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왕 새농민] 임옥녀 초담초담 대표, "남편 건강 챙기려던 뽕나무 건강식품까지 만들게 됐죠"
◇남편 건강 챙기려 시작한 뽕나무 농사
임옥녀 초담초담 대표는 지난 2007년 당뇨로 인한 남편의 건강 악화로 남편의 고향 ‘용인’으로 내려오게 됐다.
임 대표는 당시 당뇨에 좋다는 뽕나무를 심어 뽕잎과 뽕나무 뿌리를 채취, 매일같이 정성으로 달여 남편에게 먹였다. 처음에는 나무를 심는 법도 몰라 여러 방면으로 헤매며 농사를 시작했으나 멈추지 않는 노력 끝에 농사는 성공적이었다.
아내가 달여준 뽕잎차를 꾸준히 마신 남편도 눈에 띄게 쾌차했고, 임 대표는 약 5천㎡ 규모로 매년 2.5~3t(톤)가량의 오디가 생산되는 농장의 대표가 됐다.
그렇게 남편의 병세가 호전되면서 뽕나무를 활용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삼겹살 가게가 시작이었다. 뽕나무 농사를 지으면서 삼겹살 가게를 운영했고, 밑반찬으로 뽕잎 장아찌를 내놓으니 가게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7년의 장사 이후 건강 악화 등 여러 이유로 가게를 접고 뽕잎과 오디를 활용한 임산물 제조업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 2015년, 임산물 제조업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던 임 대표는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에 용인시농업기술센터로 가서 당시 센터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 수강신청을 했다. 센터 내 임산물 제조업, 농업과 관련된 모든 수업을 듣고 나니 센터 관계자들과 안면을 트게 됐다.
또 임산물 기초가공반 수업에서 뽕잎차와 천연발효 방식의 식초를 개발하게 됐다. 당시 용인시농업기술센터 한 관계자는 임 대표의 열정을 높게 평가해 창업지원금 5천만 원을 지원해주는 기술센터 사업을 추천해 주었다. 이에 임 대표는 지난 2016년 1인 사업장 ‘초담초담’을 열고 본인이 직접 키운 뽕잎과 오디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됐다.
임 대표는 "처음에는 남편이 아파서 (용인에) 내려오게 됐는데, 먹고 살려다 보니 삼겹살집을 하게 되고, 또 술 장사를 하느라 건강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를 접고 다른 일을 찾기 위해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니 오만가지 수업이 다 있더라. 식품 가공, 창업 등이었다"며 "우리 집이 센터랑 10분 거리라 중간중간 집에 와서 밥을 챙겨 먹으며 종일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했다.
또한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와서 잡게 됐다"며 "상황이 나빠도 뭘 하든지 도전하는 정신, ‘그냥 해보자’는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게 날 살린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식초부터 와인까지…뽕나무의 다양한 변신
임 대표는 뽕나무에서 채취한 뽕잎과 오디를 활용해 건조 및 발표를 통해 제품을 만든다. 대표적인 주력 상품은 뽕잎차, 천연 발효식초 등이다.
천연 발효식초는 1인분 스틱 포장지에 담아 판매된다. 포장지 디자인부터 내용물까지 임 대표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과정은 없다. 종류는 뽕잎파인애플 식초, 오디 식초, 뽕잎 식초 등 3개로, 물이나 음료 등에 타 섭취할 수 있다.
뽕잎파인애플 식초의 경우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키운 뽕잎과 파인애플을 1년여 의 긴 발효과정을 거쳐 만든 식초다. 임 대표만의 노하우로 만들어 현재 특허청 특허상품으로 등록돼 있다. 오디식초는 직접 재배한 오디를 활용해 와인을 만들고, 그 와인을 발효시켜 생산한 식초다. 뽕잎 식초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쌀로 만든 종균인 ‘cv3’와 뽕잎으로 막걸리를 만든 다음, 그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다.
임 대표는 "일반 식초는 주정이라는 센 술로 발효해서 그냥 먹으면 속이 쓰린데, 내가 만든 식초는 천연 효모로 천천히 술을 만들고 발효를 거친 식초라 속쓰림이 없다"고 소개했다.
임 대표의 오랜 노력 덕분인지 지난해 임 대표의 뽕나무는 용인 지역 특산품으로 지정됐다. 또 최근에는 누룽지 분말에 뽕잎 가루를 넣어 고온으로 튀겨 압착한 뽕잎 누룽지를 쿠팡에 입점시키기도 했다.
임 대표는 "남편이 뽕잎차를 먹고 병세가 나아졌듯이 뽕잎은 피를 맑게 하는 성분이 있다"며 "5~6년간 중년 남성 한 분이 꾸준히 우리 뽕잎차를 마시는데 ‘피곤이 사라졌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식초라고 생각하면 거부감이 들겠지만 일단 마셔보면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느낄 것"이라며 "나도 이 나이에 농장으로 공장으로 옮겨 다니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다 뽕잎을 통해 피로를 풀어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뽕나무 농사처럼 욕심내지 않는 인생
임 대표의 뽕나무는 다른 뽕나무들보다 키가 작다. 임 대표는 "뽕나무들을 크게 키우면 오디와 잎은 많이 열리지만, 오디의 크기가 작아지고 잎도 얇아진다"며 "우리는 적게 생산해도 오디 알도 뽕잎도 통통해진 채로 수확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그러려면 자주 가지치기를 해줘야 해서 힘이 더 들지만, 보다 고품질의 생산물을 수확할 수 있다"며 "‘많이 생산해서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적게 생산하더라도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수확해 초담초담을 찾아오는 분들의 건강이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임 대표의 농사 철학은 그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임 대표는 현재까지 10여년 이상을 용인시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 봉사활동은 물론 지역 장애인복지센터에서 꾸준히 장애인들의 식사, 목욕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암 등 중증환자들이 뽕잎차나 식초를 구하러 오면 식당을 했던 경험을 살려 건강한 한끼를 차려주기도 한다.
임 대표는 "사실 암 환자들은 뽕잎으로 완쾌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도 남편이 많이 아팠던 시절을 겪어보니 낫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심정을 아니까, 암 환자 등 중증환자분들이 오면 쾌차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나물밥을 해드린다"며 "근처에 요양병원이 있는데 그 병원에 들어가기 전 환자분들이 우리 집에 한 번씩 들린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확장할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혼자 도전하고, 고민하고, 이뤄내는 게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사업을 확장하면 제품 효능도 떨어질 수 있다"며 제대로 된 발효 기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오래 걸리더라도 소량 생산 방식을 유지해 좋은 제품만 선보이겠다"는 게 임 대표의 소신이다.
이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