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 휴무'냐 '자율 참여'냐… 다가오는 ‘택배 없는 날’ 팽팽한 대립
오는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택배업계 내에서 일괄 휴무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과 회사별로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지난 2020년 팬데믹 당시 폭증한 택배 물량으로 인한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고용노동부와 대형 택배사들이 공동선언을 통해 택배 없는 날을 지정한 만큼,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동선언에 참여했던 4개사(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로젠택배)와는 달리 쿠팡 등 플랫폼 기반 기업 택배노동자들과 우정직 공무원 등은 올해 택배 없는 날에도 계속해서 택배를 나를 예정이다.
이처럼 택배 없는 날은 당시 대형 택배사들이 잇따라 참여하며 당시 전국의 택배기사들의 휴직을 보장하는 날로써 운영될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그치며 정작 전국 최다 택배 물량을 운송하는 쿠팡로지스틱스(CLS) 등을 비롯해 일부 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처지다.
이에 노동자들은 쿠팡로지스틱스를 비롯한 모든 택배노동자의 휴식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 없는 날은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국민께 알리는 날로, 업계 공통으로 적용돼야 취지에 부합한다”며 “CLS는 명백히 택배사업자로 분류돼 있는 데다, 내부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더욱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선 업체마다 근무 환경이 다른 만큼, 강제로 휴무를 적용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CLS의 하청업체 업주들의 단체인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이미 쿠팡플렉서 등 근로자들은 원하는 날 휴가가 가능해 일괄적인 휴무일이 불필요하다”며 “쿠팡은 기존 택배사와 다른 배송 체계를 가지므로 일괄 휴무를 적용하면 오히려 특정일에 물량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해 근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일괄 휴무 적용을 놓고 이같은 갈등이 있는 가운데, 우체국택배가 일괄 휴무에 참여하며 우정직 공무원인 집배원들이 해당 물량을 떠맡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매년 택배 없는 날에는 집배원들이 초과근무를 하며 택배를 배송해야 하는 처지다.
전국우정노동조합 관계자는 “일부 집배원들에게는 택배용 차량도 지원되지 않아 이륜차를 이용해 위험을 무릅쓰고 배송을 한다”며 “결국 같은 일을 하는 집배원들도 같이 쉬어야 공평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 택배 없는 날 지정을 주도했던 노동부는 일괄 휴무 참여에 대해 강제성을 지니지는 않는다는 공동선언 당시 입장을 고수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 택배 없는 날을 두고는 예정된 조치가 없다”며 “추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