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내몰리는 라이더] 기본료 낮추고 미션 강요… 위험할수록 더 번다

올해 배달기본료 2천원대로 하락 오토바이 유류비 고정지출 만만찮아 2주 400건 이상 배달시 인센티브 등 생계유지 위해 미션제 의존 불가피 하루 32건 배달해야 달성 '고강도'

2025-09-01     노경민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산업재해 사상자 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고강도 노동’이라는 그늘이 깔려 있다. 속도를 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배달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책 요구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오토바이 속도와는 정반대로 더딘 실정이다. 중부일보는 라이더들이 생계를 위해 속도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과 구조적인 이유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최근 배달 기본료가 낮아지면서 배달 라이더들이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는 ‘미션제’ 등을 수행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1일 오후 수원시청 인근 도로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생계를 위해서라면 콜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1일 오전 수원 장안구에서 만난 30대 배달 라이더 이모 씨는 전날 배달 41건을 달성한 수입 목록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12시간 이상 걸린 고강도 노동 끝의 성과였지만, 올해 들어 배달 기본료가 2천 원대로 낮아지면서 미션제와 등급제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결과물이기도 했다.

주당 6~7일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일을 하고 있지만, 유류비 등 고정 지출도 만만치 않아 하루에 많게는 14시간씩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그는 “우리도 위험하게 운전하고 싶지 않지만, 먹고 살려면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상자 수가 가장 많은 배달 라이더들이 갈수록 리워드 제도에 의존하면서 사고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배달 기본료 하락으로 인한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미션제는 속도전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플랫폼사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사들은 미션제와 등급제 등 리워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리워드 제도는 주어진 기간에 할당된 배달 건수를 충족하면 라이더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짧은 기간에 배달 건수를 많이 채울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라 라이더들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경기 지역의 배달 기본료는 3천 원으로 동결을 유지해 오다 올해 2천300원~2천500원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진다.

배달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라이더 숫자는 되레 늘고 있는 것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배달 기본료가 낮아지면서 배달 라이더들이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는 ‘미션제’ 등을 수행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1일 오후 수원시청 인근 도로에서 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하지만 라이더들이 리워드 제도 내에서 인센티브 조건을 달성하기에는 상당한 노동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례로 쿠팡이츠 등급제 중 가장 높은 ‘골드플러스’ 달성을 위해선 2주간 400건 이상의 배달을 채워야 하는데, 일주일에 하루를 쉰다 해도 일평균 최소 34건을 배달해야 한다. 현장에선 베테랑 라이더들도 하루에 11시간 이상 걸리는 고강도 노동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리워드 조건 중 배달 콜 건수 대비 수행한 비율인 ‘수락률’도 90% 이상 충족해야 한다. 등급마다 수락률에 차이는 있지만, 일정 조건의 수락률을 달성하려면 라이더들이 운전 중에도 수시로 휴대전화를 예의주시해야 해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지난달 5일 군포에서 마을버스에 치여 숨진 김용진(45) 씨도 골드플러스 미션을 달성한 다음 날 피로가 가중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배달사 간의 출혈 경쟁이 가속하면서 앞으로 미션제가 더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하게 탈수록 더 버는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본료를 높이고 성과급 비중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