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삶] 연기금처럼 투자하라
개인을 위한 안정적 자산운용 가이드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1천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며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막대한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은 ‘장기, 분산, 안정성’이라는 3대 원칙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그 투자 철학은 개인에게도 매우 유익한 가이드가 된다.
국민연금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복리 수익률을 중요하게 여기며, 국내외 주식과 채권은 물론, 부동산·인프라 같은 실물 자산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분산 투자를 실천하고 있다. 이는 특정 자산이나 시장 상황에 편중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또한,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의 비중을 점검하고 조정하면서 시장 흐름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된 전략을 유지한다.
반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감정적인 판단과 시장의 단기 흐름에 휘말려 충동적인 매매를 반복하거나,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실수를 범한다. 이러한 접근은 장기 수익을 방해하고, 리스크를 확대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여기서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강조한 철학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는 "성공적인 투자는 지능지수보다 행동지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높은 지식이나 정보력이 아니라, 시장의 변동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와 원칙이다. 그레이엄은 투자자를 ‘투기자’와 구별하며, 진정한 투자자는 스스로 설정한 가치 기준과 리스크 허용 범위 안에서 꾸준히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은 바로 ‘현명한 투자’의 대표적인 예시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기금 설치 후 1988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6.82%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은 6.98% 수익률(207조 원)의 성과를 거뒀다.
개인도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지키면 안정적인 자산 운용이 가능하다.
첫째,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일시적인 하락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바라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둘째, 분산 투자를 실천해야 한다. 주식·채권뿐 아니라 리츠, 해외 자산, 실물 자산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셋째,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 구성을 점검하고, 지나치게 쏠린 부분은 조정해야 한다.
넷째, 감정보다 원칙을 우선시해야 한다. 단기 뉴스나 시장 소문에 흔들리지 않고, 사전에 설정한 투자 기준을 지키는 태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이 모든 자산을 직접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간접 투자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ETF(상장지수펀드)’는 다양한 자산에 자동 분산 투자할 수 있어 수수료가 낮고 투명성이 높다. ‘공모펀드’는 전문가가 운용하며, 복잡한 분석 없이도 장기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TDF(타깃데이트펀드)’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 비중을 자동 조절해, 젊을 땐 주식 위주로, 은퇴가 가까울수록 채권 위주로 안정성을 높인다. 이는 국민연금의 생애주기 기반 투자 방식과도 유사하다.
현명한 투자란 ‘시장을 이기겠다’는 욕심보다 ‘나를 지키겠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개인도 기본 원칙을 지키고,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연기금처럼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이제는 단기 수익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 안목과 원칙 중심의 전략으로 노후와 미래를 준비할 때다.
김용애 NH농협은행 이매동지점 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