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MOU 잔혹사] 빈번한 투자개발 좌초… 전문성 역량 도마에
체결-시행 시기 간 사업성 달라져 착수 못하고 엎어지는 경우 다수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한계 지적 기관 치적 홍보수단 전락 비판도 일각 당국의 검토 역량 부족 시각 시 "공무원이 전문성 갖긴 어려워 위원회 구성 시 전문가 위촉 노력'
인천 영종경제자유구역 미단시티 카지노복합리조트, 을왕산 아이퍼스 힐 등 수많은 인천시의 투자개발 사업이 좌초한 데에는 대내외적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주된 외부적 원인으로는 건축비 상승과 건설 경기 부진이 지목된다.
배덕상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개발 양해각서(MOU)가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핵심은 사업성”이라며 “건축비 상승,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체결 당시와 사업 시행 시기 간 사업성 차이가 커지면서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 추이는 계속 상승세다. 2020년 공사비를 기준(100)으로 하는 이 지수는 지난해 130.1까지 올랐다. 건설공사비가 2020년 대비 30%나 증가한 것이다.
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지난달 발표한 ‘월간건설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이 1년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진행 중인 공사 물량의 감소를 뜻한다. 이러한 건설기성 장기침체 상황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7년 8월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MOU의 한계도 실패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MOU는 상호간 양해각서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정식 협정이나 계약을 맺기 전 작성하는 문서로, 일반적으로 상호 합의한 역할과 재정 분담 등 내용이 담긴다. 이로 인해 기관장이 바뀌는 등 대내외적 환경 변화가 추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MOU가 지자체 등 기관의 치적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인천시의 연속된 투자개발 실패 원인이 시 내부에 있다고 보기도 한다. 시와 경제청의 사업 제안 검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제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가 하면, 막상 괜찮은 제안에 대해서는 장기간 결정을 유보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도시공사 한 관계자는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의 전문성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며 “위원 구성을 보면 시민단체, 토목·건축 교수 등이 많다. 실제로 회의에 들어갔을 때 사업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 투자개발을 직접 성사시켜 본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제대로 된 사업 분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판은 시 내부에서도 나온다.
시 한 관계자는 “사실 공무원이 투자유치 분야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을 갖는 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경제청에 나름 전문가라고 있는 이들의 전문성이 여의도 금융가의 대리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다보니 사업성 검토 기능이 매우 취약해 누가 서류 한 장만 들고 와도 마치 큰 투자자가 나타난 것처럼 호들갑 떠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관련 분야 교수, 유한회사 투자유치 전문가들을 위촉하는 등 위원회 구성에 있어 전문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모든 회의에 위원 전원이 참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출석 위원 구성에 따라 전문성 정도가 달라보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