시립의료원 강화와 2011년부터 무상교복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와 각을 세워가며 추진한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 지원, 청년배당 등 보편적 복지사업은 타 지자체로 퍼져나가며 자타공인 그의 정책 브랜드가 됐다.
◇ 박근혜 탄핵·구속 사이다 발언 대선주자 반열=20대 성남시장 시절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며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성남 등 불교부단체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방재정개편안을 추진하자 11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SNS 상의 열성적 지지층을 중심으로 ‘전국구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2016년 11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전국에서 일어난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박근혜 탄핵·구속" 등 사이다 발언으로 탄핵 공간에서 주가를 올리면서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세상 바꾸기 위해 현실정치 뛰어들어
성남시장 시절엔 '파격적 시정' 눈길
박근혜 탄핵 거치며 정치체급 상향
경기도지사 기본시리즈 정책 체계화
SNS를 통해 자신이 직접 올리는 막힘없고 강렬한 어법의 메시지는 여의도의 거물급 정치인들을 제치고 존재감 부각의 무기가 됐다.
비록 당시 첫 번째 대선 도전은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안희정 후보에 밀려 3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 당선인은 2018년 제 7회 지방선거에서는 경기지사에 도전해 경선과 본선 모두 승리하며 임창열 전 지사 이후 20년 만에 민주당계 정당 출신 경기지사가 되는 기록을 썼다. 이는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체급을 올리는 모멘텀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당내 선거에서 경쟁한 친문 진영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특히 ‘혜경궁 김씨’ 의혹, ‘형수 욕설 파일’ 공개,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 상대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가 극심했다.
◇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 대권 재도전 기반 마련=경기도정을 이끌면서는 ‘기본소득’을 비롯해 기본금융, 기본주택, 닥터헬기 도입 등 자신의 기본 시리즈 정책 아젠다를 하나씩 구체화하며 대권 재도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 재정당국과 각을 세우는 것을 감수해서 ‘코로나 재난지원금’ 전국민 보편 지급을 주장했다. 경기도는 2020년 4월과 2021년 2월 전 도민 1인당 10만 원과 2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협조하지 않는 신천지 교단에 강제 역학조사를 지시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도내 계곡 곳곳에 들어차 있던 불법 시설물들을 모두 철거·정비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7월 "국민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아닌 주권자를 대리하는 일꾼으로서 저 높은 곳이 아니라 국민 곁에 있겠다"며 대선 도전을 선언했다. 같은 해 10월 이낙연 후보를 누르고 20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전환적 공정성장과 기본소득, 기본주택 공급, 기본대출 시행 등 공약을 앞세워 대선에 나섰지만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47.83%를 득표하면서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0.73%p 격차로 패배했다.
◇ 사법 리스크 발목…불법계엄 해제 주역으로=대선에 패배한 이 당선인은 송영길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돼 2022년 6월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같은 해 8월 전당대회서 박용진 후보를 제치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이른바 ‘비명횡사’ 비판에도 시달렸다.
이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하며 치러진 지난해 4월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뒀고, 그해 8월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대북송금,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위증교사 혐의 등 사법리스크가 꼬리표로 따라다녔다.
지난 대선 윤석열에 0.73%p차 패배
당대표 된후 총선서 '비명횡사' 잡음
대장동 특혜 등 사법리스크 꼬리표
항소심 무죄→대법 파기환송 '여진'
지난해 11월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해외 출장 기간 중 골프를 하지 않았다는 발언,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 특혜가 국토교통부 압박으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이 모두 허위사실 공표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이후 당내에선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고착화됐다. 지난해 12월14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끌어냈다.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라 이 당선인은 4월10일 "위대한 대한국민의 훌륭한 도구, 최고의 도구 이재명이 되겠다"며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국민통합·경제위기 극복 등 중대 현안 당면=이 당선인은 당장 경제·안보 위기 등 나라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정국을 거치며 심화한 민주주의 위기와 사회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인 만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라는 준비 과정 없이 곧바로 국정에 돌입해야 한다.
윤 탄핵 이후 대선 '어대명' 분위기
거센 도전 있었지만 정권탈환 성공
극한 치닫는 진영간 대결구도 해소
민생·경제회복 등 당면한 과제 수북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 실현 기대감
극한으로 치닫는 정치 진영 양극단 간의 대결 구도 해소, 그리고 사회 통합도 시급한 과제다.
‘내란 종식’을 기치로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만큼 작금의 혼란을 수습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도 절실히 요구된다.
이 당선인은 지난 2일 "개혁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민생 회복, 경제 회복"이라며 "경제 상황 점검을 가장 먼저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재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