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기교육] '다문화 정책학교' 성남 수정초, 글로벌 인재 양성 주력
바르고 지혜로우며 튼튼한 인재를 키우는 성남수정초등학교.
학생 참여형 교실을 추구하는 이 학교는 많은 교육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정초는 전교생의 절반에 가까운 44.7%가 이주배경학생으로 구성된 다문화 정책학교로, 경기도교육청의 다문화교육 추진 계획에 맞춰 학생 중심의 다문화교육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이주배경학생들의 학교 적응과 성장을 지원할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다문화 감수성을 함양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수정 어울림 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다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울림 축제, 다문화 이해의 장이 되다
"‘티니클링’(대나무를 이용한 필리핀의 전통 춤) 먼저 해보고 ‘꽝 가인’(베트남의 지게)도 체험해 보고 싶어요!"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방문한 수정초. ‘수정 어울림 축제’가 한창인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문화와 놀이를 체험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수정 어울림 축제는 이주배경학생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상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올해는 포구락(포구문에 공을 던져 넣는 춤이자 놀이)이나 궐장노(조선시대에 사용하던 쇠뇌), 떡메치기 등 우리나라의 문화를 비롯해 ▶접시 돌리기(중국) ▶라리까유(인도) ▶죽마타기(프랑스) ▶샌드라이트(미국) 등 세계 각국의 놀이문화와 악기 등을 체험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아이들은 모둠별로 움직이며 놀이로 여러 나라의 문화를 체험했다.
어울림 축제를 직접 체험한 심규린(11) 양은 "우리나라의 문화만 소중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도 다문화 친구들에게 배우기도 하고, 또 우리가 그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하는 등 서로 배울 게 많았다"고 웃었다.
장소영(11) 양도 "다문화 친구들이 서로 어떤 문화를 경험했는지 알아서 좋다"며 "다음에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배경학생들 또한 어울림 축제에 만족해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입국한 김금종(11) 군은 "원래 한국 친구들과 어색한 부분이 있었는데 오늘 활동을 통해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이집트에서 온 말렉(11) 군 역시 "예전에 경험했던 제기차기나 투호 뿐 아니라 한국에 다양한 놀이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좋다"고 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어울림 축제는 수정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2년에도 각 반에서 소규모 어울림 축제를 진행했을 정도다.
어울림 축제는 아이들이 매년 새로운 다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기업인 문화세상고리 협동조합과 연계해 결혼이주여성이 직접 강사로 참여해 베트남, 일본,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국의 다문화 부스 체험 및 시장 놀이를 진행하며 생생한 다문화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혜승 수정초 교사는 "이주배경학생 중에서도 중도입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험을 통해 다문화에 자긍심도 키우고, 정체성을 지키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맞춤 교육으로 다문화 강점↑
수정초는 다문화 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이중문화 상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어 수업을 전교생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기존 이중언어에 강점을 가진 이주배경학생들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이중언어 및 이중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이집트 국적의 학부모가 직접 학생들에게 이집트 문화 수업을 진행하는 ‘엄마 선생님과 함께하는 이집트 문화 체험’ 등 학부모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수정초는 이주배경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 교육 및 한국 생활 적응 교육이 필요한 입국 초기 학생들을 위해 지난해부터 경기한국어랭기지스쿨 2섹터(성남 한국어공유학교) 위탁교육을 실시 중이다. 성남 한국어공유학교는 현재까지 4명의 학생이 수료하고, 2명이 교육 중이다.
학교 안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다문화 특별학급도 설치해 현재 13명의 이주배경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 중이며, 다문화 특별학교 교사와 다문화 언어강사, 한국어 강사가 협력해 수준별로 생활 한국어와 학습 한국어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KT와 연계해 ‘다문화가정 랜선 야학’을 제공하면서 온라인 한국어 교육 및 심리정서를 지원하고 있으며, 아주대학교·차의과학대학교 등과 연계한 심리정서 지원 사업도 수행 중이다. 또 성남수정경찰서와 함께하는 학교폭력예방 교육 등 다양한 유관기관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배경학생들이 학교를 넘어 한국 사회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교사도 학생도 쑥!…함께 성장하는 수정초
수정초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조화롭게 성장하고 미래 사회의 글로벌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함께 성장하는 학생, 다양하고 새로운 학교’를 지향하는 경기도교육청의 다문화교육 비전을 실현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먼저 수정초는 교원의 다문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다문화 학급 1년 살이 연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로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 연수’ 등 학교 자체 연수를 운영하며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다문화 특별학급 교사는 한국어교원자격증 3급을 취득하고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 교원 연구회에 소속돼 활동하는 등 자발적인 역량 강화에도 힘쓴다.
배정심 수정초 교장은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다양한 다문화교육을 통해 학교 공동체 전체의 다문화 감수성이 내재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성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