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내몰리는 라이더] 형식적 안전교육만… ‘라이더 자격제’ 필요성 커져
외국유학생 명의도용 불법배달 안전교육도 온라인 2시간 고작 산재사상 1위 불구 보상 못 받아
코로나19 특수로 증가한 배달 라이더들이 지속적으로 안전사고의 그늘에 놓이면서 보호 정책 마련을 위해 제도권 편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후죽순 늘어난 라이더 노동 환경 속에서 별도의 자격제 신설을 통해 제도적 울타리를 견고히하지 않으면 산재사고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약 34만6천 명에서 2024년 약 43만2천 명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의 배경에는 비대면 거래 문화 확산과 더불어 여타 운수업보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특수를 탄 플랫폼 산업은 고공행진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플랫폼사 및 하청사 간 경쟁 등으로 라이더들은 속도전에 내몰렸다. 가파른 성장세의 이면에 ‘무자격 노동 환경’이라는 그늘도 짙게 깔렸다.
대표적으로 거주, 결혼이민 등 비자가 없으면 배달업에 종사할 수 없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명의를 도용해 불법 배달을 벌이는 현상이다.
민주노총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5월 배민쿠팡 하청사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5명 중 35명(46.7%)이 무비자 외국인 유학생 등이 라이더로 근무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단기간 인력이 몰려 안전사고가 꾸준히 늘면서 ‘산재 사상자 1위 업종’이란 오명을 쓰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배달 중 사고를 당해도 산재사고가 아닌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안전사고를 예방할 교육은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취재진이 약 2시간 분량으로 구성된 A플랫폼사의 온라인 안전교육 1~2교시를 수강해본 결과, 1교시 교육은 1시간 중 16분만 이륜차에 대한 내용이 담겼고, 중간 점검 차 나오는 퀴즈 난도도 상식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신규 라이더가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은 온라인 2시간이 전부다.
수원에서 일하는 배달라이더 B씨는 “교육 영상만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는 라이더가 태반이다. 현장 안전교육은 한 번도 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주재홍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면허체계가 유사한 프랑스는 이주민, 학생들이 배달사고를 많이 당해 2023년부터 실습교육 7시간을 받아야만 배달업에 종사할 수 있게 의무화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군포에서 발생한 라이더 김용진 씨의 사망 사고를 계기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자격제 도입 등 라이더들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선 정부의 플랫폼 노동자 보호 정책도 보폭을 맞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정부가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배달업 분야의 구체적인 대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단기 처방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