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허길 제5대 평택당진항발전협의회장 "시민의 평택항 위한 결단이 필요한 때"
"평택항은 미래 세대를 위한 글로벌 거점 항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허길 제5대 평택·당진항 발전협의회장이 전한 이 한마디 말에 그가 생각하는 평택항의 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
허 회장은 평택항에서 11년 넘게 물류업에 종사하면서 항만이 지역사회와 단절된 채 외지 자본 및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평택·당진항 발전협의회(협의회)에 몸담게 된 것도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는 "평택항이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성장하려면 ‘시민 참여’와 ‘중부권지역 중심 운영’이라는 두 축이 필요하다"며 "단지 수출입 화물이 오가는 산업기지가 아닌, 시민들의 일자리와 생활·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다기능복합항만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현재 조성 중인 400만 평 규모의 평택항 배후단지에 순천 국가정원에 버금가는 대형 친수공간 조성을 제안한다.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찾는 해양레저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하면 항만이 시민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발전으로 이어지리라 확신하고 있다.
협의회는 오는 9월 지역성과 항만 정체성을 접목한 ‘제1회 평택항 축제’에서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할 방침이다. 관광과 물류가 공존하는 항만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시민 참여 기반의 지속 가능한 지역동반발전 항만 전략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3년째 운영 중인 ‘평택항 홍보 아카데미’는 올해 평택시민 1천 명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경쟁보다는 상생과 협력의 길을 가고자 한다는 허 회장은 "당진과의 협력이 중부권 거점 항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항만 기반 시설과 현재의 항만 관련 정책 기조에 불만을 표하고, 개선책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해안도로 계획은 오래전에 수립됐지만 정치 일정에 발목 잡혀 지연되고 있다"며 "생활 도로와 산업 차량이 혼재되면 사고 위험이 커지는 만큼 우회도로 확보는 시급한 과제"라고 짚었다. 이어 "신국제여객터미널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고, 실효성 없는 국책 용역에만 기대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며 "이제는 시민이 항만의 주체가 돼 변화를 주도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평택시가 배후단지조성에 대한 직접 투자 및 운영이 이뤄져야 향토기업 육성과 항만 영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허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항만 운영은 중앙정부가 맡고, 배후단지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허 회장은 "이제는 평택항을 어떻게 키울지를 논의해야 할 때다. 시민의, 지역의, 미래의 평택항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의 마지막 일성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닌, 지역 기반 항만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묵직한 경고이자 제안으로 다가왔다.
류제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