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방문을 열다] 사회에서 자립할 '모멘텀' 만드는 청년들

2025-06-22     강찬구·김민아

고립·은둔청년(이하 위기청년)의 자립이행은 ‘재고립’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조력자가 없는 위기청년들은 지원사업이 중단되면 기존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공공·민간 지원사업들이 초기발굴과 상담에 집중하거나, 앞 단계를 건너뛰고 취업 연계에만 집중해 부작용을 겪었다.

위기청년들에게는 이렇듯 분절된 단기간의 지원이 아닌, 고립에서 벗어나 관계를 맺고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는 단계를 지켜보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중부일보는 긴 호흡으로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위기청년들의 곁에서 이들의 변화과정을 함께 하고자 한다.

◇‘재고립’ 막을 자립 동행을 위해 = 중부일보는 성남시 소재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이하 일하는학교)’와 협업해 도내 고립·은둔청년 10명의 자립이행에 동행하는 여정에 나선다. 프로그램 이름은 자립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을 돕는다는 뜻에서 ‘모멘텀’으로 정했다. 함께할 청년들은 일하는학교와 인연을 맺고 고립에서 벗어나려 노력해 온 23~34세의 남성 5명과 여성 5명이다.

이들은 모두 1년 이상 고립·은둔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지금은 자신만의 진로 준비 활동을 시작하거나 조금씩 해나가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 ▶1인 가구 ▶학업 중단 ▶관계 형성 어려움 ▶직업 적응 어려움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사회와 다시 연결되기 위한 준비과정을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다.

중부일보와 일하는학교는 이들과 함께 신체활동에 기반한 자립이행 과정을 함께 해나갈 계획이다. 주기적으로 모여 함께 운동하고 자신의 마음과 적성을 탐구하며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 것이다. 구체적으로 향후 5개월여간 ▶진로설계 프로그램 ▶개별 상담 ▶개인별 자기계발 및 성취활동 ▶운동 모임 ▶식사 모임 ▶자전거 여행 등을 진행한다.

앞서 경기도도 지난해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206명이라는 비교적 많은 인원을 뽑아 약 4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내실 있는 지원이 되지 못했다. 실제 206명 가운데 다수는 초기·전문상담을 합쳐 약 4번의 상담을 받는데 그쳤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은 청년의 가족을 포함해 92명이 전부였다.

경기도도 ‘2025년 경기도 청년정책 시행계획’에서 해당 사업에 대해 ‘사업 특성상 최소 2년 이상의 사업설계, 국비 지원사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라고 한계를 짚었다.

‘모멘텀’은 장기적 자립이행 과정의 일환이다. 이정현 일하는학교 대표는 "오랜시간 고립·은둔상태를 경험하며 관계가 단절되고, 자기효능감이 사라진 청년들이 단기간에 취업과 자립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며 "이 프로그램은 고립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여전히 일상 유지와 진로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작은 목표를 꾸준히 실천하며 자립의 기반을 다지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성남에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 학교 교실에 중부일보-일하는학교 협업 프로그램 ‘모멘텀’에 참여하는 위기청년들이 모여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일하는학교

◇다양한 상황… 천천히 발맞춰 나가야 = 일하는학교는 이번 달 초 참여 청년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지지와 자기효능감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사전설문을 진행했다. 사회적 지지 측정은 주변에 정서적 교류나 도움을 구할 관계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자기효능감 측정은 하고자 하는 일을 계획하고 수행하는 것, 문제를 해결하는 것, 사교 활동 등에 응답자가 얼마나 효능감을 느끼는지를 묻는다.

참여 청년들의 사회적 지지 점수는 7점 만점에 평균 4.49점이었다. 이는 2020년 일반 청년을 대상으로 같은 설문(주유선 계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을 진행해 나온 5.57점보다 1.08점 낮은 수치다.

자기효능감 측정은 5점 만점에 평균 2.6점이 나왔는데 김경희 영남이공대 교수가 보건계열 대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설문을 한 결과(남학생 3.46, 여학생 3.21)보다 역시 낮다.

사회적 지지 측정에서 가장 낮은 평균점수가 나온 문항은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친구에게 의지할 수 있다"로 3.4점이었고, 자기효능감 측정에서는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내 능력에 불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와 "나는 사교적 모임에서 내 자신을 어찌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가 2.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다.

‘모멘텀’ 청년들은 무기력을 가장 힘든점으로 꼽았다. 민준(가명) 씨는 "일상이 너무 의미 없이 지나간다"며 "뭐라도 정해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라는 것으로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고 최종적으로는 취업을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건강을 우려하는 청년도 있었다. 선우(가명)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운동을 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자신이 없다"며 "빨리 체력을 길러서 좋은 직업을 구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정현 일하는학교 대표는 "단발성 상담이나 취업 알선으로는 재고립을 막기 어렵다는 게 이때까지의 축적된 경험"이라며 "정기적인 심리 상담과 다양한 회복 활동을 5개월간 촘촘히 진행해 청년들이 스스로 생활 리듬과 진로 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부일보는 올 하반기까지 일하는학교와 위기청년들의 여정에 동행하며 청년들의 변화를 응원하고 알릴 예정이다. 또 자치단체가 위기청년들을 돕는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생생한 사례와 현장의 목소리를 전할 계획이다.

강찬구·김민아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