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택칼럼] 가라지의 비유와 ‘약함’에 대하여

2025-07-08     한민택

예수님의 여러 비유 말씀 중에 ‘가라지의 비유’(마태 13, 24-30)가 있다. 비유에 따르면, 하느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는 것이다. 밀이 자라면서 가라지도 같이 드러나게 되었는데, 종들이 집주인에게 "가라지를 거두어 낼까요?"하고 물으니 집주인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가라지를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 모르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집주인은 수확 때 가라지를 먼저 거두어 태워버리고 밀은 곳간으로 모아들이면 된다고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논과 밭 혹은 정원에서 잡초와 전쟁하는 분들이 떠올랐다. 필자의 부친께서도 논과 밭의 피와 잡초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계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정원과 주변에 늘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조경일 보시는 분들에게 큰 숙제다.

이쯤 되면 잡초가 없는 세상을 꿈꿀 법도 하지 않을까. 유전공학이 발달하여 잡초를 모조리 제거하는 제초제가 나올 법도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생각이 가당한 것일지는 의문이다. 혹시 우리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나의 생각과 성격에 맞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잡초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와 성격이 맞는 사람만 존재하는 세상은 환상에 불과하다. 가라지의 비유는 다만 논밭에 피는 잡초만이 아닌, 인간 삶에서 겪게 되는 어려운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생각하도록 초대하는 듯하다.

가라지 비유는 ‘약함’에 대해 성찰하도록 초대한다. 이 약함은 각자에게 있는 개인적 약함이면서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인간 공동체(가정, 직장, 종교, 사적 모임 등) 안에 있는 약함이다. 우리는 보통 약함을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부정하거나 없애려고 한다. 그렇지만 약함은 부정할 수 있는 것도, 없어지는 것도 아닌 우리 안에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가령 나를 힘들게 하거나 괴롭히는 누군가는 우리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약한 부분일 수 있다. 그 원수와 같은 누군가가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사실 그 누군가가 없어진다고 해도 다른 더 큰 힘을 지닌 원수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개인 안에도 이런 약함이 존재한다. 나의 나쁜 성격, 나쁜 버릇, 힘든 대인관계 등 모두 우리의 약함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각자의 약함일 것이다.

가라지 비유에서 집주인은 가라지를 거두어 내지 말고 내버려두라고 한다. 이는 우리 각자 안에, 그리고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약함을 새로운 눈으로 보도록 초대하는 말씀이다. 하느님의 큰 섭리 안에서 볼 때(혹은 인생의 진리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모든 약함은 그 안에서 여러 좋은 것과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룰 것이다.

여기서 바오로 사도의 ‘약함의 영성’을 떠올려 본다. 사도는 코린토 후서(12장 9-10절)에서 말한다.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렵니다."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볼 때 약함은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 내 안의 결점, 우리 안의 약한 사람,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나와 공동체를 위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더 큰 섭리가 있으니 바로 보듬어 안아주는 마음,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 완성은 그 어떤 인간적인 약점도 없는 완벽함이 아닌, 약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더 큰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내적 자세에 있다. 그것은 타인의 약함을 수용하고 보듬어 안아주는 포용하는 마음, 타인이 고통당하거나 오해 받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하며 챙기는 마음이다.

이처럼 자신의 약점, 자신이 감당해야 할 많은 어려운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더 넓고 깊고 포용력 있고 배려하며 보듬어 안아주는 따뜻한 마음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분명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로 발돋움할 것이다.

한민택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